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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이 중심인 '잘 놀고, 잘 배울 수 있는' 유아 성장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인권이 존중되는 안전한 유치원,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치원을 강조한다. 공교육 현장에서 유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충남 유아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탐방은 오는 11월까지 월 두 차례 연재 예정이다. [편집자말]
한 아이가 다른 나라의 전통복장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한 아이가 다른 나라의 전통복장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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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실로 들어섰다. 원아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입은 옷도, 즐기는 놀이도 조금 남다른 데가 있다. 한 아이는 다른 나라의 전통복장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놀이가 끝나자 아이들이 옷을 벗어 가지런히 옷걸이에 걸어둔다.


교실 한편에 나라별 옷가지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전시품이 아니라 평소 아이들이 놀이 시간 때마다 입는 옷이다. 또 나라별 놀이기구도 놓여 있다. 신기방환(중국), 저이주엔(베트남), 세팍타크로(태국), 코코넛 밟기(베트남), 연콩쥬놀이(중국)... 등 놀이기구도, 놀이 이름도 낯설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이곳 태안이원초병설유치원(원장 남의현) 아이들에겐 익숙해 보인다. 한 아이에게 "'저이주엔'이 뭐냐"고 묻자, 곧바로 시범을 보이며 "베트남 공기놀이"라고 답한다.

유치원 벽면에는 수상가옥 등 나라별 가옥 형태와 명소가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화폐 단위까지 설명이 돼 있다. 교실 환경 곳곳에서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원초병설유치원은 본교 유치원과 관동분교 2곳이다. 이 날은 모두 본교에서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본교유치원과 분교유치원에 다니는 13명(본교 6, 분교7) 중 절반이 넘는 7명의 원아가 다문화 가정이다. 이 유치원이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유치원으로 지정된 이유다.

"말문 트이는 걸 보면 뿌듯하죠"


태안 이원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이 전통놀이 후 음식만들기 체험을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태안 이원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이 전통놀이 후 음식만들기 체험을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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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이원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이 음식 만들기에 앞서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태안 이원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이 음식 만들기에 앞서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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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치원에 다니는 영준이는 다섯 살이 되었지만, 언어표현 능력이 잘 되지 않는다. 엄마가 베트남에서 이주해 왔는데 가정 내 언어 교육이 부족한 때문이다.


"언어발달이 뒤처지면 사회성 부족으로 이어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죠." (강지희 교사)

이 유치원에서는 태안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태안교육지원청 특수학교지원팀과 연계해 다문화 가정 원아들의 언어활동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교사들은 일상생활에서 언어촉진이 가능하도록 관심과 대화를 꾀한다.

또 언어발달지도사가 매주 방문해 맞춤형 개별화 교육을 하고 있다. 언어발달지도사는 다문화가족 자녀가 연령에 맞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언어발달 정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언어교육을 벌인다.

마침 이날도 언어발달지도사가 방문해 두 명의 원아에게 언어발달지도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어요. 영준이의 경우 처음엔 아무 말도 못 했는데 지금은 두 음절 이상 단어로 의사 표현을 해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요. 두 음절이지만 어느 날 아이가 말문이 트이는 걸 보면 뿌듯하죠." (류운희 교사)

무엇보다 이 유치원에는 구성원 모두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 없다. 오히려 엄마 나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유치원에서 벌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다양성을 인정하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도 학부모 특별프로그램 목적으로 다문화 요리체험이 한창이었다.

편견은 없고 호기심과 관심은 많고


원아들이 음식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원아들이 음식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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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원아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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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보인 요리는 베트남 음식인 월남쌈과 쌀국수다. 유치원 옆 요리실에 모인 엄마들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우선 월남쌈에 들어 갈 오리고기, 당근 등 재료를 척척 다듬고 익혀 내놓는다. 한쪽에서는 쌀국수에 들어갈 육수가 끓고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 먹기 좋게 음식을 완성해 내놓을 거라는 예측은 금세 빗나갔다. 한 베트남 엄마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월남쌈을 만드는 요령을 설명하더니, 이어 아이들이 테이블마다 앉아 준비된 음식 재료를 놓고 직접 쌈을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각 테이블에서 아이들의 쌈 만들기를 거들었다.

지난 추석 때는 송편을 만들었고, 이전에는 야외도시락(유부초밥, 김밥, 꼬마김밥), 화전 등을 만드는 체험 행사를 벌였단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수업이 많아요. 다른 나라에 대한 편견은 없고 오히려 해당 나라 음식을 먹고 옷을 입으면 '우리 엄마나라' 또는 '누구네 엄마 나라'라며 좋아해요.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매우 높아요." (류운희 교사)

이 유치원의 다문화 교육은 일상적이고 체계적이다. 방과후 활동으로 세계 음악, 세계 미술 활동은 유아들의 다문화 감수성을 높인다. 나와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세심함이 느껴진다.

유치원에서 서울로 가족 소풍에 영화 구경까지...


원아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원아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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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유치원 아이들과 엄마들이 교사들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나섰다. 남산과 63빌딩에도 가 보고, 케이블카도 타고, 경복궁도 둘러봤다. 유치원에서 만든 문화 체험 활동이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뮤지컬 공연을 보기도 했다. 토요일을 이용, 두 가정씩 엄마와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람을 가기도 한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사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체험 활동의 일부다.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의 경우 두문불출하고 집에서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 중이에요. 반응이 참 좋아요." (강지희 교사)

교사들도 적극적이다. 동아리를 만들어 나라별 놀이를 익히는 등 다문화 교육을 위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학교에서도 적극 돕고 있다. 지난 가을에 열린 운동회 때는 초등학교와 연계해 나라별 옷을 입고 해당 국가를 소개하는 입장식 행사도 벌였다.

"교장 선생님은 교사들이 제안하면 뭐든지 들어주세요. 교사들도 열성적이고요. 좋은 일도 신이 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류운희 교사)

'전업은 있어도 전학은 없다'


태안 이원초 병설유치원 본교 전경. 이 유치원은 본교외에 관동분교가 있다.
 태안 이원초 병설유치원 본교 전경. 이 유치원은 본교외에 관동분교가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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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도 좋다. 부모님 직장 문제로 이사를 했던 아이가 되돌아 오기도 하고, 멀리 태안읍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일부러 이 유치원을 오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님의) 전업은 있어도 (아이들의) 전학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다. 기존 누리과정만도 벅찬데 다문화 교육과정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힘들죠. 하지만 아이들의 변화가 느껴질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신이 납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해 8곳을 운영하던 다문화 유치원을 올해 15곳으로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


태그:#충남도교육청, #이원초병설유치원, #다문화, #유치원, #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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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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