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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부터 대구 중구청과 약령시를 지나 서문시장 인근 신남역까지 운행하는 909번 버스. 버스에 오르는데 먼저 인사를 건네는 기사님 덕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편하게 입고 운전하는 분들을 주로 보다가 정복을 차려 입고 운전하는 모습을 보니 새롭습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옷매무새가 일에 대한 긍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액세서리가 있었습니다. 모자에 달린 세월호 리본에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기사님, 옷도 리본도 너무 멋지세요."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엄지를 들며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 물으니 환하게 웃어 보이셨습니다. 이후 교대 준비 중인 박재섭(48) 기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봤습니다.

"리본이요? '그때'부터 계속 하고 있습니다"

- 운전을 언제부터 하셨나요?
"1999년도 4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9년째입니다."

- 항상 이렇게 정복을 입으시나요?
"한여름 더울 때 빼고는 정복을 입습니다. 7~8월에는 자켓을 벗지요. 예전에는 버스기사에 대한 인식이 좀 안 좋은 면이 있었습니다. 불친절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그걸 좀 바꿔보고 싶어서 입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 관리죠. 옷 입는 거부터. 이왕 내가 하는 일이니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정복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 타고 내릴 때 인사 건네주시니 무척 좋던데요. 승객 분들도 좋아하시죠?
"아마 (대구에서는) 제가 제일 먼저 마이크를 사용했을 거 같은데. 지금은 많이들 쓰시니 좋습니다. 처음에는 (마이크로) 인사해도 하루에 서너 번 인사받는 정도였는데. 왜 경상도 사람들이 좀 무뚝뚝하기도 하잖습니까. 지금은 먼저 하시는 분들도 있고. 서로 인사하고 주고받으니 좋죠. 한 번은 마이크가 고장나서 육성으로 (인사를) 하다 보니 목이 아픈 적도 있었어요. 인사를 잘 못 나누면 오늘 하루 일을 잘 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세월호 리본은 언제부터 그렇게 하게 되셨는지?
"(세월호 참사) 그때부터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옷에도 달아보고 여기 저기 어디 달 만한 곳이 없나 찾다가 모자가 안 가려지고 잘 보여서 달게 됐지요."

- 혹시 뭐라 하시는 분은 없었나요?
"특별하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간혹 '그걸 왜 여태 다냐', '언제까지 달 거냐' 묻는 분들이 있는데 그냥 허허 웃으며 '언제까지 달지 저도 모르겠네요' 하고 넘어갑니다. 승객 분 타실 때 인사도 하고 난 후니까 그렇게 막 뭐라 하고 묻지는 않으십니다."

- 언제까지 리본을 하실 건지?
"수습만 다 된다고 떼는 건 아닌 거 같고요. 이건 기억하는 거니까. 수습 다 끝나고도 달고 있다가... 이 정도까지만 달고 있을까 하다가, 이제 아이들 놓아줘도 되겠다 싶으면 그때 뭐 차차..."

- 제가 어리석은 질문을 드린 것 같습니다. '잊지 말자'는 건데.
"주입식으로 뭔가를 기억하자고 강요하면 반발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들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은연 중에 기억나듯이. (운전하며 지나가는) 2.28기념중앙공원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있잖아요. 모르다가도 지나가다 그거 보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각나듯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가 아니라 문득 그 아이들이 생각날 수 있도록. 꼭 리본이 아니더라도 스티커나 요즘 많이 쓰는 이모티콘에도 그런 기억할만한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식은 가슴에 품는다고도 하는데 부모 마음을... 어떻게 뭐 더 드릴 말씀이 있겠습니까. (세월호) 생각하시는 분들 참 많습니다.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잘 마무리 되고. (유가족 분들) 마지막까지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버스 기사님의 리본'처럼 세월호를 기억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은 진실을 인양하기 위해 11월에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면 좋겠습니다. 2기 세월호 특조위가 하루 빨리 꾸려져 진실에 다가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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