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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이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이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 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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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본가궁중족발'이 문을 열었다.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263만 원을 조건으로 계약했다. 가게가 개업하자마자 장사가 잘 될 리 만무하다. 2~3년은 같은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응대로 손님들과 안면을 쌓아야 단골도 조금 생기고, 빚도 갚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가궁중족발 사장 부부도 다르지 않았다. 영업한 지 4년이 되어가는 2013년 1월, 노후한 가게를 전부 뜯어고치는 데만 3500만 원을 들였다. 금방 장사를 접을 생각으로 사비를 들여 가게를 고치는 임차상인은 없다.

2015년 5월, 263만 원이던 월세가 297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얼핏 임대료 인상폭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매달 현금 34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오른 월세도 잘 갚아낼 수 있으리라. 모든 임차상인은 임대료 인상에 앞서 그렇게 마음을 먹는다. 2016년 1월, 건물주가 바뀌었다. 건물주는 보증금을 1억 원, 월세를 1200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본가궁중족발이 임대료 인상에 응하지 않자 건물주는 월세를 입금할 계좌 번호를 가르쳐주지 않고, 일절 연락을 받지 않았다. 임차인이 3기분의 임차료를 연체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조항을 악용한 것이다. 3개월 후, 건물주는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은 공탁 제도를 이용해 법원에 월세를 대신 납부했지만, 갱신보호기간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보증금 3천, 월세 263만원... 7년 만에 보증금 1억, 월세 1200만원

건물주 이씨가 '맘상모' 회원들의 항의를 피해 도망가는 모습.
 건물주 이씨가 '맘상모' 회원들의 항의를 피해 도망가는 모습.
ⓒ 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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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1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건물주는 첫 번째 강제 집행을 시도했다. 오전 6시께 사설 용역업체 직원 60여 명, 법원 노무자 40여 명이 들이닥쳤다. 전날부터 본가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해 모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 상인, 정당 · 시민단체, 신학생, 예술가 등이 쇠사슬을 앞에 두고 집행을 막았다.

용역업체 직원들과 네 시간이 넘도록 대치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이 폭행을 당해 이가 부러졌다. 김우식 사장은 현 건물주가 2016년 48억 원에 건물을 매입해 2년 만에 70억 원이 넘는 매매가로 내놓았다며, 투기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물 하나가 투기에 성공하면 이웃 가게가 줄줄이 내몰리는 결과를 낳는다.

젠트리피케이션 논의 활발해졌지만...

11월 9일, 오후 4시 55분께 본가궁중족발 앞으로 차량이 연이어 멈춰 섰다. 두 번째 강제 집행이었다. 사설 용역업체 직원들이 음식점으로 진입했고,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차례로 끌려나왔다.

용역업체 직원은 사람의 머리에 팔을 걸고 주먹질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김우식 사장은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제발 도와달라는 김우식 사장 등의 절규를 무시했다. 사인 간의 재산권 분쟁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건물주 측은 "명도 소송의 승소에 따라 강제집행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집행이 끝난 뒤, '장남주우리옷'의 김영리 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장남주우리옷은 건물주 삼청새마을금고로부터 강제 집행을 당해 13달을 길 위에서 텐트를 치고 싸운 끝에 합의한 바 있다.

김영리 사장은 건물주와 임차상인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일이 본가궁중족발에는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며,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한 "고통 앞에는 중립이 없다"는 교황의 말씀을 인용하며 건물주를 규탄했다. 이어, 이 나라가 건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만큼 임차상인(세입자)의 재산권과 인권 역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가궁중족발 내부 CCTV 화면
 본가궁중족발 내부 CCTV 화면
ⓒ 맘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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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젠트리피케이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아직도 임차상인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쫓겨나지 않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을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본가궁중족발 건물주 역시 본인의 페이스북에 "시세차익 다다익선"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이고, 어쩔 수 없다는 말 따위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올해 정부는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대책에서 갱신보호기간을 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내용으로 발의된 개정안은 지금껏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태그:#젠트리피케이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임대차보호법, #임차상인,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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