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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4월 2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흰돌고래(아래 벨루가)라는 고래가 폐사했다. 흰돌고래는 북극 지역에 서식하는 매우 독특한 생김새의 돌고래다. 추운 지역인 러시아에 서식하는 흰돌고래가 수족관에서 살다가 죽은 것이다. 이 사건으로 롯데월드는 비윤리적인 사육이 도마 위에 올라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관련 기사 :  폐사한 벨루가는 정말 '약골'이었을까?).

흰돌고래와 다른 종류의 돌고래들도 수족관에서 죽어가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죽어가는 대부분의 돌고래는 멸종위기종이다. 흰돌고래 역시 국제자연보연맹(IUCN)에서 멸종위기 근접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렇게 야생의 개체가 수족관에 들어와 폐사하는 것은 멸종을 앞당기는 일이다.

그런 벨루가를 대만 국립해양생물박물관에서 만났다. 처음 본 흰돌고래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비스러운 모습이었다. 북극해에서 서식하는 백색의 돌고래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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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족관의 벨루가 모습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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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양생물관에 있는 벨루가는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정형행동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같은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틱과 유사한 정신병이다. 해양생물박물관의 벨루가는 수족관의 연결통로를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해설하는 현장관계자는 친구들을 찾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벨루가의 이런 정형행동을 보자 씁쓸함이 밀려왔다.

대만의 흰돌고래는 2002년부터 10마리가 러시아로부터 수입되어 왔고 이 중 7마리가 폐사하고 3마리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런 설명을 들으니 더욱 암담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찾아와 벨루가를 관람해야 하는 것 자체가 미안했다. 8~9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흰돌고래는 수족관에서 키우기 적합하지 않은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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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루가 전시관의 모습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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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어 키워서 되는 종이 어디 있으랴마는 전문가들은 돌고래류의 경우 사회성이 뛰어나고 지능이 높아 가두어 키우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흰돌고래는 앞서 언급한 대로 북극해에 서식하는 종이다. 차가운 물에서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는 흰돌고래는 더운 나라 대만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추어 운영해도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는 설명한 관계자에게 제주도 앞바다로 돌아간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이야기를 전해주며 바다로 돌려줄 것을 제안했다. 이미 훈련이 되어 있어 야생적응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오히려 우리를 타일렀다. 시각 차이를 좁히기에는 충분히 대화할 수 없는 조건이 아쉬웠다.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처럼 북극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밖에 할 수 없는 한계를 자책하며 흰돌고래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기사를 접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태그:#벨루가, #흰돌고래, #수족관,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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