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영화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어. 의미가 없어져."

마키오(키리타니 켄타)는 자신의 동거인이자 애인인 린코(이쿠마 토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린코는 성전환 수술을 한 여성이다. 입을 가리고 웃거나 앉을 때의 자세를 보면 누가 봐도 여성이다. 마키오의 조카인 토모(카키하라 린카)는 '혼자'에 익숙하다. 편부모인 엄마는 토모를 방치하고 자리를 자주 비운다. 마키오는 그렇게 혼자가 된 토마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세 명이 함께 살아간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가족에 관한 영화다. 국내에 잘 알려진 영화 <카모메 식당>(2006)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이후 5년 만에 작품을 내놨다. 2013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일본에서는 내 주변에 성소수자가 보이지 않아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이 살았던 미국 로스 앤젤레스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중학생인 트랜스젠더 아들에게 가짜 가슴을 만들어 준 엄마'라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영감을 얻어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각본을 썼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울타리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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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맑고 담백한 영상을 담아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연출은 이 작품에서도 그 흐름을 이어간다. 영화는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토모는 처음에 린코의 풍만한 '가짜 가슴'에 당황한다. 시간이 흘러 친절하고 세심한 린코에게 마음을 연 토모가 린코에게 "가슴을 만져 봐도 되냐"고 물어본다. 이야기가 한 걸음 진전하고 새 가족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울타리를 보여준다. 어렸을 때 자신이 또래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린코는 엄마에게 "가슴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때 엄마에게서 빛이 난다. 엄마는 린코를 위한 브래지어를 사주고 "넌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토모를 향해선 "린코를 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마키오는 양로원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는 린코의 세심한 모습에 반한다. 이런 마키오 역시 린코의 든든한 자기 편이다. "린코 같은 여자에게 반하면, 어떤 일이 닥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

린코를 향한 안 좋은 시선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린코가 직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동료와 지낼 때, 마트에서 린코를 본 토모 친구의 엄마 나오미(코이케 에이코)는 토모에게 "이상한 부류와 엮이지 말라"고 한다. "무엇이 정상이냐?"고 묻는 자신의 아들을 향해 "이상하지 않고 평범한 것"이라고 나오미는 말한다. 그러나 아들도 남자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는 상황에서 이상한 것과 평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냉혹한 외부의 시선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스틸 컷

ⓒ (주)디스테이션


이 지점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이런 외부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 린코의 모습이다. 린코는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그는 외부의 시선에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뜨개질을 한다. 자신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즉 남근에 바치는 108개의 공양물을 만든다. 성전환 수술이 너무 힘들었던 그에게는 그 고통이 번뇌였던 것이다. 108개를 완성해 불에 태우는 날, 그는 호적을 여성으로 바꾸려고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화를 참고 인내하는 린코의 모습은 그들을 향한 '이상한 것을 보는 듯한'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무겁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 보편적이지 않은, 한 걸음 진보한 가족의 형태는 관객으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한편 이 작품은 지난해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LGBT 영화에게만 주는 '테디상'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일본 영화 최초다. 제7회 프라이드영화제에서 상영한 이 작품은 오는 16일 정식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프라이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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