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 전에는 많은 전문가와 무수한 매체에서 시즌 판도를 예상해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여지없이 빗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모 웹툰의 대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일까? 자신감 있게 예상하던 모습과는 달리 시즌 전 예상을 복기해 보는 이들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다.

2017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도 역시 각 구단별 최고의 상황(백일몽)과 최악의 상황(악몽)을 예측해 본 바 있다.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악몽을 접한 팀들도 있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달콤함을 누린 팀도 있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2017시즌 백일몽과 악몽이 어느 지점에서 적중했고 어디에서 빗나갔는지 팀별로 복기해보며 올해 프로야구를 마무리하도록 하자. (연재 순서는 10위팀부터 역순으로 진행) - 기자 말

[관련기사] 2017 백일몽과 악몽: 김성근과 한화는 '해피엔딩' 맞을까

한화 이글스 (시즌 8위 61승 2무 81패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KBO 야매카툰] 가을야구,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중)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KBO 야매카툰] 가을야구,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중)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백일몽 (10개 예상 중 0개 적중)

1. '330만달러 듀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10만불 당 1승씩을 거둔다. -> 땡! 오간도는 10승 5패, 비야누에바는 5승 7패로 총 15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기록이다. 이 둘이 15승을 더 기록했다면 한화는 시즌 76승을 거둘 수 있었다.

2. 이태양이 시즌내내 얼굴값, 이름값을 한다.
-> 땡!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시즌 아웃된 이태양은 16경기 3승 6패 ERA 7.17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선수 본인에게도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시즌이었다.

3. 배영수와 송은범이 2012년으로 돌아간다.
-> 땡! 2012년 배영수와 송은범은 각각 12승 8패 ERA 3.21, 8승 3패 ERA 4.15를 기록했다. 배영수에겐 부진을 털고 5년 만에 10승을 거둔 시즌이었고, 송은범에겐 마지막으로 4점대 ERA를 기록한 시즌이었다. 올 시즌 두 선수 모두 재기를 꿈꿨으나, 배영수는 7승 8패 5.06, 송은범은 승리 없이 4패 6.51로 시즌을 마쳤다.

4. 홈런왕-타점왕 로사리오가 테임즈의 뒤를 따른다.(16시즌 33홈런 120타점)

 지난해 이상의 기록을 남긴 로사리오. 기복과 부상이 아쉬웠다.

지난해 이상의 기록을 남긴 로사리오. 기복과 부상이 아쉬웠다. ⓒ 한화 이글스


-> 땡! 로사리오는 119경기에서 타율 0.339, 37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최정과 러프에 밀려 홈런왕, 타점왕 등극에 실패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컴백을 노리고 있다.

5. 김태균이 생애 첫 MVP를 차지한다.(16시즌 타율 0.365, 23홈런 136타점)
-> 땡! 2시즌에 걸쳐 8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지만 8월 옆구리 통증으로 4주간 결장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균의 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340, OPS 0.958 17홈런 76타점이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김태균이라는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

6. 회춘한 조인성이 포수계의 '더킹'이 된다.
->  땡! '앉아쏴'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인성은 올 시즌 불과 16경기에 나서 타율 0.138에 그쳤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조인성은 두산 배터리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7. 박정진-권혁-정우람이 팀 구원ERA 1위를 이끈다. (16시즌 구원ERA 7위)
-> 땡! 박정진과 권혁, 정우람은 각각 ERA 3.94, 6.32, 2.75를 기록했다. 박정진과 정우람은 제 역할을 다했지만 권혁은 팔꿈치 부상 복귀 후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 결과 한화의 구원 ERA는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지만 5.15로 5위에 그쳤다.

8. 하주석, 신성현, 양성우, 강경학, 김원석, 박준혁이 연쇄폭발한다.
-> 땡! 이들 중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1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하주석이 유일했다. 양성우(0.57), 강경학(-0.49), 김원석(0.59), 박준혁(-0..24)은 팀 승리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신성현(-0.24)은 두산으로 적을 옮겼다.

9. 06년 류현진 이후 첫 신인왕이 나온다.
-> 땡! 16시즌 입단한 김재영이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류현진의 뒤를 이을 한화 신인왕의 꿈은 요원하다.

10. 10년만에 가을잔치가 열린다. 시즌 후 김성근 감독과 웃으며 작별한다.
-> 땡! 계약 마지막 해였던 김성근 전 감독은 프런트와의 극심한 갈등 끝에 시즌 도중 팀을 떠났고 내홍에 시달린 한화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악몽(10개 예상 중 7개 적중)

1.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시즌 중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투자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비야누에바-오간도.

투자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비야누에바-오간도. ⓒ 한화 이글스


->  땡! 두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함께 했다.

2. 이태양과 심수창은 얼굴만 잘생겼다.
->  딩동댕! 이태양은 올 시즌 16경기 3승 6패 ERA 7.17, 심수창은 48경 3승 1패 2세이브 2홀드 ERA 4.74를 기록했다. 두 선수 외모 이상의 기량은 보이지 못했다.

3. 김태균-정근우-이용규를 동시에 보기 어렵다. (16시즌 WAR 합산 : 16.7)
->  딩동댕! 세 선수가 동시에 출장한 경기는 전체 144경기 중 21경기에 불과했다. 셋의 합산 WAR은 고작 5.8, 지난해에 비해 1/3 수준으로 줄었다. 이들의 부상 이탈과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4. 로사리오가 다시 짐싸리오라고 불린다.
->  땡! 한화가 10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로사리오 때문이 아니었다. 기복은 있었지만 로사리오의 홈런포는 놀라웠다.

