헹가래 받는 최강희 감독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직후 전북 최강희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 헹가래 받는 최강희 감독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직후 전북 최강희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전북은 지난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3-0으로 완파했다. 전북은 승점 72점을 기록해 2위 제주(승점 65)와의 격차를 7점으로 벌리며 잔여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여러 가지 특별한 기록도 속출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해 우승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K리그 최다 리그 우승 감독 기록을 5회로 늘렸다. 2위는 박종환(1993년~1995년) 일화 천마 전 감독, 차경복(2001년~2003년) 성남 일화 전 감독이 달성한 3회다. 2005년부터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국가대표 사령탑 '외도' 기간(2012~2013)을 제외하고 클럽팀으로는 오직 전북 한 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전북의 모든 우승 신화를 함께했다.

최강희 감독과 '영혼의 듀오'이자 전북 황금시대의 또다른 주역인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은 자신의 K리그 통산 200골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동국은 팀의 우승을 확정 지은 제주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되어 올시즌 전북의 우승에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쐐기골을 작렬하며 대기록을 완성했다. 프로 통산 467경기만에 이룬 업적이며 통산 2위 데얀(172골)과는 무려 28골이나 차이가 난다.

'심판 매수' 파문 딛고 K리그 우승 일궈낸 전북 현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이 K리그 개인 통산 200골을 성공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이 K리그 개인 통산 200골을 성공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98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그해 리그 24경기에 나서 11골을 넣으며 처음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잦은 부상과 국가대표팀 차출, 해외진출 등으로 K리그에서 기록 행진이 더뎠다. 이동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성남에서 연이은 실패를 거듭하며 추락하다가 2009년 전북 이적 후 최강희 김독을 만나 부활했고 K리그에서의 본격적 전성기를 열었다. 전북은 이동국이 가세한 이후로만 5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동국은 전북에서만 9시즌을 뛰며 총 136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프로 경력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득점을 몰아넣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동국은 올 시즌 전북 이적 이후 최초로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했으나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로테이션으로 활약하면서도 28경기서 8골 5도움으로 출전시간 대비 녹슬지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또한 이동국은 200골 외에도 지난 9월 사상 최초로 70골-70도움을 달성하는 등 그야말로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업적을 남겼다.

전북은 지난 해부터 심판매수 파문으로 홍역을 앓았다.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승점 9점 삭감의 징계를 받았고 최종전에서 서울에 패하며 역전우승을 내준 바 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10년만에 우승을 차지하고도 아시아축구연맹(AFC) 독립기구인 출전 관리 기구(Entry Control Body)로부터 2017시즌 챔피언리그 출전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를 받았다.

올해 중반에는 매수 파문의 핵심인물이었던 스카우트 모씨가 전북의 홈구장에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은 K리그 최고 명문을 자부하던 전북의 역사에 심각한 오점을 남겼고, 이로 인하여 여전히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북을 바라보는 세간의 이미지가 그리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ACL 출전이 좌절된 전북은 자연히 리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ACL 우승 이후 적지 않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거나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여전히 전북은 각 포지션에서 더블 스쿼드가 가능할만큼 K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다른 대회인 FA컵에서도 32강전에서 챌린지(2부리그)의 부천FC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여 일찍 탈락하면서 전북은 고스란히 리그에 올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으로 가는 여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5월까지만 해도 제주가 전북을 맞대결에서 4-0으로 완파하는 등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예년보다 경기수는 적은데 동포지션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넘쳐나다 보니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선수들의 사기와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기레이스로 접어들면서 전북의 두터운 선수층은 확실히 빛을 발했고, 경쟁팀들이 물고물리는 혼전 속에 확실한 라이벌이 떠오르지 못하면서 전북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개인통산 200골 이동국-리그 최다 우승 최강희 감독, 앞으로 거취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리그 3연패 좌절과 ACL 출전권 박탈의 아쉬움을 다소나마 풀어낸 전북은 올겨울 다시 한번 분기점에 서게 될 전망이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역시 전북의 기둥이라고 할만한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의 거취다. 전북의 역사에서 이 두 사람이 없는 구단은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이들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최 감독은 이번 지난 해부터 거취 문제에 대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여러 차례 남겨 주목을 받은바 있다. 이로 인하여 최 감독이 올시즌이 끝나고 전북 감독직에서 사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로페즈(왼쪽)의 슛이 제주 수비진에 막히고 있다.

지난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로페즈(왼쪽)의 슛이 제주 수비진에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최 감독은 언제부터인가 '우승이 당연한 목표'가 된 전북에서 성적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했고, 최근 심판매수 파문과 스카우트 자살 사건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도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서 어느덧 감독생활만 10여 년을 넘겼고 이룰 수 있는 우승을 모두 차지한 만큼 정상에서 명예롭게 물러나는 모양새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최 감독이 과거에도 '혈액형'이나 '2부리그행 징계 감수' 등 실없는 발언을 종종 남발했던 전력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진심으로 전북을 떠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이동국은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 서 있다. 이동국은 우승 확정 이후 "내년에는 그라운드에 없을지도 모른다."며 의외의 깜짝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동국은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불혹을 바라보는 데다 200호골과 70-70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K리그에서 선수로서 이룰 만한 목표도 모두 달성했다. 이동국은 일단 자신의 은퇴 문제는 시즌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정리한 상황이다.

이동국은 지난 8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도 오랜만에 승선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년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에서 이동국이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동국은 굳이 월드컵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이동국이 현역 연장의 길을 택할지, 아니면 박수칠 때 떠나는 길을 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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