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고 자택으로 돌아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 그에게 최승호 PD가 다가간다. 그리고 그에게 '4대강 수심 6m 지시 여부'를 묻는다. 그의 질문은 외면당하고, 그는 경호원들에 의해 밀려난다. 그리고 '이명박'을 연신 외쳐대는 지지자 사이에서 홀로 외친다.

"언론이 질문을 못 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이명박-박근혜의 9년, 질문을 못 하게 하는 시대

 해임되어 KBS를 떠나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 주위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해임되어 KBS를 떠나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 주위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 엣나인필름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은 '질문을 못 하게 하는 시대'였다. 정부의 정책에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하려던 프로그램들을 없애고, 이를 만들던 PD와 기자들을 쫓아냈다. 언론사 사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질문을 하지 않는' 언론인들. 그렇게 9년이 흘러갔다.

그리고 언론은 망가져 갔다. 세월호 참사 현장 상황과 전혀 다른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육해공 구조작업 총출동' 등의 오보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세월호 현장에서는 "현장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빨리 좀 구해줘요! 살려주세요!"라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 판국에 언론은 의문을 갖지도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급기야 세월호 유가족들이 '질문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한다. 언론이라면 이들의 목소리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했지만 침묵했다. 오히려 언론은 정부가 아니라 이들에게 질문했다.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인들은 총리에게 물병을 던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대륙 전역이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다."

이 말에는 '너희들은 다르다', '너희들은 왜 중국 언론처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이 내포되어 있다.

 MBC 박상후 전국부장(세월호 참사 당시) 쓰촨성 대지진과 세월호 참사를 비교한 리포트를 보도했다.

MBC 박상후 전국부장(세월호 참사 당시) 쓰촨성 대지진과 세월호 참사를 비교한 리포트를 보도했다. ⓒ 엣나인필름


질문의 역할을 내팽개친 언론은 이렇게나 무서웠다. 그리고 이렇게 망가진 언론은 나라도 망가뜨렸다. 정부가 질문을 받지 않으니 자신의 논리를 그냥 밀어붙이면 될 터. 질문이 없어진 자리를 채운 것은 '불통'과 '일방주의'였다. 그렇게 우리는 <공범자들>을 통해 '질문을 못하는 언론'이 나라를 어떻게 만드는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1700만 촛불로 어떤 폭력도 없이 정권을 심판해버렸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데 어떻게 이 극적인 반전이 가능했을까.

질문할 수 없는 시대, '질문하는' 기자들

 당시 MBC 장근수 드라마 본부장에게 '정윤회 아들 드라마 출연 논란'에 대해 질문하는 최승호 PD. '질문 못하는' 언론인들이 대답 또한 못하며 쩔쩔매는 모습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당시 MBC 장근수 드라마 본부장에게 '정윤회 아들 드라마 출연 논란'에 대해 질문하는 최승호 PD. '질문 못하는' 언론인들이 대답 또한 못하며 쩔쩔매는 모습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 엣나인필름


<공범자들>은 질문을 못하는 '기레기들'이 나라를 어떻게 망쳤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한편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저항하는 '기자'들을 비춘다.

"그게 언론학자로서의 양심입니까. 그렇게 제자들에게 가르쳤습니까"라고 되묻는 기자들. "MBC 뉴스를 망친 당사자라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라고 질문하는 기자들('질문하지 못하는 언론인'들이 대답 또한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외침으로 MBC 사옥을 가득 채운 언론인들. 이렇게 질문하고 저항한 '기자 정신'이 있어 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되돌아보면 국민들의 뇌리에 '최순실'이란 이름을 각인시켰던 것은 지난해 9월 20일의 <한겨레>의 단독 보도였다. 그리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이게 한 것은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결정타였다. '팔짱 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사진'을 건져낸 <조선일보>의 쾌거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 심판의 중요국면마다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현장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더라'는 세월호 탑승자 가족의 절규 또한, 그 시간 현장에 있었던 어느 기자의 취재를 통해 우리는 접할 수 있었다.

'기자'들을 기억하자

 '공범자들'과 '기레기'도 기억하되 그들과 싸운 '기자'들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범자들'과 '기레기'도 기억하되 그들과 싸운 '기자'들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 엣나인필름


<공범자들>의 기획 의도는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언론을 망친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언론을 지키기 위한, '기레기'가 아닌 '기자'들이 있었음 또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기억하고 응원함으로써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질문하고 저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26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공범자들>이 유튜브에서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20일 유튜브에서 영화가 공개된 지 일주일 째 현재 조회수는 180만에 육박한다. 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만으로도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 진정한 '기자'들에게 많은 응원이 될 것 같다. 11월 3일까지만 한시적으로 공개한다고 하는데 이번 주말, 친구와 연인과 <공범자들>을 함께 보는 것은 어떨지.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양흔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범자들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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