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드라이언픽쳐스


영화 <플랜 비>(원제: Getaway Plan)의 주인공 빅터(알랭 헤르난데즈 분)는 범죄 소탕을 위해 신분을 감추고 러시아 갱단에 잠입한 경찰이다. 그는 은행 금고를 털 계획을 세우는 러시아 갱단에 자신만의 금고털이 기술로 신뢰를 얻어 합류한다. 그곳에서 빅터는 자신의 정체를 아는 오랜 친구 라피도(하비에르 구티에레즈 분)를 만난다. 마약에 빠진 라피도는 빅터에게 한몫을 챙겨 달라고 요구하고 빅터를 투입한 경찰서장 테니엔테(루이스 토사 분)는 범죄 소탕을 재촉한다. 이들의 속내가 얽히며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경쾌한 리듬과 과거 할리우드 범죄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상으로 문을 여는 <플랜 비>는 따끈따끈한(스페인에선 올해 4월에 개봉했고, 일본에선 3월, 독일에서 9월에 선보였다. 우리나라는 4번째 개봉 국가) 스페인산 작품이다. 1993년 영화 <사진가의 눈>으로 데뷔한 이나키 도론소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2006년 <라 디스탄시아>를 통해 죄책감이 극에 달한 인물의 영혼을 누아르 형식으로 세련되게 표현해 스페인의 각종 영화제를 석권한 바 있다. <플랜 비>는 이나키 도론소로 감독이 <라 디스탄시아>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들의 '탈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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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키 도론소로 감독은 <플랜 비>에 대해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며 "관객이 주목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영화에 넣었다"고 밝혔다. 장르의 융합은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이다. <플랜 비>는 범죄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강탈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하이스트 무비'와 경찰 또는 범죄 조직이 스파이를 잠입시키는 '언더커버' 설정을 결합했다. 정체를 들킨 위험에 빠진 빅터, 새로운 삶을 꿈꾸는 라피도, 갱단의 소탕을 바라는 테니엔테가 서로 속고 속이는 전개는 이어지며 반전은 거듭된다.

범죄 기술을 단순화시켜 장르의 장벽을 낮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야기는 다소 복잡하나 전개 과정에서 사용된 범죄 기법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설득력도 지녔다. 낮아진 장르의 장벽은 관객의 호기심을 신선하게 자극한다. 관객은 인물들이 각자 상황에 맞게 세운 '탈출 계획'(원제)이 무엇일까 점점 궁금해진다.

이나키 도론소로 감독은 <플랜 비>의 "각본에서 드러난 인간의 이중성에 끌렸다"며 "돈을 계기로 삼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충성과 배신, 우정과 질투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바람처럼 <플랜 비>엔 각자의 '신세계'를 꿈꾸는 세 명의 인물, 빅터, 라피도, 테니엔테가 나온다.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2016)로 국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루이스 토사, 스페인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리는 <살인의 늪>(2016)을 통해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하비에르 구티에르즈, 스페인의 떠오르는 스타 알랭 헤르난데즈가 인물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카체이스, 총격전 등 스페인 상업 영화의 묘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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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영화는 우리나라에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영화 <더 바> <100미터> <내일의 안녕> <마이펫 오지> <인비저블 게스트> <어 퍼펙트 데이>를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플랜 비>는 대중 영화의 재미와 장르 영화의 쾌감에 충실하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진행이 일품이다. 후반부의 허를 찌르는 전개는 반전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카체이스, 총격전 등은 양념으로 적절히 쳐졌다. 스페인 상업 영화의 향취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국내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저지른 잦은 모자이크는 심히 거슬린다. 또한 다소 거칠게 연결된 몇몇 편집도 의문으로 남는다. 국내 상영본은 101분인데 반해 인터넷무비데이타베이스(IMDB)에 공개된 상영시간은 105분으로 차이가 제법 크다. 국내 수입사가 가위질한 것인지, 외국에서 편집버전을 보낸 것인지 진실 여부는 모르겠다. 관객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이 불편할 따름이다. 절찬 상영 중.

플랜비 이나키 도론소로 알랭 헤르난데즈 하비에르 구티에레즈 루이스 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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