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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교육은 모든 이들이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교육이다. 여기서 모든 이들이란 가르치는 사람이든 배우는 사람이든 전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마 행복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김고운, 18세)"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기도 하며, 선생님은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도 같이 하는 것이 행복한 교육이라 생각한다.(명다소, 14세)"

안양에 위치한 대안학교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이하 배움터경당)의 학생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교육의 정의다. 그리고 나는 배움터경당의 교사다. 지금은 2017년 가을겨울학기가 한창이고, 각자 하고 있는 공부에 매진해야 할 때인데, 뜬금없이 행복한 교육이란 무엇인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배움터경당은 8살부터 19살까지 50명 남짓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다. 그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바람빛학당 12명 학생들이 2017 오마이뉴스 글로벌 행복교육포럼 <행복교육의 미래를 말하다>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서 30여명의 덴마크 학생과 선생님을 만나기 전, 과연 행복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참가 신청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의를 했다가 알게 된 충격적 사실. 학생들끼리 펼치는 조별 라운드 토론에 통역이 없다!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이 사실을 전했는데 오히려 더 신났다. 그 날부터 2주 동안 아이들의 일상어는 영어였다. 물론 이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겨우 2주 만에 영어를 마스터 한다는 것은 시내버스의 영어 학원 광고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해당 주제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영어로 연습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배움터경당 영어 선생님의 주도로 간단한 자기소개 및 각자 생각하는 행복한 교육을 영어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정도 준비는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당일 오전 미션이 주어졌다. 전체 공지 문자로 알려진 오늘의 토론 주제. '덴마크는 한국에서, 한국은 덴마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걱정은 없었다. 이미 행복 교육이 무엇인지를 나누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했으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포럼에 참가한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의 학생들
 즐거운 마음으로 포럼에 참가한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의 학생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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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교육의 핵심이다

이 날 포럼은 덴마크 류슨스틴학교 앤더슨 선생님의 발표로 시작했다. 무엇보다 앤더슨 선생님이 강조하는 덴마크 교육의 특징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이다. 학생들을 데리고 간 교사 입장에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 수밖에 없던 대목이다.

앤더슨 선생님은 그들의 관계를 간단한 예화로 묘사했다. 학생은 스스럼없이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고, 선생님의 부족한 노래 실력은 학생들의 놀림감 소재가 된다고 한다. 난감했다. 좋은 교사의 자격이 그런 것이라니. 난 아이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게다가 난 노래 실력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놀릴 수도 없다.

그러나 좌절하지는 않는다. 이 날 오전에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무려 네 가지 계획안을 준비했음에도 그것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원하는 '도서관에서 시간 보내기'를 선택했으니. 이만하면 학생을 존중하는 교사 아닌가.

다만 앤더슨 선생님이 전하는 덴마크 교육의 핵심은 마냥 자유로운 관계가 아니라 상호 존중에 있었다. 학생은 자유를 부여받지만 그 만큼의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이걸 기반으로 서로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좋은 관계란 친하지만 친구가 되지는 않는 것이라고 한다.

앤더슨 선생님과 함께 온 시몬 선생님도 상호 존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선생은 학생을 지배하려 하지 않되 학생은 학습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우리가 친구가 아니냐는 덴마크 학생의 질문에, 나는 원래 친구가 별로 없고 너희는 친구가 아니라는 유머 섞인 단호한 답변. 그들의 교육 철학에 무작정 자유로운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시험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적 동기로 공부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덴마크도 40~50년 전에는 지식만을 전해주는 교육 위주였다. 1970년대 사회 전반의 문화 혁명 시기를 거쳐 비판과 창조적 사고 중심의 교육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시험 방식이다. 역사 시험을 예로 들면, 왕의 이름을 외워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하루 동안 스스로 문제와 답을 내게 한다고 한다.

이에 청중들은 덴마크는 시험에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공부에 대한 열의가 생기는지 물었다. 좋은 직업을 위해 공부한다는 덴마크 학생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내적 동기로 충분히 공부할 의지가 생기고, 이는 사회 분위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도 했다.

 덴마크 교육과 배움터경당의 교육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김지호(19세) 학생
 덴마크 교육과 배움터경당의 교육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김지호(19세) 학생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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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경당도 시험에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심지어 과목마다 학기마다 다르게 판단해가며 시험을 본다. 덴마크는 사회 분위기가 한국과 다르다 쳐도, 같은 사회에 존재하는 우리 학교의 아이들은 어떨까.

