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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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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8일 오후 1시 45분]

"잔혹한 독재자"·"어둠의 덩어리"·"낙원이 아닌 지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 북한을 향해 쏟아낸 말들이다. 1993년 7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서울 여의도 국회 연단에 선 미 합중국 대통령은 연설 중 3분의 2 가량을 북한 문제에 할애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역사에는 버림 받은 체제가 많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미국의 힘을 의심했던 체제들이다", "미국을 시험하지 마라", "힘으로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 등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고강도 발언들도 이어졌다.

그러나 경고와 비판만 있었던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가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대화·협상을 진행할 뜻이 있다는 얘기였다.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 핵 보유는 잘못된 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3년 연설한 이후 24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3년 연설한 이후 24년 만이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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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한미 양국의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 "한미 장병은 그 선(휴전선)을 70년 가까이 함께 지켜나가고 있고, 그 선은 오늘날 탄압받는 자들과 자유로운 자들을 가르고 있다"면서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세대에 걸쳐 기적과 같은 일이 한반도 남쪽에 일어났다. 끔찍한 참화를 딛고 일어나 지구상 가장 부강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국민들이 스스로 통치할 권리를 요구해 1988년 자유 총선이 열리고 30여년 만에 문민 대통령을 배출했다"면서 남한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연설의 '본론'이었던 북한 문제를 거론하기 위한 '장치'나 다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기적은 자유국가의 병력이 1953년 진격한 곳, 이곳(서울)에서 24마일 북쪽까지만 미친다. 기적은 거기서 멈추고 끝난다"면서 본격적으로 북한 체제를 맹비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무보수로 일한다", "5세 미만 영유아 중 30%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린다", "2012년과 2013년, 북한 체제는 2억 불로 추정되는 돈,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배분한 액수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더 많은 기념비와 탑, 동상을 건립해 독재자를 우상화하는 데 썼다" 등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정조준한 발언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잔혹한 독재자는 주민들을 저울질하고 점수를 매겨서 등급을 매긴다"면서 "충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딴 사람은 평양에 거주할 수 있고 가장 낮은 사람들은 제일 먼저 아사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라며 "군사적 이단적 국가의 중심에는 정복된 한반도와 노예가 되어버린 주민들을 보호자로서 통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운명이라는 착란적 믿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체제가 나라 밖에서 갈등을 모색하는 것은 나라 안의 실패로부터 (주민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서다"라면서 "북한 체제가 핵무기를 추구한 것은 잘못된 희망으로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 한국을 북한 아래에 두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미국은) 그런 일이 결코 이뤄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 발언 와중에도 비핵화 등 전제조건으로 대화·협상 가능성 내비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던 중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3년 연설한 이후 24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던 중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3년 연설한 이후 24년 만이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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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 연설 후 본회의장을 나서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 연설 후 본회의장을 나서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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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는 (그들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과거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지만 이건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며 "오늘 나는 양 국뿐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우리를 시험하지도 마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와 공유하는 번영, 신성한 자유를 방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서도 "책임 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 어떤 형태의 지원이나 용인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모든 것을 단절시킬 것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은 갈등이나 대치를 원하지 않지만 그로부터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라며 전쟁을 불사하는 초고강도 발언도 내놨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미국의 힘을 의심했던 체제들"이라며 "변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힘의 시대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강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독재체제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날선 경고도 내놨다. 그는 "당신이 획득하고 있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북한)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다.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와 함께 '마지막 제안'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 "그 출발점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북한과 번영·평화의 미래를 바란다"면서 "이러한 밝은 길을 논의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경우는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경우'다"고 덧붙였다.

한미FTA 언급 없었지만 F-35·핵잠수함 거론하며 무기 세일즈 마침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치자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3년 연설한 이후 24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치자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3년 연설한 이후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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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안전한 한반도, (이산)가족들의 재회를 꿈꾼다. 우리는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에서의 가족들의 만남, 핵 악몽은 가고 아름다운 평화의 약속이 오는 나라를 꿈꾼다"라면서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강하고, 방심하지 않겠다. 우리의 눈은 북한에 고정돼 있고, 가슴은 모든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살 그날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당초 예정됐던 시간(20분)보다 긴 35분간의 연설이었다. 그 중 트럼프 대통령은 22분 가량을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채웠다. 연설에 앞서 우려됐던 한미FTA 재협상에 관련된 얘기는 일절 없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지금 현재 한반도 주변에 세 대의 항공모함이 배치돼 있다. 이 항공모함에는 F-35를 비롯해 15대의 전투기가 있다. 핵잠수함도 적절하게 배치해두고 있다"면서 "미국은 완전하게 군사력을 재구축하고 있으며 수천억 원에 달하는 돈을 지출해 가장 새롭고 발전된 무기체계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한미정상회담 당시 논의했던 미국 전략자산 구매 결정을 환기시키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


태그:#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북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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