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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고등학생 온다고 했는데 한 명도 안 왔잖아.'

유유히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2017 오마이뉴스 글로벌 행복교육포럼' 강연 장소에 들어서기 직전, 먼저 들어가는 몇몇의 덴마크 학생들을 보고 한 말이다. 그래, 나는 알고 있었다. 이들이 우리와는 상당히 많이 정말로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지난 26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 행사엔 덴마크 코펜하겐 류슨스틴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했다. 그리고 덴마크 교육에 관심 있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도 전국 각지에서 300여 명이나 왔다. 난 그 중 하나였다.

뭐, 뭐가 있겠나. 그래, 키가 클 거다. 북유럽권 아이들이니까, 바이킹의 후손들이니까 키가 많이 클 거다. 그래, 영어 잘할 거다. 아무리 자국 언어가 있다고 해도 서양 애들은 영어 많이 쓰니까 영어 많이 잘할 거다. 뭐, 또 뭐가 있겠나. 아 그래, 우리보다 더 개방적일 거다. 우리가 보수적인 건지 저들이 개방적인 건지 지금 논할 바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좀 더 적극적일 거다.

그렇다. 난 다 알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마음의 대비는 모두 해놓고 있었고 때에 따른 적절한 반응, 대처도 모두 생각해 놓았었다. 근데 오 마이 갓, 잇 이즈 토틀리 디프런트! 여긴 완전히 딴판이었다.

내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건 딱 하나였다. 내가 그렇게 많은 외국인들과 함께할 기회가 여태 없었다는 것.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긴장할 줄은 몰랐던 거다. 아 맞다. 나 낯 많이 가리지.

'이거 아무래도 고등학생 보낸다고 해놓고 우리 기죽이려고 성인들 보낸 것 같은데? 야 쟤네 봐봐. 어딜 봐서 고등학생이야...'

긴장한 탓인지 홀로 아무말대잔치를 하고 있던 나는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른 아이들을 독려했다. 뭐 좀 이상한 방법이긴 하지만 내 상황을 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동시에 나마저 패닉에 빠진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침울하게 바뀔 것 같아 의무감으로 꿋꿋하게 서 있었다.

아니 그도 그럴 것이 유일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권진이와 하늘이가 갑자기 아픈 게 아닌가. 나 혼자 남은 거였다. 나는 모든 상황에서 동작은 더 크게, 소리는 더 소란스럽게 하여 나의 전신으로 '나는 절대 긴장하지 않았다아아아!!!!!!'를 고래고래 소리쳤다. 근데 본 사람이 있는가 모르겠다. 내 눈동자는 정신없이 동요하고 있었다.

한 번 동요하니 별 것이 다 눈에 들어왔다. 왜 저렇게 뒤에 앉은 학생과 대화를 하는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서 짝다리를 짚는 건지, 강의를 하는데 왜 한 손은 바지주머니에 꽂아 넣고 있는 건지, 선생님한테 왜 '헤이'라고 하는 건지, 그리고 이봐 젊은이, 어른이 뭘 주실 때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 거라네.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 쓰여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내 머릿속엔 오직 '달라달라달라'가 증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토론도 들어가기 전 내 마음은 저기 어디 20만 광년쯤 떨어진 소마젤란은하 정도에 가 있었다. 더는 빠져나올 수도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때였다.

'오 나 축구 좋아해요.'

하필 조에 남자라곤 유일하게 나밖에 없는지라 미리 준비한 축구 이야기라든지 록 밴드 이야기라든지 다 접어놓고 있었던 중에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래 축구 좋아한다잖아, 덴마크 사람이니까 자국 사람은 잘 알겠지 싶어서 물었다.

'디드 유 세이 댓 유 라이크 사카?'

'예쓰'

'오 댄, 두 유 노우 크리스티안 에릭센?'

'오 예쓰! 유 투!?'

그 아이도 꽤나 놀란 눈치다. 설마 에릭센을 알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나보다. 괜찮아, 나도 놀랐거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아직 긴장이 다 안 풀린 탓인지 머릿속은 텅텅.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아직 긴장이 다 안 풀린 탓인지 머릿속은 텅텅.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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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센은 덴마크 출신 축구선수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라는 팀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고 있다. 아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흥민을 좋아한 적이 없지만 오늘만큼은 그의 열렬한 팬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토트넘 홋스퍼도.

'예쓰! 위 얼 올레디 프렌즈! 예아!'

게다가 손 그리고 에릭센, 둘은 친구란다. 나랑 얘도 친구였다. 이런 우연이. 아으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래. 둥근 공 안에서는 모두 하나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국적도 뭣도 다 필요 없다. 축구는 만인의 공통분모이며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하는구나. 지구도 그렇지 않던가. 우리는 공과 같이 둥근 지구에서 함께 살고 있는 지구촌 이웃이다. 오냐 그래, 우리는 하나다!

 요즘 유행하는 댑(DAP)이라는 포즈. 이렇게 간결한 동작으로 하나가 되는 건 덤이다.
 요즘 유행하는 댑(DAP)이라는 포즈. 이렇게 간결한 동작으로 하나가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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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잘 것 없는 기회로, 토론 주제와는 전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나는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상한 거리감을 혼자 만들어냈던 구름은 걷히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를 게 뭐가 있겠나. 다른 나라에 태어나서 조금 다른 교육을 받고, 조금 다른 문화권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왔을 뿐인데. 우린 이렇게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똑같은데. 중요한 건 무엇이 다르냐가 아니라, 그 다름을 넘어서 이렇게 열심히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말을 더듬거릴 때마다 도와주려 애쓰는 모습이 우리와 전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나 분명히 행복교육포럼에 다녀왔는데 기억에 남는 건 역시나 그 '크리스티안 에릭센'뿐이다. 아니 뭐 다른 것도 기억 나는 건 많이 있는데...모르겠다. 내 가슴이 이걸로 글을 쓰지 않으면 오늘 밤 잠에 들지 못할 거라고 한다. 그냥 그 마음 하나 통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언제든지 함께 뜻을 모아갈 수 있는 한 지구촌의 존재들이라는 그 단순한 기쁨을 다시 깨우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충분한 마음을 가득 담아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외치고 싶다.

예스, 위 아 프렌즈.

 이러한 귀중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오연호 대표님과 한 컷!
 이러한 귀중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오연호 대표님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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