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감독 .

▲ 이상범 감독 . ⓒ KBL


이쯤되면 '상범매직'이라 부를 만하다. 원주 DB가 깜짝 선두를 달리며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22일 DB는 인천 전자랜드를 87-80으로 꺾으며 개막 4연승을 신고했다. 전자랜드는 현장에서 '우승후보'로도 꼽힌 바 있던 강팀. 전주 KCC, 고양 오리온, 서울 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DB는 전자랜드마저 누르며 개막 연승 행진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 이변의 중심에는 '리빌딩 전문가' 이상범 감독이 있었다. 이 감독은 과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재임 시절 박찬희(전자랜드), 이정현(KCC), 오세근(KGC) 등을 차례로 뽑아 2011~2012시즌 우승을 일궈내며 리빌딩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던 인물.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동부(현 DB)를 상대로 우승을 거두며 DB팬에게 가슴시린 기억을 남긴 적장이기도 했다. 지난 4월 DB는 이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으며 '5년 전 적장'과 손을 잡았고 '포스트 김주성' 시대를 준비하게 됐다.

은퇴를 바라보는 김주성, 윤호영의 부상, 박지현의 은퇴와 허웅의 상무 입대로 본격 리빌딩 모드에 돌입한 DB는 시즌 전 부동의 꼴지 후보였다. 이번 시즌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 중 지난 시즌 평균 10분 이상 출장한 선수가 김주성, 두경민, 김현호 뿐이었을 정도로 암담했던 상황. 이 감독은 김태홍, 서민수, 최성모, 김영훈 등을 중용할 것을 시사했다. D리그를 오갔던 선수들이 주축으로 이뤄진 DB는 흡사 외인구단에 가까워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새롭게 합류한 디온테 버튼이 평균 22.5득점 9.3리바운드 3.5어시스트로 코트를 이끌며 맹활약한데 이어 두경민이 평균 16.5득점과 3.5어시스트로 리빌딩 군단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주장 김태홍(평균 9.3득점 4.5리바운드)과 3년차 포워드 서민수(평균 10.5득점 8.0리바운드)의 깜짝 활약도 겹쳤다.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팀 성적으로 살펴보면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평균 47.5개(1위)의 리바운드와 3.8개(2위)의 블락으로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고 상대 야투 시도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DB는 서울 SK, 부산 KT와 함께 평균 70점대의 실점을 허용하며 끈끈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3년째 원주의 골밑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로드 벤슨과 새 외인 버튼, 새 활력소가 된 김태홍, 서민수가 합심한 결과다.

다가오는 호재도 있다. 상무에서 복귀했으나 전지훈련에서 종아리 부상을 입었던 박병우가 10월 말을 복귀를 목표로 운동을 소화 중이다. 애당초 시즌아웃이 예상됐던 윤호영 역시 3라운드 복귀가 예상된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수급할 신인 역시 DB의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활로 중 하나다.

감독 선임 당시 이상범 감독은 '새로운 팀 컬러 구축을 위해 구단 및 선수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팀 컬러로 중무장한 DB가 봄 농구에 도전할 수 있을까? 일단 그 첫 걸음은 매우 가벼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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