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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당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 11월 2일 '청소년 희망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관련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는 동시에 청소년 모의선거 체험 등 민주주의 선거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주장이 파장을 가지는 이유는 아래 표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19세로 규정하고 32개국은 18세, 오스트리아는 16세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선거연령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하고 모든 회원국들의 선거연령은 18세 이하다.
▲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선거연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선거연령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하고 모든 회원국들의 선거연령은 18세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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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인 올 1월 청소년,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선거권 18세는 세계적인 기준이다. OECD 34개국 중 19세는 우리나라뿐"이라며 "다들 18세이거나 더 낮게는 16세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투표연령을 낮추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고등학교가 정치에 물들면 되냐고 한다. 그런데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산교실이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당초 선거연령이 20세였으나 2015년 6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방안을 젊은 세대의 활발한 정치참여에서 찾기 위해 선거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 그 결과 2016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240여만 명이나 되는 10대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얻었고 참의원 선거 외에 올해 차례로 치러진 지방선거와 중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했다.

OECD 가입국 중 18세 투표권 없는 나라, 한국뿐이다

독일은 47년 전인 1970년에 헌법을 개정하여 연방의회 선거권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췄다. 이어 1996년에는 선거연령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18세 이하를 대상으로 총선모의투표를 시작했다.

18세 이하 투표는 국적 상관없이 독일에 거주하는 18세 미만의 시민에게 제공되는 기회이다. 18세부터 가능한 연방의회 선거에서 배제된 17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정당과 정책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투표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모의투표소는 요청하면 어느 곳에든 설치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요청해 설치되는 일도 있고, 부모가 자녀와 함께 마을의 공원에 투표소를 마련하기도 한다. 거리, 광장, 공원, 학교 스포츠클럽 등 다양한 곳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으며, 투표 전에는 선거 쟁점과 견해를 듣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독일은 연방의회 선거연령은 18세지만 주의회 선거에서는 브레멘(2011년)과 브란덴부르크(2012년), 함부르크(2013년)등 16개주 중에서 3개주가 16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고, 기초선거에서는 니더작센(1996)과 작센안할트(1998), 슐레스비히홀스타인(1998),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1999),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1999)이 이미 1990년대에 16세 선거권을 도입했고, 브레멘(2007)과 브란덴부르크(2011), 함부르크(2013), 바덴뷔르템베르크(2013), 튀링엔(2014)이 뒤를 이었다.

독일 외에 뉴질랜드, 스위스 등도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령을 16세로 하고 있고, 2016년 독립투표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스코틀랜드도 16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한국으로 치면 고교 1년생에게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게끔 한 것이다.

OECD 가입국이 아니더라도 세계 각국의 선거연령을 지도로 표시한 자료(http://chartsbin.com/view/546)를 보면 몇몇 독재 또는 권위주의 국가 외에는 18세를 선거연령으로 규정한 나라가 절대 다수다. 실제 유엔 회원국 232개 중에서 90%가 넘는 215개국이 18세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부터 18세 유권자에 투표권 보장하면 어떨까

세계 각국의 선거연령을 지도로 표시한 자료를 보면 몇 몇 독재 또는 권위주의 국가외에는 18세를 선거연령으로 규정한 나라가 절대 다수다.
▲ 세계각국의 선거연령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세계 각국의 선거연령을 지도로 표시한 자료를 보면 몇 몇 독재 또는 권위주의 국가외에는 18세를 선거연령으로 규정한 나라가 절대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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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16세에 선거권을 부여한 국가는 OECD 가입국인 오스트리아 외에 브라질, 쿠바, 니카라과 등이 있고, 17세 부여국가는 인도네시아, 북한, 셰이셀, 수단, 동티모르 등이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여전히 선거연령을 19세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보수정당의 정치적 계산이 주된 이유라는 지적이 많다. 2016년 초 총선을 앞둔 선거법 개정 협상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현 자유한국당)는 "수도권에서 2~3%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선거연령을 낮추면) 수도권 의원들이 가만 있겠느냐"면서 반대한 바 있다. '젊은 유권자=반보수 성향'일 것이라는 보수야당의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수업하는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학생들은 아직 사회생활에 어둡다"식으로 청소년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보수야당이나 일부의 시각은 스스로 후진적인 정치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선거연령을 18살로 바꾸는 것은 하향이 아니라 OECD 기준에 겨우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아래 표에 나와있는 것처럼 병역의무나 주민증 발급, 공무원시험 응시가능연령, 결혼가능연령, 근로가능연령 등과 비교해보면 선거연령 19세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18세에 병역의무는 물론 결혼, 공무원시험 응시가 가능하나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 청소년들의 권리와 의무를 나타내는 표 한국의 청소년들은 18세에 병역의무는 물론 결혼, 공무원시험 응시가 가능하나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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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한국의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인 정치 판단능력을 갖춘 나이로 인정받아야 한다. 3.1 만세운동과 4.19 혁명의 주역이었던 16세의 유관순과 김주열만 해도 그렇다. 조선 후기 고전 춘향전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격한 사랑을 나누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나이도 역시 16세였다. 지금 세계 주요국이 선거연령의 목표로 하는 그 나이 대이다.

만일 16세가 시기상조라면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부터라도 18세에게 투표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법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의선거와 민주시민교육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세계 전체에서 한국이 그나마 정치적으로 '평균국가'가 되는 길이다.


태그:#선거권, #18세, #선거법, #중앙선관위,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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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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