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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시인들이 시장을 연다. 시를 팔고 시화를 전시하고 노래를 하고 시를 읊는다. 시장을 보러 오시라
▲ '시장보기' 포스터 14명의 시인들이 시장을 연다. 시를 팔고 시화를 전시하고 노래를 하고 시를 읊는다. 시장을 보러 오시라
ⓒ 시장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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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인 그와 시장을 열어보자고 죽이 맞은 건 불과 한 달 전쯤이다. '사람도 태어난 날마다 생일잔치를 하는데 하물며 시집 한 권이 태어난 날을 축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조금은 농이 섞인 후배 박지웅 시인의 말이 씨가 된 것이다.

'문학을 놀이로 생각한다면 누구나 접근하는데 훨씬 쉽지 않겠냐'며 평소에 '문학놀이터론'을 펼쳐온 나로서는 후배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고 그럼 여러 시인끼리 시(詩)판을 한번 열어보자는 합을 본 것이다.

그렇게 시작(詩作)이 아닌 시장(詩場) 안에서 모인 14명의 시인은 시(詩) 프로젝트그룹 '시장사람들'을 결성하고 어떻게 시판을 펼칠 것인지 아이디어를 짰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시장에 내놓고 시로 놀아볼 콘텐츠를 준비했다.

시인들이 기획하고 진행과 출연까지 하는 국내 최초 '시 버스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도하는 '시(詩)장보기'다. 사실 국내 최초라는 말은 좀 목에 걸린다. 이미 그 타이틀로 공연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시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시를 여러 가지 콘텐츠와 결합해 거리에서 독자를 만난다는 건 국내 최초가 아닐까 싶다.

우린 가끔 최초니 최고니 하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을 선호하고 있지 않나. 그 짤막한 타이틀로 애교 섞인 호기를 부린다고 우리의 진정성이 훼손될 리 없지 않은가. 그렇게 자체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시장을 펼칠 날을 잡은 것이 돌아오는 토요일인 11월 11일이다.

ㄹ제과에서 밸런타인데이의 아류 급으로 만든 빼빼로데이를 굳이 장날로 잡은 것은 순전히 시인 모두가 시간이 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가을의 끝자락 겨울의 초입으로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서를 담은 가래떡데이로 명명한 오는 11일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여에 걸쳐 펼쳐질 그야말로 번개시장 같은 판을 여는 것이다.

거리에서 펼치는 버스킹, 시인들이니까 시버스킹
▲ 시인들이 펼치는 시버스킹 거리에서 펼치는 버스킹, 시인들이니까 시버스킹
ⓒ 시장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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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는 법. 떡볶이니 순대니 하는 시장의 고유메뉴는 아니지만 수제쿠키에 시 한 수를 넣은 조원 시인의 '쿠키와 시'를 비롯해 고양이 아빠로 불리는 길상호 시인의 '고양이달력', 손종수 시인의 시화액자, 윤진화 시인의 시캔버스, 권 대웅시인의 달그림과 엽서, 천수호 시인의 시란(모양이 알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 그날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는 물건) 등이 판매된다.

또 이혜미 시인은 예쁜 인디언 천막 앞에서 타로를 응용한 시로카드를 봐주고 박지웅 시인과 조현석 시인은 시달고나를 하려고 했으나 공원에서는 절대 화기사용 금지여서 시집을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일 순발력을 발휘해 어떤 콘텐츠를 몸소 보여줄지 기대할 뿐이다.

멀리 평택까지 가서 퍼포머이자 설치미술가인 카니 김석환 선생에게 직접 받아온 시와 그림이 있는 다포는 필자가 판매하고, 젊은 이재훈 시인은 시 읽기를, 노래 잘하는 김산 시인은 시 노래를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포스터와 시화, 노트 등을 디자인하고 제작에 참여한 재주꾼 신혜정 시인은 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돕는 시중역할을, 그날 수업 때문에 참석이 어려운 조동범 시인은 참여시인들의 시 제목을 모아 또 하나의 시로 재탄생시켜 시아카펠라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시를 팝니다'라는 부제 아래 열리는 '시(詩)장 난전'에서는 시장 사람들의 시집과 함께 이번 행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특별 제작한 시시(詩詩)한 노트와 시인들의 애장품도 판매한다.

시 3편을 각자의 방식으로 낭송하는 '시 버스킹'은 다양한 형태로 시장 곳곳에서 펼쳐지며 독자들은 시인에게 직접 시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시인의 시장은 경의선숲 책거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낭만적인 책거리의 밤풍경
▲ 경의선숲 책거리 시인의 시장은 경의선숲 책거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낭만적인 책거리의 밤풍경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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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시인들의 시화가 전시돼 시장을 다니며 시를 읽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시장이라면 백일장은 빠질 수 없는 법.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백일장도 열리는데 장원이 되면 시장사람들인 시인들의 사인이 담긴 시집을 상으로 받는다, 시간관계상 심사는 추후에 하며 입상자는 페이스북에 공지할 예정이다.

'시장보기'의 피날레가 될 '다시(詩)부르기'는 시장 사람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공연이다. 시인들이 한 편씩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올해 김춘수시문학상을 수상한 김산 시인과 박지웅 시인 등 시인들이 직접 노래를 부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4명의 시인이 함께 새로운 합송형식인 '시아카펠라'를 선보인다는 것. 기존의 합송이 아닌 시의 운율과 시인들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져 시아카펠라의 진수를 처음으로 선보여줄 예정인데 이는 시장 사람들만의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과 진행, 연출은 물론 포스터와 배너, 시화디자인까지 시인들이 직접 만든 이번 프로젝트는 시인들이 시의 유통을 위해 스스로 장을 열고 직접 시를 읽어주면서 적극적으로 독자들을 만나며 친밀한 소통을 하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텍스트로서 만나는 시가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는 시의 마당이라는 뜻인 '시장(詩場)'을 통해 시가 더 많은 이들과 친해지고 확산되기를 바라는 시인들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행사비용도 참여 시인들이 갹출했고 수익금이 나오면 마포구청 결식아동돕기에 기부하기로 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문학으로 한바탕 전을 펼치는 권대웅, 권미강, 길상호, 김산, 박지웅, 손종수, 신혜정, 이재훈, 이혜미, 윤진화, 조동범, 조원, 조현석, 천수호(가나다순) 14명의 프로젝트그룹 '시장사람들'

11일 경의선숲 책거리에 오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화 걸개들 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장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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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화걸개들 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장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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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화 걸개들 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장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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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화걸개들 기획과 연출공연 시버스킹은 물론 시화, 포스터 디자인까지 시인들이 한다. 디자인은 신혜정시인이 했다.
ⓒ 시장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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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학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시장사람들, #시장보기 , #시인이니까 시버스킹, #시를 읽자, #경의선숲 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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