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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 조사·정규직 전환 예상 규모 브리핑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부는 전체 31만6천여명의 64.9%에 해당하는 20만5천여명의 비정규직이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 조사·정규직 전환 예상 규모 브리핑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부는 전체 31만6천여명의 64.9%에 해당하는 20만5천여명의 비정규직이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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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중 7만 4000명을 연내에 정규직으로 전환 완료한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세종시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주재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TF회의'를 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확정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31만 6000명 중 교·강사, 60세 이상 고령자,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선수 등 14만 1000명을 제외한 인원으로 전환율은 64.9%다. 고용노동부는 "전환 가능한 상시·지속적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발표로 "임계치에 이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관행을 확립하고, 인사관리시스템을 정상화함으로써 사회양극화 완화와 공공서비스 질 개선, 문재인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 될 전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가 상시업무를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지난 7월 20일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853개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특별실태조사를 벌여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대체, 계절적 업무 등 일시·간헐적 업무가 아닌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보인다.

상시업무 하지만 제외된 14만 1000명...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계획 부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예상 전환 전망.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예상 전환 전망.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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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발표가 갖는 한계도 적지 않다.

첫째, 상시업무를 하는 14만 1000명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다. 대상은 교·강사 3만 4000명, 60세 이상 5만 4000명, 기타 5만 3000명이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만든 기간제법에 대해 여러 차례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면서 사과했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규직과 파견법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려고 할 때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법안"이라며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악화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으로, 19대 국회를 통틀어 최악의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월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에 따르면 5만 5000여 명의 비정규직 교원 중 유치원 돌봄교실·방과후 강사 등 1034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사립학교 포함 기간제 교사 4만 6000명과 영어회화·스포츠 등 5개 직종의 강사 7000여 명은 제외됐다.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 0명'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히 정규직을 사용해야 할 자리에 비정규직을 사용한 것은 정부 잘못이다. 따라서 기간제법이나 고령자 고용 촉진법 등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 제외 대상자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정규직 전환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규직이 되는 것이 온당하다. 정부는 기간제법 폐기나 개정을 포함해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한 14만 100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시도 중단과 10.25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시도 중단과 10.25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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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차별없는 정규직 전환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되, 일률적인 호봉제 편입을 지양하고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 도입을 지원한다"며 직종별 임금체계 표준안을 현장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정부가 말하는 '합리적인 임금체계'가 기존 비정규직 임금과 별반 차이가 없는 직무급제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정규직이 돼도 처우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인지 우려된다.

"노사 협의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은 현장에서 심각한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서울시는 "노동존중 특별시 2단계 계획"으로 '투자기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다. 그런데 서울지하철노조는 젊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10월 19일 표결을 통해 승진을 위한 근속연수를 기존 정규직은 5년, 새 정규직 전환자는 6년 이상으로 정했다.

노사 자율로 정할 경우, 이기적인 정규직노조의 반대로 인해 차별이 온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 업무직 협의체'는 10월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를 상대로 "차별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일시·간헐적 업무를 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해소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비정규직의 핵심적인 문제는 ① 고용불안 ② 장시간노동 ③ 저임금이다. 고용불안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규직 전환과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계획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 하나 '사용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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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자세'다. 대통령도 사과했듯이 비정규직을 양산한 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부터다. 정리해고제, 파견법, 비정규직법이 민주당 정부에서 만들어졌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기간을 연장하려는 개악이 추진됐었다. 그로 인한 결과가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1100만 시대다.

공공부문에 3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 정부다. 따라서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당사자들이 만든 악법부터 없애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기업도 따라온다.

기간제교사, 강사 등 학교 현장에 비정규직을 양산한 교육부는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학교 비정규직이 정규직 교사-임용고시생과 일자리를 놓고 싸우게 만들었고, 교육부는 구경만 하다가 여론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가 훨씬 심각한 사립학교는 손도 못 대는 꼴이 됐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사용자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공공부문 상시업무 비정규직 31만 명 정규직 전환의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상시·지속적인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한 박점규님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입니다.



태그:#비정규직, #문재인, #고용노동부, #박근혜, #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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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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