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주혁 배우의 빈소에서 나무엑터스 김석준 상무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 김주혁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 사진공동취재단


글을 쓰는 지금도 허망한 마음이 가득하다. 10월 30일, 배우 김주혁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설마했다. 오보겠지, 오보겠지. 오보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가득했다. 계속해서 포털 사이트에 김주혁 관련 기사가 올라올 때, 새로 고침을 하며 정정기사가 나기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바랐다. 하지만 김주혁이라는 프로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아, 정말 이 세상을 떠났구나.

내가 배우 김주혁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광식이 동생 광태>(2005)였다. 이 작품에서 김주혁은 순정파지만 짝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착한 형 '광식이'를 연기했다. 7년간 사랑하는 여자 옆자리를 한결같이 지켰지만, 결국 인연이 아니라 직감하고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에서 축가로 '세월이 가면'을 부르던 그 모습은 아직도 회자되는 영화의 명장면이다.

이외에도 김주혁은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와 영화 <청연>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등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 아르곤 팀장 김백진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다. 극중 김백진은 카리스마 넘치는 언론인으로 저널리즘을 위해 팀원들을 닦달하는 무서운 상사지만, 팀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따뜻함을 지닌 인물이다. 김주혁은 여기서 완벽하게 김백진이라는 역할을 연기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JTBC <뉴스룸>의 손석희? 미드 <뉴스룸>의 윌 맥어보이(제프 다니엘스 분)? 김주혁을 앵커 연기를 하며, 그 누구도 참고하지 않았다.

드라마 <아르곤>에서 김백진 팀장으로 열연했던 고 김주혁. ⓒ 나무엑터스


연기뿐 아니라 K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 1박2일>에서는 연기자 김주혁이 아닌 인간 김주혁의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던 김주혁의 모습이 아닌 동네 형과 같은 모습의 '구탱이형'은 < 1박2일>을 다시 중흥기로 이끌었고, 하차한 이후에도 종종 출연하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KBS 파업으로 지난 29일에도 <1박2일>은 재방송으로 편성이 됐고, 이 때 김주혁이 등장했었다.

사실 김주혁의 사망이 안타까운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지난 27일 금요일 2017 더 서울 어워즈에서 김주혁은 영화 <공조>의 '차기성'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김주혁은 "영화에서는 상을 처음 타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로 연기 생활 20년이 되는데 큰 상을 받아 감사드린다"며 "항상 갈증이 있었다. <공조>에서는 악역인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 수상소감이 김주혁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김주혁, 레드카펫 위의 남자 배우 김주혁이 27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1회 더서울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주혁이 <제1회 더서울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주혁의 사망기사를 접했을 때, 나의 감정 상태는 충격, 부정 그리고 분노로 변했다. 한 사람의 사망을 가지고 가십처럼 양산해대는 저질의 기사가 너무 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김주혁 과거발언 재조명' 등 사고와 전혀 관련 없는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 한 사람의 죽음조차 기삿거리를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JTBC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의 애도로 조금은 격한 감정이 수그러들었지만 말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도 故라는 글자를 김주혁의 이름 앞에 쓰고 싶지 않았다. 이 글자를 쓰면 정말로 김주혁을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와는 일면식 한 번 없는 그지만 주변 사람들의 애도와 함께 알려진 그의 미담과,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 속에서 보여진 그의 모습에서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앵커 브리핑의 마지막 멘트처럼 그는 분명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김주혁이 부른 '세월이 가면'에서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잊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개사로 표현한다.

세월이 가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람 김주혁이 있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김주혁씨가 하늘에서는 슬픔 없이 행복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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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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