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권력기관 개혁과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속도를 내겠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앞서도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법무부 업무보고 당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과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을 빠른 시일 내에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 도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라며 "이미 12년째 시행 중인 제주자치경찰의 사례를 거울삼아 보다 완벽한 자치경찰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잘못과 단호히 결별해야, 오직 국민만 위해서 복무하기 바란다"

다만, 문 대통령은 "경찰의 눈과 귀가 향할 곳은 청와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경찰 스스로의 개혁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잘못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스스로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의미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날 법 집행 과정에서 있었던 위법한 경찰력 행사와 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 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할 것이다. 경찰은 오직 국민만을 위해서 복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유능한 민생 경찰'이 되어 달라고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집회와 시위의 대응에 과다한 경찰력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하루 빨리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정착시켜 민생치안에 경찰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특히 어린이와 여성,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앞장서 주시라"면서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농단 심판을 위해 광장으로 나왔던 '촛불시민'들이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2017년 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 "이 상이 촛불시민에게만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경찰에게도 그 공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반년에 걸쳐 17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민행동이었지만 단 한건의 폭력도,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데는 성숙한 국민의식과 함께 평화적으로 집회를 관리한 경찰 여러분의 노력도 컸다"라며 "촛불집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촛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위험에 처한 국민이 가장 먼저 만나는 '국가의 얼굴'"이라며 "늘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경찰이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