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5일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아래 <블랙하우스>)가 방영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자리에 그대로 편성된<블랙하우스>는 1회 시청률 6.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방송 전부터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렸던 <블랙하우스>는 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냈을까?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귀환

지난 보수 정권 9년간 시사 프로그램들은 힘을 잃었다. 기존의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들은 폐지되거나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했다. 정권에 민감한 사안, 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사안들은 국민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한 방송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음지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 있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탄핵정국을 이야기 했던 김어준 총수는 말하자면 '음지의 수장'이었다.

그런 김어준 총수가 MC를 맡게 된 <블랙하우스>는 시사 프로그램의 귀환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와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의 독립 문제,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등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이 보도하지 않았던 내용들을 담았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 SBS


시사 프로그램이 위축됐던 시기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는 프로그램의 귀환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또 사회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일이다. 지난 9년과 달리 지상파 방송의 정치색을 벗기고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또한 국민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역으로 고민해봐야 할 질문을 던지는 방송이 지상파에 등장한 것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차원이 달랐던 '김어준 식' 프로그램

개인적으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들과 가장 다르게 느껴진 부분은 '김어준 식' 인터뷰였다. 1회에서 김어준은 청해진 해운 회장 고(故) 유병언씨의 아들 유대균씨를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2회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

두 명의 인터뷰에서 <블랙하우스>가 여타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보여준 부분은 내용과 과정이다. 그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다양한 인터뷰가 있었지만 유대균씨와 청해진 해운에 대한 인터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터뷰를 하기 힘들어서 일수도 있지만 참사에 대한 넓은 시각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그 내용은 달랐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사건들과 사고 이후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강경화 장관 인터뷰에서는 '김어준 식' 인터뷰가 빛을 발했다. '장관 강경화'가 아닌 '자연인 강경화'에 대한 인터뷰는 고위 공직자가 아닌 자식을 둔 어머니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강경화의 모습을 보여줬다. 궁금한 것은 끝까지 묻고, 직위와 직급에 상관없이 솔직한 질문을 하는 '김어준 식' 인터뷰는 <블랙하우스>가 보여준 색다른 방식이자 <블랙하우스>만의 인터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 SBS


무거운 주제 속의 무거운 웃음

방송된 1, 2회 중에서 가장 큰 재미를 줬던 장면은 개그우먼 강유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인터뷰 하기 위해 취재하는 과정이었다. 제작진과 강유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최근 이슈가 되는 '다스' 소유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자주 가는 장소들과 집무실 근처를 찾았다.

강유미는 다른 기자들처럼 취재에 대한 의욕을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자주 테니스를 치러 방문했다는 국군 기무사령부 근처에 들러 주변을 돌아다녔다. 자주 가는 식당과 집무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인터뷰 요청 공문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현직 기자들이 해야할 일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 하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번 방문했다는 식당 사장에게 "다스는 누구 것인지 물어봐달라"는 부탁은 큰 웃음을 주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엉뚱한 타이밍에 던진 질문은 웃음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기자가 아닌 개그우먼이 취재를 하면서 이 전 대통령 본인이 아닌 만날 가능성도 희박한 음식점 사장에게 던진 부탁은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론은 질문을 포기했고, 방송은 진실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반인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진실을 찾아야 했다. 어쩌면 블랙하우스에서 강유미가 보여준 모습은 지난 날의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유미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취재를 했고, 그 속에 만들어낸 웃음도 무거웠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 SBS


격이 다른 시사프로그램은 정규편성이 될 수 있을까

아직 <블랙하우스>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정규 편성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됐지만 충분히 가치를 입증했다. 그간 제대로 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부제 속에서 <블랙하우스>는 정규 편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진행자 김어준은 늘 질문을 던져왔다. 시간이 흘러 그의 질문의 가치가 이제서야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더 큰 물에서 질문을 던지는 시도를 하려 한다. 그 결과물이 <블랙하우스>다. 과연 <블랙하우스>는 매주 국민들을 만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동준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asteminence의 초저녁의 스포일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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