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서 가정에서 키울 수 있는 동물을 5마리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부산진구청에서는 이번 개정조례안이 가정에서 사육할 수 있는 가축 수를 제한해 '가축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악취 등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여기에 개는 포함되지만 고양이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사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반려동물 개체수 제한 법안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도 열렸다.

해당 청원에서는 "(해당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입법된다면) 부산진구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집들이 많고 또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유기견 임보나 반려견을 5마리 이상 키우는 집에서는 큰 문제가 됩니다. 5마리 이상일 경우 나머지 아이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보호소로 가야 하며 재분양이 힘들 경우 안락사라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5마리 제한이 해결책이 아닌 이유
 5마리 제한이 해결책이 아닌 이유
ⓒ flicker

관련사진보기


'5마리 제한'이 해결책이 아닌 이유

최근 최시원 강아지의 '개 물림 사건'을 시작으로 반려견에 대한 불편의 목소리와 민원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목줄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목줄을 하지 않은 견주를 발견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펫파라치 시행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 사육할 수 있는 가축 수 제안' 발의안은 과연 무엇을 위한 법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개에 대한 환경오염 문제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가정에 키울 수 있는 개체수를 제한하는 것이 정말 최선일까?

유기동물 보호소가 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유기동물은 매일 늘어나고 있다. 이런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안락사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일부 사람들은 보호소로 가야 할 유기동물을 집에서 '임시보호'하며 돌보기도 한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에 유기동물까지 돌보다 보면 5마리를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그렇게 인연이 된 유기동물을 여건이 닿는 대로 한 마리씩 입양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한 가정에서 5마리 이상의 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된다면, 그나마 지금 가정집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고 있는 유기동물은 다 어디로 가야 할까? 자신이 능력껏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반려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는 것과, 일종의 '집착증'처럼 동물을 수집하고 돌보지 않는 애니멀 호더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심지어 현재 애니멀 호더에 대한 관련법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주세요 

왜 개가 버려질까? 애초에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고도 쉽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돈을 주고 구입한 다음, 귀찮거나, 건강이 악화됐거나, 돈이 들거나, 이사를 가거나, 아기를 낳는다는 등의 이유로 버리는 것이다. 이런 개들은 과연 버려지기 전까지는 집에서 정당한 케어를 받았을까? 필요한 양의 산책을 하고, 외로움으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람과 살아가는 법에 대한 훈련을 받았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런 개들이 짖고, 버려지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문제다. 정 개가 사납고, 너무 짖어서 케어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인 훈련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어쩌면 어디서나 돈을 주고 개를 사올 수 있고, 아무 준비 없이도 개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오히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워야 한다'는 강형욱 훈련사에 말에 가장 공감하는 것은 실제로 현재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목줄을 하지 않거나 배변을 치우지 않는 견주들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의식 있는 애견인들이다. 

이렇듯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자격이나 교육에 대한 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가정에서 키우는 개체수를 제한하자는 법이 발의된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 이웃에게 피해를 주거나 민원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체수가 적어진다고 피해가 적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반려동물을 제대로 훈련하고 케어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이번 개체수 제한 발의가 통과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서, 반려동물이나 유기동물의 현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떠오른 발의안인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반려동물 개체수 제한 법안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은 지난 1일부터 3일 오후 현재까지 약 2900여 명이 동의했다.


태그:#반려동물, #강아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