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타는 조덕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여배우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열린 반박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목 타는 조덕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여배우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열린 반박 기자회견에 참여했을 당시. ⓒ 연합뉴스


만 하루 동안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남배우A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 조덕제씨가 "공신력 있는 영화 단체에서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한다"고 밝혔고, 그 단체가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산하 공정환경조성센터임이 드러났으며 돌연 두 사람의 만남이 불발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15일 오전 YTN 보도를 통해 영진위가 조덕제씨를 만난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 영진위는 해명을 요하는 각 언론사에 "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이고, 조사할 권한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  영진위가 조덕제 성추행 건 조사? 영진위 측 "사실무근")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영진위 측은 "우리가 만남을 먼저 제안했는데 조덕제씨가 약속을 파기했다"며 사실상 앞선 입장을 뒤집는 내용을 전했다.

이틀에 걸쳐 사실 확인을 해봤다. 한인철 공정환경조성센터장은 거듭 "(일부) 거짓된 정보를 밝힌 것에 죄송하다"며 "조덕제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 센터장에 따르면 영진위 측이 먼저 조덕제씨에게 만남을 제안한 게 맞다. 다만 한 센터장은 조덕제씨가 일부 언론에 미리 밝힌 '진상조사'라든가 사건에 대한 어떤 규명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만남 불발의 전말

"지난 7일 조덕제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계가 자기 입장을 좀 들어달라고 한 직후 영진위 내부와 외부에서도 들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지난 4월에 상담 차 (사건의 당사자인) 여배우B씨도 만났기에 먼저 연락을 드렸다. 이처럼 우리가 관심을 갖고 만나서 상담을 할 순 있지만 재판에 계류 중인 건이라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배우에게도 그 사실을 분명히 전했다. 

(조씨를 만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는) 모든 민원인이 다 비공개인 원칙 때문이다. 영화계가 넓지 않다보니 우리가 누굴 만나는 것 자체가 소문이 날 수 있다. 그래서 비공개인 것이고 이건 조덕제씨에게 연락할 때도 말씀드린 부분이고 그 분이 동의한 사실이다. 조덕제씨는 15일 서울 중랑구 모 카페에서 보자고 손수 시간과 장소까지 우리에게 알려줬다." 

영진위에서 당황했던 지점은 조덕제씨에 의해 몇몇 언론에 기사가 나가면서부터다. YTN에 앞서 <스포츠동아>는 지난 13일 '한국영화 대표 단체, 조덕제 사건 진상조사 착수'라는 기사를 냈고, 영진위는 이런 몇몇 기사에 대해 15일 조덕제씨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비공개 만남에 동의해놓고 몇몇 기자들에게 알려줬다고 하시더라. 본인은 '기사로 쓰지 말라는 전제를 했는데 기사가 나와버렸다'며 우리에게 '어떡하죠?'라고 물으시기에 그러시면 안 된다고 했다. 게다가 해당 기사에 무슨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부산에서 사람이 올라오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미 전 월요일부터 서울에 머물고 있었고, (업무 특성상)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어떻게 우리가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그 분을 만나면 누가 봐도 (영진위가) 진상조사에 참여한다고 (대중들이) 여길 것 같았다. 만남을 취소한 건 제 결정이었다. 조덕제씨도 어떻게든 보호해야 할 민원인이라 그때까지도 우린 만난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조덕제씨가 영진위 이용했다"

한인철 센터장은 "조덕제 배우 본인이 (비공개 만남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겨놓고, 마치 영진위가 얘길 안 들어준다고 말씀하고 다니신다"며 "얘길 안 들어줄 거였으면 우리가 왜 먼저 그 분에게 연락을 했겠는가. 선의를 갖고 그 분에게 연락한 건데 그걸 이용하셨다"고 비판적 입장을 전했다.

그는 또 만남이 취소된 게 "여배우B씨의 압력 때문"이라고 인터뷰 한 조덕제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제도 문의주신 여러 언론사들에 (거짓 입장을 밝힌 것에) 사과드렸다. 끝까지 그 분과 약속을 지켜드리려 했다. 공정환경조성센터는 분쟁에 대해 양측 말을 다 듣는 게 원칙이기에 상대의 말을 기본적으로 들어주고 동의하는 식이다. 또 민감한 상황이기에 절대 (민원인과 대화 내용을) 녹취하지 않는다. 이게 소문나면 어떤 분이 우릴 믿고 상담하겠나.  

근데 조덕제씨가 처음부터 우리와의 통화 내용을 녹취했더라. 그 부분을 판단 못한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제 잘못이다. 여배우B씨는 조덕제씨를 만난다는 기사가 났는데 맞냐고 모바일 메신저로 물어본 것뿐이다. 전혀 압력 이런 게 아니었는데 다만 (조덕제씨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항의라는 단어를 썼다면 그것 역시 제 잘못이다. 우리 입장에선 모든 연락을 허투루 들을 수 없다. 또 그 모든 연락을 압력이라 생각하면 이 일을 못하지." 

한 센터장은 영진위 산하 본인들이 맡은 업무 범위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영화 산업 내 여러 분쟁을 상담하면서도, 법원 계류 중인 사안에 대해 판단할 근거는 없다"며 그는 "지난 번 김기덕 감독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해당 배우에게 (상담은 하지만 그 이상) 역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밝혔다.

조덕제씨가 약속을 지켜 비공식 만남이 이뤄졌다면 어떤 상황이 이어졌을까. 한 센터장은 "일단 그 분의 말씀을 하나하나 듣고 메이킹 필름이 보도된 이상 그 영상 자체가 조작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여배우B씨 역시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영화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역시 어떤 판단을 내리는 의미는 아니고 영화적인 입장 정도가 나올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상황에 한 센터장은 "속상하다"는 속내를 밝혔다. "이미 보도가 난 이상 공개적으로 만나자고 연락을 드렸지만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는 말을 그 분이 한 이후 몇 차례 더 전화했는데 전혀 답이 없다"며 그는 "그 분을 여전히 만날 수는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지켰다. 그러면서도 한 센터장은 "민원인 상담이라는 게 어떤 권한이나 능력을 가져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속상한 걸 들어주는 역할인데 이번 일 이후 우리 작업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줄까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덕제 성추행 영화진흥위원회 여배우B 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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