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에 강제 진출한 가운데 다음 타자에 관심이 쏠린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20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개최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아래 AMA)에 참석한다.

초청 받은 방탄소년단은 AMA 기간 미국 간판 토크쇼에도 출연한다.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 ABC <지미 키멜 라이브>,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 출연해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싸이(박재상)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강제 진출한 방탄소년단은 북미에서 K팝 허리케인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싸이, 방탄소년단 다음은 누가 될까

트와이스, 비오면 비오는대로! 걸그룹 트와이스가 1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10월 1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기세가 매섭다. 트와이스는 지효 나연 정연 다현 채영(이상 한국) 모모 사나 미나(이상 일본) 쯔위(중국)로 구성됐다. 소속사는 JYP 엔터테인먼트(대표 박진영)다.

2015년 데뷔한 트와이스는 데뷔곡 '우아하게(OOH-AHH하게)'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신인상을 수상하며 첫 타석부터 홈런을 쳤다. 이어 'Cheer up', 'TT', 'Knock Knock', 'SIGNAL'까지 연달아 히트하며 걸그룹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독특한 안무가 돋보이는 'TT' 뮤직비디오는 지난 5월 K팝 여가수 최초로 유튜브 조회수 2억뷰를 돌파했다. 이어 'Cheer up' '우아하게' 뮤비도 각각 2억뷰를 넘었다. 전 세계 걸그룹 중 피프스 하모니(2015년 데뷔), 리틀 믹스(2012년 데뷔)에 이은 세 번째 대기록이다. 트와이스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라이키(LIKEY)' 뮤비도 6천만 뷰(14일 기준)를 돌파해 1억 뷰 달성은 시간 문제가 됐다.

트와이스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아시아에 한정하지 않고 북미와 유럽에서까지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미국 경제 월간지 <포브스>는 트와이스의 잠재력을 조명하기에 이르렀다. <포브스>는 지난 10일 '숫자로 보는 트와이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와이스가 슈퍼 걸그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포브스>는 "트와이스는 올해 가장 뜨거운 K팝 걸그룹"이라며 숫자를 통해 트와이스가 이룬 성과를 되짚어봤다. <포브스>뿐만 아니라 빌보드, 보그 등 미국 주요 음악매체도 트와이스를 주목하며 국제무대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트와이스, 미국에서 통할까?

트와이스 트와이스 일본앨범 이미지.

ⓒ JYP


그동안 미국에 진출한 K팝 여가수들은 현지화에 중점을 뒀다. 미국 여가수들은 섹시하고 파워풀하다. 비욘세, 리한나 등이 대표적이다. 뛰어난 가창력과 퍼포먼스, 카리스마 넘치는 공연을 펼친다. 미국에서 인정받은 역대 걸그룹도 멋지고 강렬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가 있다. 빅토리아 베컴, 게리 할리웰, 멜라니 B, 멜라니 C, 엠마 번튼으로 구성된 영국 출신 그룹으로 199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K팝 여가수들도 미국시장에 '녹아드는' 방법을 택했다. 그룹 투애니원 출신 씨엘(CL)은 미국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폭발적인 무대 공연과 영어 실력으로 팝시장에 연착륙했다. 이제는 K팝보다 미국 팝과 잘 어울린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걸그룹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는 스파이스 걸스를 떠올리게 한다. 뛰어난 각선미와 퍼포먼스로 미국 음악시장에 도전했다. 안착하진 못했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족적을 남겼다. 특히 소녀시대는 2012년 1월 미국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 출연해 '더 보이즈' 무대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트와이스는 소녀시대와는 다르다. 소녀시대가 멋지다면 트와이스는 앙증맞다. 미국 음악시장에서 트와이스와 비슷한 걸그룹은 찾기 어렵다. '여전사 이미지'의 미국 여가수들과 달리, 트와이스는 보살펴주고 싶은 여동생들이다. 상반된 노선과 희귀성에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미국 UCC사이트 '유튜브'에서도 트와이스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미국 네티즌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룹"이라고 입을 모았다. 9명의 팅커벨 같은 요정들의 상큼한 율동과 멜로디는 힐링을 안겨준다.

트와이스는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TT'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핼러윈 콘셉트로 북미 팬들의 호감을 얻었다. 지효는 겨울왕국의 엘사, 정연은 피노키오, 미나는 잭스 패로우, 모모는 팅커벨, 채영은 인어공주 등으로 변신했다. 멤버들 각자 개성이 뚜렷해 미국에 진출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트와이스를 만든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은 미국 진출 경험이 있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은 팝가수 윌 스미스, 캐시, 메이시에게 곡을 주면서 뛰어난 작곡가로 인정받았다. 박진영이 작곡한 'When Your Body Is Talking'이 수록된 캐시의 데뷔앨범 '캐시(Cassie)'는 2006년 빌보드 앨범차트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원더걸스의 현지화 전략, 트와이스의 전략은?

트와이스 트와이스 일본앨범 이미지.

ⓒ JYP


그런가 하면 박진영의 1호 걸그룹 원더걸스는 2009년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 투어 오프닝 공연(13회)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노바디'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76위에 오르며 어느 정도 결과를 얻었다. 얼굴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미국 전역의 스타가 되진 못했다.

원더걸스는 국내에서는 국민 여동생으로 통했지만 미국에선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 2010년 미국에서 발표한 싱글 '2 Different Tears'는 원더걸스의 기존 노선과 조금 달랐다. 전자 기타를 들고서 카리스마 넘치는 공연을 펼쳤다. 80년대 레트로풍 멜로디에 울리는 창법이 조화를 이루며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했다. 미국의 팝 가수들과 다를 바 없는 색깔이었다.

박진영은 미국 진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앞선 시행착오를 통해 답을 얻었을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향후 1, 2년 철저한 준비를 통해 트와이스의 미국 진출을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 무엇보다 원더걸스 시절보다 미국 내 K팝 위상이 더욱 올라가 유리해진 상황이다.

K팝의 공습이 거세다.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1960년대 영국 출신 가수들이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크게 흥행했던 경향-편집자 주)'에 비견될 정도다. 오랜 시간 다져진 노력의 성과다. 연습생들은 수년간 훈련을 거쳐 아이돌로 탄생한다. K팝 가수들은 전 세계를 부지런히 돌며 콘서트를 열었다. 아시아, 중남미, 유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싸이가 미국에서 '강남스타일'로 물꼬를 텄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방점을 찍었다. 이제는 '걸그룹 파워'를 보여줄 차례다. 미국 포브스가 주목한 트와이스가 언젠가 팝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좋은 활약이 예상된다. 트와이스의 거침없는 행보에 관심과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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