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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우담바라일까? 풀잠자리 알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인 것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우담바라일까? 풀잠자리 알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인 것을...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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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을까. 운명이었을까. 스님 혼자 계시는 사찰. 그의 도반 스님 네 분과 하룻밤 묵게 되었다. 손님 다섯에 주인까지 여섯. 아침 공양이 마뜩찮았나 보다. 스님은 어제부터 다음 날 아침은 밖에서 해결할 것임을 밝혔다. 이뿐이었는데, 아침에 새로운 걸 알린다.

"아침 공양 후 목욕 갑니다."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그랬다. 목욕탕, 탕 속에서, 몸은 고스란히 물속에 둔 채, 목만 솟아 나온, 빡빡 민, 머리를 볼 때면 두 가지 중 하나거니 했다. '조폭' 혹은 '스님'. 이게 말이나 될 법 한가. 하지만 탕 속에서 분간되지 않았다. 오십보 백보였다. 게다가 눈이라도 감고 있을 때면 닮은꼴처럼 똑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탕에서 일어서면 금새 알아챘다. 문신. 몸에 수놓은 문신은 조폭과 스님을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다. 둘은 그렇게 하나였다, 둘로 갈렸다. 스님은 마음에 부처 문신 등을 아름답게 새기는 반면, 조폭은 몸에 문신을 징그럽게 새겼다. 나무 석가모니불!

스님, 목욕탕서 위아래를 한 번 쭉 훑는 이유

"저것들은 여길 왜 오나?"

목욕탕에서 조폭과 마주치면 드는 생각이다. 아니다. 그들도 어디 목욕탕이든 가야 허지. 그런데도 일부분을 넘어 온몸을 휘감은 문신은 아예 눈길조차 주기 싫다. 쯔쯔, 혀부터 찼다. 한편, 조폭들의 문신을 보면 궁금하긴 하다. 몸에 무엇을 새긴 건지. 어떻게 새긴 건지. 왜 새기는 건지. 그렇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필요치 않은 몸의 생채기일 뿐이었으니. 부질없는 것을.

"스님 어디에서 오셨어요?"
"토굴서 왔습니다."
"○○사에서 왔습니다."

목욕탕에서 간혹 스님을 뵈면 반가움에 인사를 건넨다. 얼굴에 인자함이 드러나는 경우다. 그러면 대개, 먼저 위아래를 한번 쭉 훑으신다. 아마, 대답해도 괜찮은지 살피는 것 같다. 다음, 무표정한 얼굴에, 웃음기를 소환해, 부드러운 얼굴로 대답하신다. 다음부턴 일사천리로 이야기꽃이 핀다.

암튼, 다 벗고 사우나에서 땀이라도 같이 빼는 날은 엄청 즐겁고 고마운 날이다. 그럴 때면 일부러 다가가 스님 등을 쓱쓱, 싹싹 밀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렇게 많은 스님하고 목욕하는 거 쉽지 않다?

 벌이 앉았습니다. 어라~, 가만 보니 가부좌를 틀었네용~^^
 벌이 앉았습니다. 어라~, 가만 보니 가부좌를 틀었네용~^^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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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서 봐요."

스님의 채근이 상념을 깬다. 재래시장 식당서 보기 드문 2천 원 백반을 먹은 뒤다. 스님들, 서로 계산하겠다고 나선다. 누굴 탓하랴! 죄라면 아주 싼 가격이 죄다. 가격 대비 뿐 아니라, 시골 저잣거리의 오지고 푸진 인심 덕분에 배가 빵빵하다.

"이렇게 많은 스님들하고 목욕하는 거 쉽지 않다. 처사님은 복이 많은 거다."

감지덕지다. 주섬주섬 옷을 벗는다. 하나, 둘, 셋…. 점차, 나신(裸身)이 되어 간다. 그렇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맨 몸이 된다. 몸이 잽싼 스님, 벌써 탕 속에 들었다. 샤워 후 탕 속으로 들어간다. 웃음기 머금고. 탕 속에 앉자마자, '어~' 소리가 절로 난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 스님들도 시끄럽다. 해맑은 웃음에서 동자승을 본다.

배는 뽈록, 영락없는 중년 수놈 모습 그대로

스님, 홀라당 벗은 몸으로 걸어간다. 냉탕 방향이다. 뒤에서 그의 '나체(裸體)'를 감상(?)한다. 엉덩이가 빵빵하다. 허리를 감싸는 옆구리 살. '배 둘레 햄'에 피식 웃음 난다. 허벅지 살도 삐져나왔다.

찬물에 몸을 담고 나온 스님, 앞모습. 물이 뚝뚝 떨어지는 피부는 고만하면 탱글탱글 깔끔하다. 배는 뽈록. 가슴은 쳐졌다. 영락없는 중년의 수놈 모습 그대로다. 그런 것을…. 아~, 승복 입었을 때는 몰랐다. 그이가 저렇게 살이 차올랐는지.

스님, 탕 속에서 가부좌를 튼다. 그의 머리에서 물 한 방울 또르르 떨어진다. 고요와 평안이 묻어난다. 이런 풍경이 아니었다면 이들도 정체불명이었을 게다. 조폭과 스님 사이. 깨달았다. 이들을 구분 짓은 건, 단지 '몸'이 아닌 '옷'이었다. 그리고 녹차 한 잔…. 우리는 그렇게 하나 되었다.

 스님들과 목욕 후, 찐한 차 한 잔의 여유. 행복...
 스님들과 목욕 후, 찐한 차 한 잔의 여유. 행복...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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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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