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마니아층이야 마블 코믹스를 익히 알았겠지만, 2008년 <아이언맨>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 마블(Marvel)의 이름을 아는 관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아이언맨>의 흥행을 바탕으로 <어벤져스>(2012)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그리고 가장 최근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까지 눈에 띄는 흥행을 거두었다. 이제 국내 영화팬 중에서 마블을 모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리고 이달 말, 드디어 토르 시리즈의 마지막 <토르 : 라그나로크>(2017)가 개봉했다. 사실 <토르> 시리즈는 어벤저스 멤버의 개별 영화 중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간의 설움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한 듯 보인다.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이번 작품을 98%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전작의 점수가 각각 77%, 66%에 비하면 비약적 상승이다.

이번 작품은 <토르> 삼부작 중 가장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전작이었던 <토르: 다크월드>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간간히 유머러스한 부분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된다. 예고편에서 나왔던 것처럼 토르와 헐크가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헐크와 토르의 부재를 아쉬워한 팬들에게 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리고 헤임달, 로키,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반가운 얼굴과 새로운 캐릭터 발키리도 등장한다.

<토르: 라그나로크>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퀸젯을 타고 사라진 헐크가 처음으로 등장한 작품으로 다시 어벤저스 멤버와의 합류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올해 코믹콘에서 발표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예고편에서 토르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와 만나는 것을 보아 내년 개봉하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바로 직전 시기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작품과의 연계가 아닌 영화 그 자체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자칫하면 무겁고 어두울 수 있었던 '라그나로크'라는 소재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잘 다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에서도, 원작 마블 코믹스에서도 매우 어둡고 음울한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코믹스와 달랐던 것처럼 영리하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만의 결말을 만들어냈다.


빌런으로 등장하는 헬라도 퇴페미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극 중에서 헬라는 오딘의 첫째 딸로 토르와 로키의 누나다. 오딘과 함께 전쟁하며 아스가르드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너무나도 흉포한 성격과 힘으로 결국 봉인이 되어 있다가 풀려나게 된다. 역대 마블 영화에 등장했던 빌런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강함과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런 헬라를 연기하는 배우는 케이트 블란쳇이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에서도 갈라드리엘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고, 연기력은 할리우드 최상위권이다. 이번 작품에는 헬라의 퇴폐미가 엄청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제 마블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영화는 흥행이 보증된 작품이 됐다. 이제 내년 초 <블랙 펜서>가 개봉하고 5월에 드디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한다. 각각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시리즈 주인공들이 마블 최대의 숙적 타노스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진정한 천둥의 신으로 각성한 토르가 과연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타노스와 대적할 것인지, 로키는 다시 배신할 것인지 마블 팬들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과연 마블 스튜디오가 그린 그림의 끝이 무엇일지 마블 마니아인 필자도 즐거운 상상을 한다.

신나게 때려 부수고, 정신없이 미친 유머가 필요한 당신. 지금 바로 이 작품, <토르: 라그나로크>를 보러 가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