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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강원도 춘천 국립강원대학교에 문을 연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강원도 춘천 국립강원대학교에 문을 연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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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가장 해로운 언론입니다. 검색어 조작, 배치 조작, 여론 조작...  좋은 기사는 결코 메인화면에 올라가지 못 합니다. 보수단체 언론사들만 활개치는 곳이었습니다. 네이버, 사과가 아니라 수사가 필요합니다."

적극 공감한다. 지난 20일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네이버 한성숙 대표의 사과를 언급하며 게시한 글이다. 그의 말마따나, 사과가 아닌 수사, 그도 아니라면 조사라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네이버가 '또' 사과했다. 지난 20일,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 2016년 10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비판하는 논조였던 이근승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스포츠 칼럼과 관련, 청탁을 받고 뉴스면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한 사과였다 (관련 기사 :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받고 '비판 기사' 숨겼다).

당시 이근승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전북 현대 모터스의 심판 매수 사건과 관련,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린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2016년 10월 3일 오전 9시 55분 네이버 스포츠 축구면에 배치된 이 기사는 댓글과 '좋아요' 등 호응을 얻었으나 이후 3~4시간 이후 네티즌들의 피드백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번 '네이버 청탁' 사건을 폭로한 <엠스플뉴스>에 따르면, 한국프로축구연맹 김OO 홍보팀장과 네이버스포츠를 총괄하는 금OO 이사는 "이번 한 번 부탁한다"라거나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라는, 청탁이 오고간 정황이 포함된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이와 관련, 한성숙 대표의 '사과문'은 구구절절해 보이지만 '핵심'이 빠져 있다. 아니, 핵심을 비켜가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감사 결과,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라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핵심적인 의혹에 대해선 꽤나 일반론적인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래 내용이 딱 그러하다.

핵심비켜간 네이버 한성숙 대표의 사과

<엠스플뉴스>의 보도 이후 네이버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엠스플뉴스>의 보도 이후 네이버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 네이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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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로부터 송고 받은 뉴스만을 서비스하는 <네이버뉴스>와 달리, <네이버스포츠>는 뉴스뿐 아니라 스포츠 생중계, 동영상 클립, 기록 데이터 등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매주 200경기 이상을 실시간 중계하며 2300여개의 관련 동영상 클립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구단과 협회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네이버스포츠>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서비스 특성상, 경기 중계 등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스포츠>는 각종 협회, 구단, 단체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프로축구 중계권을 가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같은 협회와도 언로(言路)가 열려 있습니다.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 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같은 의혹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회사를 이끄는 저의 책임이 큽니다."

요는, <네이버뉴스>와 달리 <네이버스포츠>의 성격과 특성이 달라서 벌어진 '청탁'과 '청탁 수용'이라는 것이다. 즉, 기사 부문과 직접적으로 협회, 구단, 단체 등과 협력하는 부분이 있기에 '청탁'이 가능했다는 '자백'으로 읽힐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한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대표적으로 <네이버뉴스>에 들어가는 각 정당 및 정부 기관의 성명이나 해명, 의견 역시 적지 않다. 그렇다면, 그들의 "언로"를 보장하는 동시에 "협력"하는 부문이 있다면 청탁이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즉, <네이버뉴스>와 <네이버스포츠>의 특성이 달라 "청탁"이 벌어졌다는 해명은 어불성설 그 자체다.

핵심은 두 서비스의 특성이 아닌 '청탁' 그 자체다. 온국민이 '네이버뉴스'의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지금, '청탁'이 가능했고 그것이 드러난 상황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일부'가 아니라 네이버뉴스 서비스 전체에서 '만연'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왜, 어떻게 믿어줘야 하는가. 게다가, 네이버의 투명성과 관련한 의혹이 이번 한 번도 아니지 않은가. 시계를 작년 12월로 돌려 보자.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8월 21일 오후 6시께 포털사이트 '네이버' 메인 화면. '정치인 룸살롱' 키워드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2012년 8월 21일 오후 6시께 포털사이트 '네이버' 메인 화면. '정치인 룸살롱' 키워드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 네이버 메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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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연합뉴스>는 25일 "네이버가 정부 당국이 요청할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에서 특정 키워드를 삭제·제외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지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네이버가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정 키워드를 실검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연합뉴스>는 "행정·사법 기관은 청와대, 정부부처,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법원 등을 두루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정부 당국이 '불편한' 키워드를 빼달라고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규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 그러니까 '박근혜 탄핵', '박근혜 6시간'과 같은 실시간 검색어가 올라왔을 때, 행정·사법 기관의 요구만 있다면 검색어가 사라질 수 있는 규정이 네이버 내부에 마련돼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된 검색어들이 그리 쉽게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사라졌는가 하는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는 지침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연합뉴스>는 "이런 조항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네이버는 2012년부터 만들어진 이 지침에 대해 "실행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시간 검색어'와 '기사 재배치'만 바꾸면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외압'에 취약하다. 실제로 '청탁'에도 둔감하며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는, 국내 1위 포털 '공룡' 네이버의 내부 기사와 실시간 검색어 '편집' 방침 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에 등장하는 '네이버 경영진'이 대답할 차례다. 이건 절대 단순 '사과'로 끝날 대목이 아니다. 

네이버, 박근혜 청와대의 '설득'엔 어떻게 대응했을까

15.5.11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정책조정수석)(기획비서관) 

④ 비판세력들의 대정부 비판공세가 적극적이고 집요해지고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해 나갈 것. 즉 비판세력들의 주된 활동 사이버공간이 네이버라면, 그 경영진을 적극 설득, 순화시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홍보수석)

청와대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실장이 당시 김성우 홍보수석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네이버 경영진을 적극 설득, 순화시키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문장이 적시돼 있다.

문제는, 이 박근혜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뤄진 대언론 관련 '대응'과 '노력'들이 대부분 실제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회의에서 이병기 실장이 주문한 내용이 지상파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됐는지 낱낱이 고발한 바 있다.

이제, 네이버 차례다. 네이버가 대답할 차례다. 일개 축구연맹의 '청탁'도 순순히 받아들인 네이버가 과연 박근혜 청와대의, 이명박 청와대의 '주문'과 '청탁'에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스스로 '자백'할 차례란 얘기다.

이미 여러 청와대와 국정원 등의 문건을 통해 두 정부가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진보언론과 일부 지상파 언론의 구성원들을 '종북'과 '좌파' 등 '비판세력'으로 규정해왔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그렇다면 박근혜 청와대가 "적극 설득, 순화시키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라던 네이버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고백하시라.

다시 묻자. 그간 기사 재배치 청탁은 어느 범위로 이뤄졌고, 또 실시간 검색어는 얼마나 조작이 이뤄졌나. 무엇보다 두 정권을 거치며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 '사법' 기관의 설득, 순화 노력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이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네이버 스스로 '사과'가 아닌 '조사'나 '수사'가 필요하다고 자인하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응답하시라, 네이버!


태그:#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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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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