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방카 트럼프.
 이방카 트럼프.
ⓒ 위키백과

관련사진보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큰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를 극진히 대접했다. 지난 금요일인 3일 밤 도쿄 시내 고급 식당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미·일 양국의 대사 부부도 동석했다. 일본 총리가 대사들을 대동하고 외국 대통령보좌관과 이런 자리를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에 일본은 중국을 황제국으로 받든 적이 있다. 중국에 사대를 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당나라(7~10세기)와 명나라(14~17세기) 때 특히 그랬다. 하지만, 일본이 당나라 공주나 명나라 공주를 불러 이렇게 환대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아베의 행동은 일본 역사로 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아베의 환대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올해 37세인 이방카는 1981년 10월 30일 출생했다. 3일 밤 식사 자리에서 아베는 생일 선물로 꽃다발과 화장 도구를 건넸다. 4일이나 지난 생일을 뒤늦게 축하해준 것이다.

더군다나 아베는 이방카 도착 10분 전부터 식당 앞에서 기다렸다. 안에서 기다려도 되는데, 지나친 예우를 베푼 것이다. 이런 모습이 TV로 생중계됐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내각제 총리가 정부 관료들을 데리고 나온 자리에서, 그것도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과례(過禮)를 베푼 것이다.

과례의 부작용에 대해, 사서삼경의 하나이자 고대 중국 역사서인 <서경>의 열명 편에서는 "예법이 번거로우면 혼란해집니다"라며 "(그렇게 하면) 신을 섬기기가 힘듭니다"라고 했다. 이방카에게 과례를 베푸니까, 이에 대한 비판들이 혼란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과례는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이방카가 모금하는 '여성 기업인 지원기금'에 한화 564억 원에 해당하는 57억 엔을 기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방카가 승마를 좋아해서 아베가 비싼 말까지 선물했다면, 이들 간에 벌어지는 거래의 본질이 좀 더 극명하게 드러날 뻔했다.

돈보다 성의라고 하지만, 성의가 있어야 돈도 쓰게 된다. 2015년에 아베 정권은 박근혜 정권과의 합의에서 한국인 위안부 피해의 해결을 위해 10억 엔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방카를 위해서는 혹은 여성 기업인들을 위해서는 57억 엔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10억 엔은 57억 엔의 17.5%다. 이방카 혹은 여성 기업인들에게 베풀 수 있는 성의의 17.5%만 위안부 문제에 베풀 수 있는 게 아베의 한계인가.

아베가 내놓겠다는 57억 엔은 본질적으로는 이방카에게 주는 돈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여성 기업인들에게 주는 돈이다.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지원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본은 여성에 대한 국가범죄인 위안부 문제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성의를 보여야 할 분야는 여성 기업인 문제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베가 위안부 문제에 별 관심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베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다. 작년 10월, 아베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뚝 잘라 말했다.

 1944년에 미얀마에서 미군의 심문을 받는 위안부 피해자들.
 1944년에 미얀마에서 미군의 심문을 받는 위안부 피해자들.
ⓒ 위키백과

관련사진보기


위안부 문제는 여성 문제이자 인권문제

하지만, 털끝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남북한 및 중국·대만 사람들이 일본을 맹렬히 비판하는 가운데, 위안부 문제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로도 퍼질 가능성이 크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 문제이자 인권 문제라서, SNS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현대 세상에서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받기 쉬운 사안이다. 이 문제가 조만간 세계 문제로 확산되기 쉬운 이유가 더 있다. 피해자들의 국적이 남북한이나 중국·대만 정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사학회가 금년에 발행한 <사회와 역사> 114집에 백재예의 논문 '체계적으로 관리된 성폭력,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실려 있다. 일본군 포로에 대한 연합군 번역통역부의 심문 보고서를 분석한 이 논문에 따르면, 포로들이 언급한 위안부 중에는 조선·중국·일본뿐 아니라 필리핀에서 온 여성들도 있었다. 이 외에도 일본군 점령지인 아시아·태평양의 현지 여성들도 많았다. 

위안부 피해자의 국적은 이 정도로도 그치지 않는다. 유명한 스마랑 사건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일환으로 전개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식민지에서 끌고 온 여성이나 점령지에서 징용한 아시아·태평양 여성들만 위안부로 강제동원한 게 아니었다. 유럽 혈통 여성들한테까지도 그렇게 했다.

전쟁 막판인 1944년, 일본군은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여성들을 납치했다. 그러고는 17~28세의 네덜란드 여성 36명을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있는 스마랑 근처의 위안소에 배치했다. 전쟁 뒤인 1945년, 스마랑 사건은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에서 열린 국제전범재판에 회부됐다. 일본군 장교 7명과 군속 4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책임자인 오카다 게이지 육군 소좌(소령)는 사형을 받았다.

이 사실은 일본 정부에 의해서도 인정됐다. 제2차 대전을 처리할 목적으로 49개국과 체결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일본은 그 판결을 수용했다.

유럽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는 스마랑 사건으로 그치지 않았다. 요시미 요시아키 츄오대학 교수가 쓴 <일본군 위안부 그 역사의 진실>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인용문 속의 시투본도 및 말랑은 인도네시아 지명들이다. 

"1943년 8월 시투본도에서 일본인 헌병 장교와 경찰이 네 명의 유럽인 여성에게 출두를 명령한 사건입니다. 여성들은 빠시르 뿌띠의 호텔에 끌려가 강간을 당했는데, 그중 두 명은 자살을 기도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여성의 증언에 의하면, 말랑에서 일본인 헌병이 세 명의 유럽인 여성을 감금하고 매춘을 강요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옛 일본대사관 앞에 앉아 있는 위안부 소녀상.
 옛 일본대사관 앞에 앉아 있는 위안부 소녀상.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

SNS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론 주도층의 '계급 성분'이 점차 바뀌고 있다. 특권층에서 일반 대중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거나 짤막하게 처리됐을 사회적 약자들의 실상이 최근에 자주 그리고 크게 보도되는 것도 그 점을 반영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동아시아 외부로 점차 확산되는 데는 이런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남북한·중국·대만의 정부나 시민단체의 홍보만으로 관심이 확대되는 게 아니라, 여성과 인권에 대한 세계 인류의 관심 때문에도 관심이 확산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뿐 아니라 유럽 여성들까지 위안부로 강제동원됐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이것이 SNS·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 위안부 문제가 유럽에서까지 핫이슈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여성에 대한 일본의 국가범죄가 한층 더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보수 성향 월간지인 <문예춘추> 2014년 10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네덜란드 여자들까지 위안부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큰일"이라며 "급히 손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고문은 망언이라는 국제적 비판을 받았지만, 아베 신조한테는 새겨들을 만한 말이 될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로 인한 반일 연대가 유럽으로까지 확산되면, 아베의 군사대국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에까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꼭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위안부 문제가 확산될수록 일본이 지구 위에 발붙이는 일이 점차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털끝만큼의 관심도 갖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가는, 자칫 일본이란 나라가 기우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신경 써야 할 최우선적인 여성 문제다. 여성 기업인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베 신조는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털끝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방카가 들고 온 여성 기업인 문제에 대해서는 코끼리 몸통만큼의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안 중요한지를 분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10만인클럽아이콘

저서: 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상고사(역서),조선 노비...더보기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8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