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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키운 양파모종
 밭에서 키운 양파모종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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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주변에는 본업이 있으면서 부업으로 농사를 짓는 투잡(two-job) 농부들이 있다. 농사 규모도 수백 평에서 천 평이 넘기도 한다. 20년 넘게 본업과 농사일을 하는 농부도 있고, 이제 농사를 시작한 초보 농부도 있다. 계절이 겨울로 바뀌면서 할 일은 많은데 해가 너무 짧아서 일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주말은 물론이고, 새벽과 저녁에도 이마에 헤드랜턴을 달고 일을 할 정도로 투잡 농부들은 항상 시간에 쫓긴다. 2년차에 들어선 농부가 배추를 비롯한 김장채소의 수확이 끝난 11월 말에 양파를 심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가을에 심는 양파, 봄에 심어도 된다 

그의 밭에는 아직 다 심지 못한 양파 모종이 남아 있었다. 내가 일러준 대로 네모난 검은 플라스틱 모종판이 아닌, 한쪽 밭에 풀씨가 발아하지 못하도록 부직포(신문지 두세 장을 겹쳐서도 가능)를 덮고 그 위에 상토(씨앗으로 모종을 키우는 흙)를 3cm 정도 깔아준 후에 양파 씨를 넣고 모종을 잘 키웠다. 남은 모종을 심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파 모종을 터널 모양으로 흰 비닐을 덮어서 잎이 얼지 않도록 보온을 해주면 월동을 한다. 다음 해에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을 지나면서 얼었던 흙이 풀리면 양파 모종을 옮겨심어도 제때 수확이 가능하다. 다만, 제때 심은 것보다는 뿌리를 활착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크기는 조금 작을 수 있다. 늦게 심은 만큼 모종을 보온한 것처럼 옮겨심은 양파에도 비닐 터널을 만들어주면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 4월에 들어서면 비닐을 걷어내고 물을 뿌리까지 내려갈 만큼 충분하게 공급해주면 생육에 도움이 된다.

흙이 풀리는 초봄까지 양파와 마늘은 뿌리만 활착시키고 월동을 하며 땅이 풀리면서 성장한다. 마늘의 싹이 올라오는 때부터 물을 충분하게 주면 마늘과 양파는 겨울잠을 깨면서 잘 자란다. 우수(雨水)절기를 지나면서도 비가 오지 않고 봄 가뭄이 지속되면 충분한 물 주기와 흙이 마르지 않도록 수분유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마늘은 제때 심었지만, 주아(마늘씨앗)는 남았다며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올해 수확한 마늘에서 채종한 씨앗으로도 심어보라고 권유를 했었는데 주아를 받아둔 것이다. 올해 나의 마늘 농사에도 주아를 많이 심었다. 마늘도 "씨앗이 있느냐"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마늘의 성장이 절정으로 달하는 5월경에 꽃대가 올라오면서 꽃이 피고 씨앗이 여문다.

비닐터널은 흙이 얼지 않도록 보온효과가 있다
 비닐터널은 흙이 얼지 않도록 보온효과가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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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먹는 마늘종이 꽃과 씨앗

마늘을 조금 더 크게 하려고 마늘종을 뽑거나 잘라내면 마늘꽃과 주아를 못 봤을 수도 있다. 맛있는 마늘종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는 남겨서 씨앗을 받아 키워보기를 권한다. 한 개의 주아에는 쌀 톨만 한 씨앗이 10여 개 들어 있다. 마늘을 수확하면서 주아도 함께 채종해서 마늘과 같은 방법으로 보관을 했다가 밭에 일정하게 골을 내서 뿌리는 줄뿌림이나 흩어뿌리고 흙을 덮는다. 주아는 손으로 비비면 씨앗이 낱개로 떨어진다.

주아를 심으면 첫해에는 도토리나 밤톨만 한 한 개짜리 통마늘이 나온다. 통마늘을 다시 심으면 4~6쪽의 쪽마늘을 수확할 수 있다. 주아로부터 시작하여 통마늘에서 쪽마늘 수확까지 3년이 걸리므로 전업농부에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씨앗으로부터 만들어졌으니 1세대 씨 마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해서 수확한 쪽 마늘은 4~5년까지는 대물림해서 씨 마늘로 사용할 수 있다.

마늘쫑에서 꽃이피고 주아에서는 쌀톨만한 씨앗이 여문다
 마늘쫑에서 꽃이피고 주아에서는 쌀톨만한 씨앗이 여문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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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마늘씨앗)를 심으면 통마늘이 나오고 이것을 다시 심으면 쪽마늘이 나온다
 주아(마늘씨앗)를 심으면 통마늘이 나오고 이것을 다시 심으면 쪽마늘이 나온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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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로부터 씨마늘을 만들지 않고, 몇 세대인지도 모르는 쪽 마늘을 씨 마늘로 계속 사용하면 종자의 본능이 퇴화되어 작아지고 마늘이 가진 맛과 영양, 저장성 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주아로부터 길러낸 쪽마늘은 알이 굵고 단단하며 마늘 본래의 맛과 향이 다르다는 차이점을 느낄 수가 있다.

추위에 강한 마늘이지만, 제 시기보다 한 달여 늦게 파종하면 뿌리 활착이 불량하므로 안 하는 것이 맞지만, 보온을 해주면 뿌리를 활착하고 제 때에 수확이 가능하다. 방법은 마늘을 보온할 수 있는 볏짚, 왕겨, 톱밥도 있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낙엽도 좋다. 낙엽을 3~5cm정도로 흙위에 두껍게 덮어주고 흰비닐을 낙엽위에 밀착시켜 덮어준다.

마늘을 늦게 심었더라도 보온을 해주면 된다
 마늘을 늦게 심었더라도 보온을 해주면 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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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풀리는 봄에 비닐만 걷어내고 낙엽은 그대로 둔다. 낙엽의 효과는 보온과 수분유지뿐만 아니라 풀씨의 발아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창끝처럼 뾰족한 마늘잎이 두꺼운 낙엽을 뚫고 사방에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면 새 생명이 싹을 틔우는 봄이 온 것이다.


태그:#양파, #마늘, #주아, #통마늘,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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