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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무렵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약 30여 년에 이르는 음악을 '근대음악'이라 하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20세기 음악을 '현대음악'이라 부른다.

1900년대에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했으며, 20세기 말에 휘몰아쳤던 IMF 외환위기보다 더 위험했던 경제공항도 겪었다. 이후에 유엔(UN)과 올림픽이 생길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세계는 급변하게 요동쳤다. 이런 시대적 혼란은 음악의 트렌드조차 서서히 변하게 됐다.

'현대음악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작곡가는 쇤베르크(1874~1951)다. 당시 그가 발표하는 모든 곡들은 대중으로부터 환호 받지 못했다. 이유는 기존에 익숙했던 음악과 동떨어진 '12음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주류가 아니기도 했지만, 12개의 모든 음을 골고루 연주해야 하는 의무감(?)은 그의 음악을 접한 청중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현대음악사에서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작곡가가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그의 고향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독일에 가져가서 심으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한때는 이념과 사상 논란으로 정부와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기념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이며, 세계 5대 현대음악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인식되는 윤이상(1917~1995)이다. 그의 음악을 두고 많은 평론가가 "첼로로 국악의 소리를 내는 듯하며, 서양의 악기로 우리의 혼을 연주한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음악에서 '루바토(Rubato)'라는 용어가 있다. 음악에서 쓰이는 연주기호로, 우리말로 해석하면 '도둑맞다', '잃어버리다'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실제로 음악에서는 '템포 루바토(tempo Rubato)'라고 사용하는데, 이는 "일정 부분에서 연주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템포를 바꾸어도 된다"라는 뜻이다. 즉, '자유로운 템포로'라는 이 말은 "일정 구간에서는 획일적인 템포에서 벗어나 자기 나름대로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현대음악은 기존에 익숙했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추구했다. 급변하는 정세를 배경으로 20세기를 살았던 음악가들은 자신을 표현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귀에 잘 감기는 음의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 쇤베르크를 비롯해 동양과 서양의 음악적 만남으로 많은 음악인들조차 어렵게 느껴졌던 윤이상까지 현대음악의 공통점은 기존을 철저하게 버렸다는 것이다.    

서울시민예술대학 기획프로그램으로 열리는 '음악작당 루바토'는 어렵기만 한 '현대음악'을 직접 체험하면서 작곡해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루바토는 '자유로운 템포로'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음악 기호이며, 현대음악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도 한다.
 서울시민예술대학 기획프로그램으로 열리는 '음악작당 루바토'는 어렵기만 한 '현대음악'을 직접 체험하면서 작곡해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루바토는 '자유로운 템포로'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음악 기호이며, 현대음악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도 한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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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음악을 직접 들으며 작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양의 전통 음악인 클래식 이후에 나타난 '현대음악'을 오감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이름은 <음악작당 루바토(Rubato)>다. 오는 11월 8일부터 12월 6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관과 일신홀에서 진행한다.

<음악작당 루바토(Rubato)>는 예술로 특화된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민예술대학'의 협력형 기획사업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히 어려운 '현대음악'을 소개하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몸짓, 언어 등 일상의 재료와 음악의 기본 도구를 활용해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작의 과정까지 접근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민예술대학은 2015년에 시작해 올해로 3년째 진행된다. 서울특별시의 시민교육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에 맞춰 문화예술로 특화된 시민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서울시민예술대학은 2015년에 시작해 올해로 3년째 진행된다. 서울특별시의 시민교육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에 맞춰 문화예술로 특화된 시민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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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예술대학의 <음악작당 루바토(Rubato)>는 일방향의 정보전달에서 벗어나 오감으로 현대음악 작품을 만들어보기(작, 作) 위해 모인다(작당하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루바토(Rubato)는 획일적인 템포에서 벗어나 일정 부분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의 음악 기호에서 착안했으며, '탈 규격화'와 '해체' 등 실험적 요소가 강한 현대음악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용어에서 착안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본부장 임미혜)

<음악작당 루바토(Rubato)>는 리듬, 음정, 음색, 윤이상, 구조를 주제로 총 5회로 구성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 박자의 분할에 의해 규격에서 벗어난 리듬을 창작해보는 탈 규격화의 '리듬 작당'(11월 8일) ▲ 멜로디와 화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며, 자신의 음정을 타인과 조화를 시도하는 우연성을 추구하는 '음정 작당'(11월 15일) ▲ 자신의 이야기와 목소리에 색깔과 패턴으로 음악을 만드는 다양성을 시도하는 '음색 작당'(11월 22일, 이상 남산예술센터) ▲ 현대음악의 세계 5대 거장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악 세계를 되돌아보는 '윤이상 작당'(11월 29일, 일신홀) ▲ 기존의 작품과 관객의 입장에서 벗어나 불확정성과 해석의 자유를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구조 작당'(12월 6일, 남산예술센터)이 진행된다.

"본 프로그램은 특정 작품 혹은 작곡가에 대한 사실이나 정보 나열 방식을 지양한다. 특히 11월 29일, 일신홀에서 진행되는 4회차 프로그램인 '윤이상 100주년 기념 음악회 강연'은 예외적으로 특정 작곡가를 주제로 다루되, 매우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뒷이야기를 중심으로 대담을 이끌어나게 될 것이다." (TIMF 앙상블 피아니스트인 임수연)

이번 프로그램은 '현대음악'의 배경과 정신에 공감하기 위하여 각 요소를 다룰 때, 고전적인 익숙한 패턴에서 출발하여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문을 품게 하는 발문을 거점으로 자연스럽게 사고를 전환활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진행 강사로는 작곡가겸 서울문화재단 예술가교사(TA, Teaching Artist)로 활동하고 있는 유하나, 통영국제음악재단(TIMF) 앙상블의 피아니스트인 임수연이 주축이 되며, 서울대 음대 김승근 교수와 TIMF 앙상블 단원들이 매회 강사로 참여한다.

"본 워크숍은 어려운 현대음악을 쉽게 소개하는 종류가 아니다. 오히려 어렵게 나온 이 음악에 공감해보려는 힘겨운 노력을 함께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음악예술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언어들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과정을 경험한 후에 자신의 사고와 시대적 가치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통하여 '현대성'의 가치에 접근해보는 과정을 함께한다. 크게는 다양한 현대의 미적가치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느낌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도구로서 음악이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가교사 유하나)

전 세계적으로 현대음악의 5대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윤이상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를 기억하는 음악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전 세계적으로 현대음악의 5대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윤이상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를 기억하는 음악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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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별 강의는 음악 요소와 표현 언어, 철학적 가치기준의 최소 단위부터 7단계로 진행한다. 진행 순서는 ▲ 도입과 몸 풀기(1단계) ▲ 체험을 통해 음악의 기본 요소 익숙하기(2단계) ▲ 전 체험에 대한 문제, 의문을 제시하는 발문(3단계) ▲ 발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현대적 패시지의 구현(4단계) ▲ 실제 작품에 나타나는 양상과 흐름을 소개하여 감상 후 공유(5단계) ▲ 작품화(6단계) ▲ 창작품 소개와 나눔(7단계)로 진행한다.

'어서와~ 현대음악은 처음이지?'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음악작당 루바토(Rubato)>는 현대음악에 관심 있는 서울시민이라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규모는 회차별 20명을 모집하며, 신청은 서울문화재단(www.sfac.or.kr) 누리집에서 오는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10일간 진행된다.


태그:#서울시민예술대학, #음악작당, #루바토, #예술교육, #현대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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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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