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여당인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평이 많다. 이미 민주당의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이 당선된 바 있는 서울, 충북, 충남, 대전, 전북, 광주, 전남, 강원은 물론이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도전할 경기도도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집권 1년차의 선거라는 점도 호재다. 역사적으로 집권 초기의 선거에서는 여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여 정부 시기에는 열린우리당이 탄핵 역풍을 받아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고, MB 정부 시기에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비교적 여당의 후보군이 확실하고 승리 가능성도 높은 수도권과 호남과 달리, 인천의 정세는 오리무중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많은 지지를 보인 지역이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세력이 혼재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정세를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인구가 많은 부평구, 계양구, 남동구의 동부축은 민주당 세가 확연히 강하다. 계양갑, 계양을, 남동갑, 남동을, 부평을의 국회의원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반면 중구, 동구, 남구, 연수구의 서남부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세가 강하다. 부평권을 포함한 동부축에 구도심권을 포함한 서남부가 맞서는 모양새다.

광역자치단체장인 인천시장을 두고, 자유한국당에서는 유정복 현 시장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서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민주당 후보는 박남춘 민주당 국회의원(남동갑, 재선), 윤관석 민주당 국회의원(남동을, 재선), 홍미영 부평구청장 등이다. 국민의당에서는 문병호 전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유일한 인천 소재 국회의원인 이학재 의원은 아직 출마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유정복 현 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로 당선되었고 정치적으로 친박계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판 여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야권의 분열 가능성이다.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가 부평에서 상당한 득표를 보인다면, 부평권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문병호 후보의 세가 미약하고, 출범 1년차 정부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진다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이자 친노계 핵심인 박남춘 의원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인천 유일의 여성 자치단체장인 민주당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시장에 출마한다면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의 탄생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홍미영 구청장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 출신으로, 부평구청장에 두 번 연속하여 당선되어 부평에서의 힘을 증명했다. 인구 56만을 바라보는 부평을 정치적 거점으로 삼은 것이 강점이다.

인천 내에서 자유한국당 구청장이 자리한 곳은 서구, 중구, 동구, 남동구, 연수구, 옹진군, 강화군이다. 옹진군과 강화군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패할 정도로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었음을 감안하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보수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안상수 의원의 텃밭인 강화군은 민주당이 공략하기 어려운 요새다.

구도심에 속하는 중구와 동구 역시 아직 보수세가 강하다. 자유한국당 김홍섭 현 중구청장(4선ㆍ2대,3대,5대,6대 지방선거 당선)이 다음 선거에서 또 당선되면 무려 기초자치단체장으로 5선을 하게 되는 희대의 기록을 쓰게 된다.

반면 부평구와 계양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평구와 계양구는 민주당세가 매우 강한 지역으로, 현직 구청장들도 민주당 소속이다. 변수는 현직 부평구청장인 홍미영 부평구청장의 인천시장 도전뿐이다.

서구와 연수구는 스윙보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석남동을 비롯한 서구 구도심 지역은 이학재 의원의 안정적인 지지 지역이었다. 하지만 청라 신도시에 젊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서구는 민주당에도 해볼 만한 스윙보터 지역으로 변했다. 실제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서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구도심 지역은 자유당 세가 강하기에 백중세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강범석 현 서구청장은 이학재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떠날 때 함께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에 남았다.

연수구 역시 기존에는 황우여 의원이 터줏대감으로 있던 지역으로, 민주당 후보에게는 난공불락의 지역이었으나 최근에는 연수구 도심지역에서 박찬대 의원이 당선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불고 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세가 강하지 않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사실상 1:1 대결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야권에서 남동구청장을 노릴0 후보는 정의당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이다. 배진교 전 구청장은 이미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남동구청장으로 당선되어 야권연대의 힘을 톡톡히 보여준 바 있다.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야권연대가 실행되어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던 남동구에서 당선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정의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장석현 현 구청장에게 석패했다. 정의당의 몇 안 되는 당선권 자치단체장 후보다.

남구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대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되었던 박우섭 남구청장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적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남구의 국회의원인 남구갑의 홍일표(3선), 남구을의 윤상현(3선) 의원은 모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각 정당이 각기 후보를 공천한다면 어느 정당이 노려도 쉽지 않은 지역이다.

물론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분석이기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의 통합과 연대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다만 인천이 민주당의 현역 박원순 시장과 20명의 구청장이 있는 서울이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도처에 있는 경기도에 비해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이 노려볼 만한 지역인 것은 확실하다. 홍준표 대표는 이미 현역 자유한국당 광역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을 지키지 못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수도권 유일의 친박 시장이 있는 지역에서 민주당의 공략이 가능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