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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견했을때, 쿠키는 아파트 반지하 구석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처음 발견했을때, 쿠키는 아파트 반지하 구석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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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작고 예쁜 생명이 저희 가정을 찾아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주 전 일요일(10월 15일),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아파트를 나오던 길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들고 나가는 차, 화단에서 가녀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번에 들어도 고양이 울음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쓰레기 치우는 일은 뒷전으로 하고 울음소리를 찾아 화단을 뒤졌습니다. 그랬더니 아파트 반지하 구석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딱 보기에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제가 화단을 뒤지자 주민들과 경비원 아저씨가 달려왔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주민들에게 반지하에 새끼 고양이가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최선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간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있어 SBS <TV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보고, 길고양이를 다룬 기사가 나올 때마다 잊지 않고 정독을 했습니다. 이렇게 새끼 고양이가 혼자서 우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적은 기사도 여러 번 읽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실제상황과 마주치니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새끼 고양이가 어미와 떨어져 울고 있다면, 일단 어미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막상 어리디어린 녀석이 애처로이 울고 있는 걸 보니, 어미가 언제 올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목청이 터지라 우는 녀석에게 일단 급한 대로 사료랑 물이랑 챙겨 주려 했습니다. 그러자 경비원 아저씨께서 대뜸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리셨습니다. 아파트 앞 동에서도 새끼 고양이들이 몇 마리 있었는데,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쫓아냈다면서요.

쿠키를 구조하자마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건강에 이상은 없다고 했다.
 쿠키를 구조하자마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건강에 이상은 없다고 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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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아저씨의 말씀을 듣고 더 주저하지 않고 119에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어미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사람에게 해코지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추석 연휴 기간 끔찍한 고양이 학대 사건이 벌어진 걸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기에, 어미에게 떼어놓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이 어린 생명만큼은 살리자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구조는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습니다. 대게 길고양이들은 구조 시에도 완강하게 저항합니다. 그러나 이 녀석은 구조를 기다렸나 봅니다. 구조하신 소방관님이 이 녀석 보고 흐뭇해 하시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구조하자마자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생후 3주로 추정되며, 건강엔 이상이 없고, 아무래도 어미와 떨어진 지 며칠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말 듣고 비로소 안심이 됐습니다.

쿠키와의 기적 같은 만남 

지난 8월 어미에게 버림 받은 새끼 고양이를 붙잡아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끝내 살리지 못했다.
 지난 8월 어미에게 버림 받은 새끼 고양이를 붙잡아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끝내 살리지 못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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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8월 아파트를 나서다가 보기에도 병증이 심각한 새끼 고양이가 울고 있는 걸 보고 붙잡아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의사 선생님은 상태를 보더니 '더 살기 어렵다. 어미가 버린 것 같으니 발견된 장소에 놔줘라. 그게 이 아이에겐 최선이다'고 했습니다. 돈이고 뭐고를 떠나 살리고 싶어 데려갔건만, 의사 선생님께선 살리기 힘들다고 하시니 너무 야속했었습니다. 결국, 잡은 곳에 도로 놔줬고, 이 녀석은 얼마 안 가 고이 잠들었습니다.

그때의 일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생후 3~4주 때 새끼 고양이들이 잘 죽는다고 해서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길까 봐 조마조마하며 한 주를 보냈습니다. 그사이 집도 마련해 줬고, 털 모양이 꼭 오레오 쿠키 같아 이름도 '쿠키'라고 지어줬습니다.

쿠키는 언제봐도 참 귀엽고 예쁘다. 이런 생명이 우리 가족을 찾은 게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
 쿠키는 언제봐도 참 귀엽고 예쁘다. 이런 생명이 우리 가족을 찾은 게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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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는 언제봐도 참 귀엽고 예쁘다. 이런 생명이 우리 가족을 찾은 게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
 쿠키는 언제봐도 참 귀엽고 예쁘다. 이런 생명이 우리 가족을 찾은 게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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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는 다행히 한 주는 무사히 넘겼습니다. 구조한 지 꼭 일주일 되는 날 다시 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선 '이 시기 고양이들이 잘 죽는데, 잘 돌본 것 같다'는 소견을 주셨습니다. 전 다시 한번 안도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 큰 사달이 났습니다. 목요일이었는데, 그날따라 평소보다 다소 많은 양의 사료를 줬습니다. 몸무게가 300g이 채 되지 않아 살을 좀 찌우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쿠키가 먹을 것을 마구 탐했고 이후 구토를 심하게 했습니다. 쿠키는 구토한 뒤 힘없이 누워 있었는데, 저와 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 종일 마음을 졸였습니다.

병원에선 아직 식사량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탓으로 보이니 이후엔 잘 조절하라고 조언해줬습니다. 그때 이후 먹을 것만 보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밥 먹을 때만 빼면 쿠키는 늘 애교와 재롱으로 저희 부부를 즐겁게 해줍니다.

아무리 내 새끼(?)라지만 우리 쿠키 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쿠키가 한 번은 제 배 위에서 곤히 잠든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은 정말 천사 같았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작고 예쁜 생명이 우리 집에 오게 됐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쿠키에게 미안합니다. 무릇 어린 생명은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엄마에게서 떼놓은 것 같아서입니다. 지금도 제가 구조하기를 잘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쿠키가 제 품이 마치 엄마 품이라도 되는 양 파고들곤 합니다.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짠해 옵니다.

쿠키를 보며 기적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너무 작고 예쁜 생명이 기막힌 우연으로 가족이 됐으니, 이야말로 진정 기적 아닐까요?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반려동물은 키운 적이 없어 매일 쿠키와 좌충우돌 합니다. 쿠키가 참 귀엽고 예쁘지만 제대로 키울 자신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처음엔 쿠키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려 했습니다.

쿠키를 구조한 뒤 집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쿠키는 수시로 집을 나와 집안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닌다.
 쿠키를 구조한 뒤 집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쿠키는 수시로 집을 나와 집안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닌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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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내가 워낙 강경 입장이라서 '일단' 맡아 키우려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다른 집으로 가면 쿠키가 많이 보고 싶어 못 견딜 것 같습니다. 쿠키와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동안 잘 돌보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쿠키를 보며 행복을 느낍니다. 이 작은 행복을 이 세상 모든 이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쿠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태그:#쿠키, #길고양이 , #고양이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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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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