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KIA 양현종(오른쪽)과 신인상 수상자 넥센 이정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KIA 양현종(오른쪽)과 신인상 수상자 넥센 이정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우수 신인상(신인왕)은 프로야구 선수라면 가장 받고싶어하는 상 중 하나이다. 최우수 선수상(MVP), 골든글러브 등 많은 상이 있지만, 최우수 신인상은 선수생활 중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혹독한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고군분투하여 프로지명을 받은 것만 해도 힘든데,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고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아 단 한 명밖에 주어지지 않는 최우수 신인상은 프로야구 선수들한테는 훈장임과 동시에 미래를 어느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최우수 신인상 규정은 기존의 다수결 투표제에서 점수제로 변경됐다. KBO 최우수 신인상 규정(제7조 : 한국야구위원회 회원구단의 선수로서 5년 이내, 투수는 30이닝 이내, 타자는 60타석 이내, 외국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되었던 선수제외)의 자격요건을 채운 전 선수를 대상으로 투표인단이 자율로 투표를 실시하며 총 획득 점수가 가장 높은 선수가 상을 차지하게 된다.

투표는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의 KBO 리그 취재기자들이 실시하며, 1위부터 3위까지 순위를 정해 기표하는 방식이다. 1위 5점, 2위 3점, 3위는 1점을 받게 되며, 점수를 합산해 가장높은 점수를 획득한 선수가 신인왕으로 최종 선정된다. KBO가 신인상 투표를 점수제로 변경하는 것은 1983년부터 1995년까지 실시한 이후 21년 만이다.

2017년 최우수 신인상의 영예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인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수상했다. 이정후는 144경기에 전경기 출전하며 타율 0.324, 179안타(공동 3위), 2홈런 12도루 47타점, 111득점(3위), 3루타 8개(공동 2위)를 기록했다. 2007년 두산 베어스 임태훈 이후 10년만에 나온 프로 1년차 및 고졸 1년차 신인왕이며 2001년 한화 이글스 김태균 이후 16년만에 나온 고졸 1년차 타자 신인왕이다. 또한 신인 역대 데뷔시즌 최다 안타를 기록했으며, 1998년 삼성 라이온즈 강동우 이후 19년만에 나온 데뷔시즌 규정타석 3할 신인왕이다. 최우수 신인상 수상자 중에서는 1997년 LG 트윈스 이병규 이후 20년만의 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신인왕은?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했다. 기존 실업팀과 아마추어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가 대거 프로야구에 합류했기 때문에, 프로야구 출범 첫 시즌에는 신인왕이 선정되지 않았다. 1983년 시즌에 첫 최우수 신인이 선정되었는데, 그 주인공은 OB 베어스 박종훈(現 한화 이글스 단장)이다.

신일고와 고려대를 졸업 후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다가 실업 야구팀인 상업은행을 거쳐 198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OB 베어스의 1차 2순위 지명을 받았다. 시즌 97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06, 117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장효조와 함께 리그에서 유일하게 좌타자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수상하며 장효조(타율 0.379·당시 27세)와 김시진(17승, 방어율 2.55·당시 25세)을 제치고 프로야구 첫 신인왕에 선정됐다.

 "신인상 받을 사람 나야나" 만장일치 신인왕은 누구?

한국프로야구 35번의 신인왕 중 만장일치는 딱 한 번 나왔다. 주인공은 '호타준족'의 대명사 1996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 중견수로 뛰었던 박재홍(現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연고팀 해태 타이거즈에 1차 지명을 받았으나 연세대학교로 진학하였다. 연세대를 졸업 후 다시 해태 타이거즈로 입단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현대 유니콘스가 박재홍의 지명권을 받는 대신 투수 최상덕을 해태 타이거즈로 보내주며 우여곡절 끝에 현대로 입단할 수 있었다.

박재홍의 프로 첫 시즌은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중견수로서 폭넓은 수비를 자랑하며 투지넘치는 플레이를 보인 박재홍의 진가는 타격에서 나타났다. 12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95, 출루율 0.369, 장타율 0.559, 142안타 30홈런 108타점 36도루를 기록했다. 홈런, 타점, 장타율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외야수 부문에서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특히,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만장일치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나도 신인이오" 최고령 신인왕은?