물론 시험 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 스스로 공부를 잘 하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성적만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은 없다. 공부하는 습관을 익히고, 그것이 자기 삶을 성장시킨다는 내적 동기. 그만으로도 충분히 열심히 공부한다.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축구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소통이 쉬웠다는 구한글(19세) 학생
 축구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소통이 쉬웠다는 구한글(19세) 학생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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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들에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구나

드디어 기다리던 조별 토론이 시작했다. 우리 학생들은 각 조에 1~2명씩 배치되었다. 교사는 참관만 해야 한다는 것은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난 대체 어딜 앉아야 하나 두리번거리다 한 쪽 구석에 어정쩡하게 섰다.

사전 공지와는 다르게 통역이 준비됐다. 다만 조별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1~2명 섞여서 서로를 도와줬고, 통역 선생님 3~4명 정도가 전체 공간을 다니며 필요할 때 도움을 줬다. 전체 공간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통역하는 선생님들뿐이었다. 난 모든 아이들이 어떻게 대화하는지 가까이서 듣고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마치 통역 선생님처럼 이곳저곳을 오갔다. 물론 통역을 하진 않았다.

조별로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대부분 덴마크 학생들은 이미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사전 이해를 갖고 있는 듯했다. 시험만을 위해 모든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학생도 있었다. 그에 대해 한국 학생은 대입 시험, 직장이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시험에 대해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현실이다.

 각자 자기 테이블에 앉아 집중해서 조별 토론에 임하고 있다.
 각자 자기 테이블에 앉아 집중해서 조별 토론에 임하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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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자기 테이블에 앉아 집중해서 조별 토론에 임하고 있다.
 각자 자기 테이블에 앉아 집중해서 조별 토론에 임하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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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자기 테이블에 앉아 집중해서 조별 토론에 임하고 있다.
 각자 자기 테이블에 앉아 집중해서 조별 토론에 임하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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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분위기는 공교육 체계 안의 학생들이 겪는 현실을 나누고 덴마크의 학생들이 자기 상황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그 상황에서 배움터경당의 학생들은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활발하고 자기 이야기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몇 친구들은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렇지 못하고 몇 마디 이상은 말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본인의 이야기가 전체 분위기와는 맞지 않았으니까.

"나에게 행복한 교육이란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것. 수업뿐만 아니라, 서로의 삶까지도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 함께 즐거워하고 옳음과 정의를 찾아 공부하는 것이다.(명권영, 15세)"

포럼 참여 준비를 하며 본인은 행복한 교육 환경에 있다고 말했던 권영이는, 조별 토론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 "덴마크와 우리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더 깊은 자기 생각이 있는 걸 알기에, 속으로 응원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자기 생각을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그래도 전체 발표 시간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덴마크와 우리 학교가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느끼는 학생은 손을 들라는 말에, 지호(19세)가 번쩍 손을 들었다. 사람을 생각하는 교육이 우리와 같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한글(19세)이는 조별 토론에서의 감상을 전체 마무리 시간에 발표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미 친구라고 했다는 말에 덴마크 학생들의 큰 박수도 받았다.

그렇게 포럼은 끝났고 배움터경당 바람빛학당 친구들의 뜨거웠던 2주간의 '내가 생각하는 행복교육+영어로 소통하기 프로젝트'도 마무리 되었다.

 잠깐이었지만 만남의 소중한 기억을 남기고 싶은 학생들
 잠깐이었지만 만남의 소중한 기억을 남기고 싶은 학생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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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행복 교육을 전해주고 싶다

학창시절, 난 학교가 감옥 같았다. 오로지 대입 시험을 위한 공부 외에는 하는 게 없으니 인생이 답답했다. 그런 내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진정 너희들이 원하는 행복한 교육, 행복한 삶을 전해주고 싶었다. 2주 동안 영어와 씨름하던 학생들. 그저 외국 친구들과 한 마디 나누고 싶고, 우리 삶을 알려주고 싶은 내적 동기 하나로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에서 충만함을 느꼈다. 비록 준비한 것은 다 못해서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애들아 수고했어. 쫄지 말고 크게 외치렴. 아이 캔 스피크!!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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