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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지난 2009년 6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포함해 전체 21명을 기소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부분은 내사 종결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지난 2009년 6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포함해 전체 21명을 기소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부분은 내사 종결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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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명 '논두렁 시계' 건을 검찰에 언급하며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을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지침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과 연루된 뇌물 사건 수사를 받고 있었고, 고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 실제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국정원 간부를 만난 바로 다음날 KBS가 노 전 대통령의 명품시계 수수 의혹을 보도했다. 국정원과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MB국정원의 수사 개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월 17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원세훈 전 원장은 '모닝브리핑 회의'에서 "동정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국내정보부서의 보고를 받았다.

이어 원 전 원장은 4월 20일 "검찰 측에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수사를 지속 독려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지속 부각, 동정여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했다. 당시 원 전 원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국정 부담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시로 표출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의 측근인 국정원 간부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만난 건 4월 21일이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간부는 '논두렁 시계'에 대한 지침 등 수사 전반에 관한 지침을 전달했다. 해당 간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에 언론을 악용해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라고 지시한 것이다.

다음날인 4월 22일 KBS는 노 전 대통령의 '명품시계 수수'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그리고 5월 13일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박 회장에게 회갑선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SBS의 보도가 나왔다. 

KBS 고대영, 200만원에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불보도 수사의뢰 권고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장은 지난 7월 10일 국정원 개혁위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면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명품 시계 수수를 최초 보도한 KBS 기자는 보도 출처 확인을 거부한 반면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을 최초 보도한 SBS 기자는 "검찰에서 들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이 언론사 간부를 직접 상대한 정황도 확인됐다. 2009년 4월 당시 국내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2009년 5월 <조선일보>에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이 보도되자 KBS에 관련 보도를 막기 위해 KBS 담당 국내정보관(IO)이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관련 보도를 안 하는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이 예산신청서·자금결산서 및 담당자 진술로 확인됐다. 당시 보도국장은 현 고대영 KBS 사장이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검찰에 불구속 의견을 전달한 수사 관여 행위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에 해당될 소지가 있으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 다만, 개혁위는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IO로부터 현금을 수수하고 불(不)보도 행위를 한 것은 뇌물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검찰에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국방송공사(KBS) 관련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10월 23일자 정치면 'MB 국정원 검찰에 <'노무현 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지침 확인> 제목의 기사에서,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한 보도를 막기 위해 보도를 안 하는 명목으로 국정원이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하였고, KBS 보도국장의 현금 수수와 불보도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 될 여지가 있어 검찰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는 국정원 개혁위의 권고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당시 KBS 보도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보도 협조 등을 명목으로 현금을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불보도 행위를 한 바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태그:#노무현, #이인규, #이명박, #원세훈, #논두렁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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