신인왕은 모든 프로야구 선수에게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프로에 입단한지 첫 번째 시즌에 주어지는게 정식적으로는 맞는 이론같지만 아마추어 시절을 끝내고 프로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곧장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기에는 상식적으로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즌 1군경력 투수 30이닝 이내 타자 60타석 이내'라는 규정을 두어 '중고 신인'도 신인 자격을 부여받는다. 그렇다면 가장 높은 나이에 신인왕을 받은 선수는 누구일까?

2016시즌 27세의 나이에 신인왕을 받은 넥센 히어로즈 투수 신재영이다. 신재영은 대전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8라운드로 NC 다이노스에 입단했다. 이후 2013년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되었고,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2015년 복귀했다. 2016년 투수 조상우의 이탈로 선발진에 합류했으며, 첫 등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붙박이 선발로 낙점됐다.

2016년 신재영의 기록은 30경기에 출전하며 15승 7패 방어율 3.90을 기록했다. 168⅔이닝을 던져 21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볼넷허용률(BB/9)은 1.12에 그쳤다. 27세에 최우수 신인에 선정되며, 종전기록(2008년 삼성 최형우-2011년 삼성 배영섭 : 고졸출신 25세)을 경신했다.

"신인, 당신은 도대체" 가장 압도적이었던 신인은?

'야구 잘하는 형'이 가득한 프로야구리그. 이중에서 쟁쟁한 형들을 제치고 최우수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리그를 지배한 신인은 누가 있을까? 많은 신인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세 명을 간추린다면, 1989년 태평양 돌핀스 박정현, 1993년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 2006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다.

박정현은 1988년 유신고를 졸업하고 태평양에 입단하고 2년차인 1989년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하였다. 1989년 박정현은 38경기에 출전하며 19승 10패 2세이브 방어율 2.15를 기록했다. 무려 242⅔이닝을 소화했다. 다승부문 2위, 방어율 2위, 이닝 2위, 승률 0.655로 5위, 17완투로 2위, 4완봉승으로 2위를 기록하였다. 대부분 그의 기록지표 앞에는 당시 MVP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존재했다.

양준혁(現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구상원고와 영남대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 앞서 2차지명 1순위권이었던 OB 베어스가 백지수표와 아파트를 제안했으나 거절했고, 2순위권이었던 쌍방울 레이더스가 지명했지만 상무 피닉스에 입단했다. 2차 지명권의 시효가 1년이었기 때문에 만료가 되고, 다시 삼성 라이온즈에 1차지명되어 그가 원하는대로 '파란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양준혁은 1993년 10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41(1위), 130안타(5위), 23홈런(2위), 90타점(2위), 82득점(2위), 장타율 0.598(1위), 출루율 0.436(1위)를 기록했다. 타점은 팀선배 김성래에 한 개차로 뒤져 2위를 기록했다. 타율과 장타율, 출루율에서 1위를 기록하며 유일무이한 신인 타격3관왕을 이뤄냈다. 당시 골든글러브는 쌍방울 레이더스의 김기태가 지명타자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이었던 신인을 꼽으라면 당연히 2006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에 2차지명 받은 류현진은 빠른 직구와 써클체인지업을 앞세우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28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18승(1위) 6패 방어율 2.23(1위) 201⅔이닝(2위) 204삼진(1위) 승률 0.750(2위)를 기록했다. 완투도 여섯번을 하며 1위를 기록했다.

류현진(現 LA 다저스)은 신인왕은 물론이거니와, 신인 최초로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다승·방어율·삼진)을 달성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를 제치고 MVP도 차지하였다. 결국은 만 19세의 신인이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MVP·골든글러브·최우수 신인상을 모두 석권한 것이다.

"생애 단 한번의 영광은 나에게" 가장 치열했던 신인왕 경쟁은?

