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향후 10년을 책임질 야전사령관 후보를 얻었다. 한양대학교 출신 정통파 포인트가드 유현준(20·180cm)이 그 주인공이다. KCC는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서 있었던 '201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3, 5순위 지명권을 활용해 한양대 유현준, 중앙대 김국찬을 각각 지명했다.

KCC는 두 번의 행운이 따른 끝에 유현준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현준은 이번 드래프트 후보군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한양대학교 재학 중인 관계로 향후 드래프트에서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뜻밖의 조기진출을 선언하면서 삽시간에 이번 드래프트를 뜨겁게 달구는 주인공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더 큰 진짜 행운은 지명 순위에서 나왔다. KCC는 몸값 높은 김태술(33·180cm)을 이현민(34·173cm)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1라운드 지명권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삼성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면서 1.5%의 확률만을 부여받게 됨에 따라 큰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바로 그 1.5%가 3순위에서 터져 나왔고 환호성을 내지를 수 있었다. 무려 2번의 행운이 겹친 끝에 팀 내에 꼭 필요한 주전급 젊은 1번이 이지스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이쯤되면 '운명적 만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능덩어리 유현준이 KCC표 전주 비빔밥의 특제 양념이 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능덩어리 유현준이 KCC표 전주 비빔밥의 특제 양념이 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전주 KCC


재료 많은 KCC, 특급요리사 유현준이 비벼줄까?

유현준은 나이도 어릴뿐더러 최근 희소성을 더하고 있는 정통 1번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지난해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14.1득점, 5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양대를 플레이오프에 올려놓는 동시에 신인상까지 수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고난 센스를 인정받고 있는 이른바 재능덩어리다.

때문에 인지도에서 살짝 밀렸을 뿐 1,2순위로 부산 kt에 지명된 연세대 허훈(22·180㎝), 중앙대 양홍석(20·195㎝)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영진, 전형수에 지명순위는 밀렸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앞섰던 3순위 김승현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로에서의 진검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프로리그 정통파 1번의 선봉장 김태술은 대학교 1학년 유현준의 플레이에 대해 "기량이 매우 빼어나다. 만약 드래프트에 빨리 나오게 되어 우리 팀에 오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팀을 옮겨야할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행히(?) 그럴 일은 없게 됐다. 유현준은 김태술 소속팀 삼성의 3순위에 걸렸지만 지명권을 양도한 탓에 KCC에 뽑혔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겠지만 김태술이 유현준의 삼성 입성을 막은 결과가 됐다.

김태술은 KCC에서 뛸 당시 높은 연봉에 비해 활약도가 적어 팬들의 원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과 경기력은 비슷하면서 몸값은 낮은 이현민과 트레이드되면서 KCC 팀 연봉을 절감시켜주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FA를 통해 이정현(30·191cm)을 영입할 수 있었던 나비효과로까지 이어졌다. 거기에 유현준까지 안겨준 지라 KCC팬들 사이에서 '산타 태술'이라는 농담 섞인 애칭까지 얻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현준의 가장 큰 장점은 리딩과 패싱위주의 정통파 포인트가드라는 점이다. 현란한 드리블과 빠른 발로 코트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다 동료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단숨에 파악해 게임 전개에 들어간다. 사이드에서 달려오는 속도에 맞춰 송곳같은 패스를 찔러주는가하 면 골밑 근처 좋은 위치에 동료가 있다 싶으면 안정적으로 바운드 패스를 넣어준다.

유현준은 동료들이 최대한 편하게 공을 받을 수 있도록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다. 다양한 훼이크동작을 통해 수비를 1차적으로 속인 후 되도록 저항이 적은 상태에서 동료에게 볼을 주려고 노력한다. 팀원의 움직임이나 스타일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 패스를 넣는 센스도 일품이다.

선패스형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공격력도 나쁘지 않다. 드리블을 통해 상대를 제치고 빈 공간을 파는 능력이 좋은지라 빈틈이 있다싶으면 지체 없이 돌파를 시도 하던가 슈팅을 날린다. 골밑 근처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이즈의 마크맨과 겨루게 되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과감함도 갖고 있다. 속공 지공에 두루 능한 패스마스터다.

물론 이러한 능력을 바로 프로에서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무래도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오는 선수와 달리 아직은 경험이 적은 지라 초반에는 고전할 가능성도 크다. 웨이트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프로선수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몸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특유의 패싱센스를 살리기가 어렵다. KCC 추승균 감독 역시 이를 충분히 고려해 송교창(21·201cm)에게 그랬듯 장기적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팬들이 유현준 지명에 만족을 하는 것은 당장의 전력변화보다는 미래의 가치에 있다. 어차피 현재 KCC에는 이름값 높은 베테랑들이 많은 지라 바로 기회를 받는다 해도 유현준이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재능만큼은 확실한 지라 차세대 주역의 한축을 맡을 것임은 분명하다.

아직까지의 KCC는 전태풍(37·178cm), 하승진(32·221cm)을 빼놓고 생각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서 유현준은 물론 김국찬(22·190.1cm)까지 품에 안은지라 송교창, 최승욱(23·192cm), 정희재(26·195cm) 등 세대교체의 주역들을 확실하게 갖추게 됐다. 최근의 부진한 팀 성적에도 KCC팬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다.

팬들은 유현준이 재료는 좋은데 잘 비벼지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KCC표 전주비빔밥의 특제 양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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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KCC 3순위 지명 유현준 지명 제2의 김승현 전주 비빔밥 특제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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