5.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특훈과 혹사는 계속된다.
-> 딩동! 김성근 전 감독은 변하지 않았고 결국 팀을 떠났다.

6. 한화 야수들의 '행복 수비' 모음이 우울증 치료제로 쓰인다.
->  땡! 올 시즌 한화는 팀 실책 91개로 최소 공동 3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124개로 최다 2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수치상 상당폭 개선됐다.

7. 베테랑 영입이 재개된다.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긴다.(16시즌 29.4세. 리그1위)
->  딩동! 올 시즌 한화의 선수 영입은 두 외국인 투수 오간도(35)와 비야누에바(35),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재훈이 전부였다. 이들의 영입을 무작정 베테랑 영입이라 보기는 어려우나 올 시즌 한화는 평균 연령 30.4세로 30세를 넘겼다. 보유 선수들의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평균연령이 올라간 것으로 판단된다.

8. 감독의 '탓,탓,탓' 멘트가 격일제로 기사화된다.
-> 딩동댕!

 2017시즌 감독과 단장의 갈등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출처: [야매카툰] 이매진: 김성근 vs 박종훈 중)

2017시즌 감독과 단장의 갈등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출처: [야매카툰] 이매진: 김성근 vs 박종훈 중)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9. 감독과 단장이 월례 행사처럼 충돌한다. 포털 스포츠면을 도배한다.
-> 딩동댕! 김성근 전 감독과 박종훈 단장은 시즌 개막 전부터 선수단 운영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두 사람의 갈등은 대다수 매체를 통해 공공연하게 보도됐고 포털 사이트 스포츠면을 도배했다.

10. 11년 SK에서 발생한 일이 시즌 중 재현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 딩동댕! 2011년 8월 18일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재계약을 두고 구단과 마찰을 일으켜 시즌이 종료된 후 사퇴할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곧바로 김성근 감독을 경질했고 이후 SK는 이만수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세부적인 사정은 달랐지만 데자뷔같은 상황이 지난 5월 23일 벌어졌다.

* 2017 시즌 결산

2017시즌은 김성근 감독의 3년 계약 마지막해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화는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즌 초반 하위권을 맴도는 와중에 감독과 프런트 사이의 갈등은 봉합이 어려운 수준까지 치달았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이후 이상군 감독 대행이 뒤숭숭한 팀 분위기를 어느정도 수습했지만 팀 순위는 8위에 그쳤다.

총 330만불을 들여 야심차게 영입한 오간도-비야누에바 외국인 투수 듀오의 활약이 아쉬웠다. 총액 180만 달러에 입단한 오간도는 19경기 10승 5패 ERA 3.93을 기록했지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150만 달러에 입단한 비야누에바 역시  20경기 5승 7패 ERA 4.18에 그쳤고 잦은 부상으로 이닝(112이닝)소화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 2년 만에 완투승을 기록했지만 여러모로 매끄럽지 않았던 시즌이었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 2년 만에 완투승을 기록했지만 여러모로 매끄럽지 않았던 시즌이었다. ⓒ 한화 이글스


국내 투수들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시즌 25회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선발 등판을 기록한 배영수는 ERA 5.06으로 삼성 시절 모습은 재현하지 못했고 윤규진과 안영명 또한 각각 5.22, 5.75의 ERA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영건 사이드암 김재영(4.54)만이 국내 선발 중 유일하게 4점대 ERA를 기록하며 위안거리가 됐다.

불펜은 마무리 정우람이 26세이브(5블론) ERA 2.75로 분전했지만 정우람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험난했다. 4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 중 제 기량을 발휘한 것은 후반기 분전한 박정진(3.94)정도였으며 송창식(6.63)과 권혁(6.32)은 혹사와 수술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선발과 불펜 모두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한 한화의 팀 ERA는 5.30(8위)에 그쳤다.

 정근우, 김태균, 이용규 3인방의 완전체 구성은 멀고도 험난했다.

정근우, 김태균, 이용규 3인방의 완전체 구성은 멀고도 험난했다. ⓒ 한화 이글스


이름값이 화려한 타선은 팀OPS 0.785(7위)에 그쳤다.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이용규가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그 공백을 메우는 듯했던 김원석 역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외에도 최진행, 이성열, 송광민, 김태균, 하주석, 허도환 등이 차례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나마 버텨주던 로사리오와 최재훈, 정근우까지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팀을 대표하는 주축 3인방 이용규와 정근우, 김태균이 동시에 출장한 경기는 단 21경기 뿐이었다.

역대급 부상 악몽 속에서도 로사리오와 정근우, 이성열, 송광민은 분전했고, 하주석 또한 지난 시즌에 비해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내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만년 유망주 오선진은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급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였다. 양성우 또한 시즌 초반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2년 연속 100안타를 달성하며 지난해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5월 23일 이후 김성근 감독이 퇴진하고 이상군 대행이 선수단을 수습했지만, 한화는 시즌 내내 부상과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한용덕 한화 신임감독

한용덕 한화 신임감독 ⓒ 한화 이글스


한화는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한용덕 감독 선임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한용덕 체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겨우내 전열 재정비와 긴 호흡의 리빌딩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체질 개선에 전념해야 한다. 구단과 팬들의 인내심이 절실하다.

[관련기사] '5년' 낭비한 한화, 한용덕이 돌아왔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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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김호연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그런데 다스는 누구겁니까?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한용덕 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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