신인왕은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누구나 받고싶어하는 상이기에 우수한 기량을 가진 신인들은 신인상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치열했던 신인왕 경쟁은 어느 시즌이었을까? 세 번으로 추려본다면 1993년 양준혁과 이종범, 1994년 유지현과 김재현과 서용빈, 2001년 김태균과 박한이다.

1993년 양준혁과 이종범은 각기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양준혁은 10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41, 130안타, 23홈런, 90타점, 82득점, 장타율 0.598, 출루율 0.436를 기록했다. 타점은 팀선배 김성래에 한 개차로 뒤져 2위를 기록했다. 타율과 장타율, 출루율에서 1위를 기록하며 유일무이한 신인 타격3관왕을 이뤄냈다.

이종범(現 국가대표팀 코치)은 광주제일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12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80, 133안타, 16홈런, 53타점, 85득점, 73도루, 출루율 0.331, 장타율 0.432를 기록했다. 득점 1위, 도루 2위, 안타 2위를 기록했으며 단일 경기 최다 도루(6개)를 한 바 있다. 신인왕은 양준혁에게 돌아갔으나 이종범은 팀을 우승시키며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1994년 신인왕 경쟁은 집안싸움이었다. '신인 트리오' 유지현(現 국가대표팀 코치)과 김재현(現 국가대표팀 코치), 서용빈(前 LG 트윈스 코치)이 경합을 벌였다. 유지현은 충암고와 한양대를 졸업하고 12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05, 147안타, 109득점, 51득점을 기록했다. 안타 3위, 도루 2위, 득점 2위를 기록했다. 김재현은 신일고를 졸업하고 125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89, 134안타, 21홈런, 21도루, 80타점, 81득점을 기록했다.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며 신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서용빈은 선린상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12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18, 157안타, 72타점, 72득점을 기록했다. 신인 첫 사이클링 히트(4월 16일)를 성공했으며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신인왕은 유지현에게 돌아갔고, 세명은 합심하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켰다.

2001년은 김태균과 박한이의 경쟁이었다. 김태균은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88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35, 장타율 0.649, OPS 1.1085, 82안타, 20홈런, 54타점을 기록했다. 박한이는 부산고와 동국대를 졸업하고 130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79, 117안타 13홈런, 17도루, 77득점을 기록했다. 신인왕은 김태균에게 돌아갔으나 논란의 여지는 계속됐다. 순수신인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세 자리 수 안타를 때려낸 박한이가 신인왕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규정타석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고졸 신인이 20홈런을 돌파했다는 점이 김태균에게 큰 점수가 부여된 것이었다. 또한 당시 MVP가 이승엽이 수상할 확률이 컸기 때문에 같은 팀원에게 신인왕을 주기보다는 다른 팀 선수에게 주는게 좋겠다는 분위기였다. 이후 김태균과 박한이는 연봉에서도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신인왕과 관련된 수치

역대 신인왕 포지션별 분포는 투수가 가장 많다. 투수가 총 17회, 포수가 3회, 내야수가 6회, 외야수가 9회다. 신인왕 최다 배출 구단은 두산(OB 포함)과 현대(태평양 포함)로 6회이다. 최소 배출구단은 KT로 0회다. 참고로 롯데와 SK가 1회다.

대졸과 고졸 분포를 보면 대졸은 총 16회, 고졸은 19회다. 2000년 이후 대졸 신인왕은 단 세 차례이고, 최근 10년 동안 한 차례에 불과하며 6년 연속 고졸출신이 최우수 신인상을 받고 있다.

각 구단 마지막 신인왕은 KIA는 1985년 당시 해태 타이거즈 이순철, 두산은 2010년 양의지, NC는 2014년 박민우, 롯데는 1992년 염종석, SK는 2000년 이승호, 넥센은 2017년 이정후, LG는 1997년 이병규, 한화는 2006년 류현진, 삼성은 2015년 구자욱, KT는 아직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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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프로야구, 아마야구 등을 작성합니다. 이 글은 블로그 'http://blog.naver.com/dudtj1787'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영서 = dudtj1787@naver.com)
김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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