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포스터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포스터 ⓒ (주)이수C&E


2015년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명문 도쿄대 출신이자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여성, 당시 24세)가 과로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조사 결과 그는 월 105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7월에는 NHK의 사도 미와(여성, 당시 31세) 기자는 한 달간 159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뒤 갑자기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본에서는 장시간 노동이나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파워하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일본식 조어다. 일본 후생노동성(우리나라 보건복지부, 노동부 같은 일본의 행정기관)은 지난해부터 <과로사 백서>를 발간해 초과 근무를 하는 기업의 노동자 비율, 노동자의 스트레스 종류, 직장 관련 자살 건수, 국가별 연평균 노동시간 등을 발표하고 있다.

끔찍한 직장, 보는 것만으로 공포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스틸 컷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스틸 컷 ⓒ (주)이수C&E

 
이런 냉혹한 현실 때문인지 일본에선 노동환경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가 한국보다 꾸준한 편이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도 초과근무와 '파워하라' 문제를 다룬다. 키타가와 에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아오야마(쿠도 아스카)가 다니는 직장은 공포 그 자체다. 괴물 같은 직장 상사가 있고 상사의 지휘 아래 아침마다 체조를 하며 "유급 휴가는 필요없다", "꺾일 마음이 없으면 견딜 수 있다"고 외쳐야 한다. 이러한 군대식 조직 문화에 더해 너무나도 당연한 상사의 폭언과 폭력, 생기 잃은 사원들의 모습, 회사 손실을 사원의 월급에서 깎는 장면까지.

성과에 과도한 압박에 인간이 메말라가는 가는 모습도 섬뜩하다. 영업사원인 아오야마의 선배 이가라시(쿠로키 하루)는 이 회사의 에이스이다. 가장 많은 계약을 성사시켜 사원들 앞에서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에이스에게 또 다시 주어지는 건 목표치다. 결국 끝없는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또 하나의 괴물이 완성되어 간다.

더욱 놀라운 건, 이런 광경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와 신문에서 읽었던 현실이 고스란히 등장한다는 점도 무섭다. 칼퇴는 꿈도 못 꾸는 현실에서 아오야마는 150시간의 야근을 했지만 야근수당은 받지 못한다. 지저분한 집은 아오야마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이렇게 숨 쉴 틈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아오야마가 선택하는 건 자살 시도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은 노동 현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스틸 컷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스틸 컷 ⓒ (주)이수C&E

 
이때 등장하는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는 구원의 손길이다. 지하철에 치일 뻔한 아오야마를 구한다. 야마모토의 등장으로 아오야마의 삶에도 조그마한 변화가 생긴다. 하루 중 유일하게 편한 순간은 야마모토와 있을 때다. 그에게 업무 성과를 위한 옷 코디를 받고,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어려움에 빠진 아오야마를 향한 야마모토는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어때"라고 말을 건넨다.

이런 영화의 모습에서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두 번째였다. 일본(1713시간)보다 크게 높다. 최근 발생한 집배원 과로사와 자살, 고속버스의 대형 교통사고 등은 과로사회가 빚어낸 비극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과로사회"를 언급하며 노동시간의 단축을 말하는 지금의 현실은 갈 길이 바쁘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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