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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사랑해 여수' 학생 기자단이 작성했습니다 [편집자말]
반려견, 잘 키우고 계십니까?
 반려견, 잘 키우고 계십니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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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1000만이 넘는 시대에 접어들었는데도,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한 개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이 인도를 빼앗긴 채 개를 피해 도망다니기도 합니다. 더욱이 그런 개한테 물려 다친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키우다 그냥 버리는 '유기'와 아무렇게나 길거리에 두는 '방치'는 이제 위험 수위를 넘어선 듯 싶습니다.

여수시 주삼동 유기동물보호소 차광태 관리사님이 말씀해 주시는 실상은 참담했습니다.
▲ 유기동물보호소 여수시 주삼동 유기동물보호소 차광태 관리사님이 말씀해 주시는 실상은 참담했습니다.
ⓒ 박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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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遺棄): "그렇게 버릴 거면 애초부터 안 키워야지."

여수시는 전라남도에서 최초로 2013년부터 농업기술센터 안에 유기동물보호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 휴가철에는 8월 한 달만 해도 40마리의 유기동물이 보호소로 들어왔는데, 평소에도 20~30마리 가량의 유기동물들이 입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리상 외곽에 위치하여 유기동물보호소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현황에 대해 안타까워하시는 차광태 관리자님을 만났습니다.

-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동물들에 대해 신고가 많이 들어오나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버려지거나 길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개 목줄이 풀려서 돌아다니는 개들이 많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그걸 보고 신고하는데, 저희가 무조건 데려오는 게 아니라 1차적으로 인근에 주인이 있나 없나 살펴보고, 유기견이라는 게 확인되면 보호소로 데려오지요."

- 보호소에 데려온 유기견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보호소 홈페이지에 10일 동안 주인 찾아가라고 공고를 하지요. 하지만 주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10일이 지나더라도 계속 보호를 하면서 최대한 주인을 찾아 줘요. 그래도 주인이 안 나타나면 원하는 사람한테 입양을 보내지요. 원래 법에는 공고 기간이 지난 후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를 시키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 보호소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아요."

- 유기견들이 많이 버려지는 장소가 따로 있나요?
"그런 장소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휴양지에 많이 버려집니다. 사람들이 휴가철에 놀러 왔다가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러 버리고 가는 경우가 더 많아요."

- 왜 개를 그렇게 버린다고 생각하세요?
"입양하는 분들을 보면 너무 쉽게 입양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키우니까 나도 키우겠다 충동적으로 입양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경우 대부분 파양을 합니다. 입양하려면 전문 지식도 필요하고 개의 특성도 알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게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아무 지식 없이 키우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버리는 거죠. 그렇게 버릴 거라면 애초부터 안 키워야지요."

여수시민 800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개나 고양이처럼 특정동물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십니까?’의 질문에 173명(21.7%)이 ‘그렇다’고 답했고, ‘길거리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들을 보면 공포감을 느끼시나요?’의 질문에 169명(21.2%)이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 온라인 설문조사 여수시민 800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개나 고양이처럼 특정동물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십니까?’의 질문에 173명(21.7%)이 ‘그렇다’고 답했고, ‘길거리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들을 보면 공포감을 느끼시나요?’의 질문에 169명(21.2%)이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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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放置): "그렇게 풀어 놓을 거면 데리고 나오지 말아야지."

여수 이순신공원. 사방이 탁 트인 전망으로 장미가 피는 계절이면 산책객들로 붐비는 지역 명소다. 목줄 없이 나타난 개 한 마리가 산책 나온 사람들을 향해 갑자기 짖는다. 기겁을 한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아이를 달래던 엄마가 뒤늦게 다가온 개 주인에게 말한다.

 "목줄 좀 하고 다니시죠?"

그러자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한다.

 "우리 애는 안 물어요."

개를 내다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같은 개이지만 누구에게는 반려견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야생의 늑대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개나 늑대나 포유류 갯과에 속한 동물로 학명도 비슷하게 시작하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를 담당하는 여수시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김영배 주무관(55)을 만났습니다.

- 이순신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목줄 없는 개들이 풀밭을 질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산책하는 사람들 보면 마구 짖기도 하고요. 공원을 반려견 출입 금지로 할 수는 없나요?
"공원은 원래 반려견 출입 금지구역이 아니에요. 그냥 개들은 목줄을 착용하면 되고, 맹견일 경우에는 거기다 입마개까지 하고, 배변봉투를 소지하면 출입할 수 있지요. 동물보호법 상에 외출 시 준수사항에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이런 규정을 지키면 얼마든지 반려견도 공원에 들어올 수 있지요. 그래서 우리 시에서는 이순신공원을 반려견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하고 공청회도 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중입니다."

- 반려견에게 놀이터를 만들어 주느라, 정작 아이들의 놀이터를 빼앗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동물보호법은 개 동물의 소유자가 외출할 경우 목줄이나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반했다가 적발되면 1차 5만 원, 2차 7만 원, 3차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요. 우리 시에서는 이 같은 사항을 지키지 않아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있나요?
"제가 근무한 동안에는 과태료 부과는 없었어요.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 계도하고 있지요. 동네에 목줄이 풀려서 위협을 당했다, 개가 돌아다니면서 배변을 본다, 뭐 이런 민원은 많지만, 현실적으로 과태료 부과는 어려워요."

- 목줄 없이 개를 방치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습니까?
"현재로서는 개 주인들이 외출할 때 다른 사람에 대하여 예의를 지키기 위해 목줄을 하고 배변봉투를 챙겨야 한다고 계도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 반려견 1000만 시대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많으시죠?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려견을 키울 준비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키울 수 있는 조건을 따지지 않고 기분에 따라서 입양했다가, 키우다 보니까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등록해야 하는 게 귀찮다거나, 똥오줌을 아무데나 싼다거나, 그러다보니까 기를 만한 여건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버리죠. 목줄 없이 다니는 것도 그래요. 개 주인이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다니는 거죠."

수의사협회 여수시분회장 애니피아 동물병원 김권 수의사님을 만나, 많은 걸 배웠습니다.
▲ 수의사 선생님 수의사협회 여수시분회장 애니피아 동물병원 김권 수의사님을 만나, 많은 걸 배웠습니다.
ⓒ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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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보호자가 문제야"

인터뷰에 응해준 김권 수의사님은 "반려동물 천만시대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걱정했습니다.

- 반려견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가 사람하고 살아온 세월은 선사시대부터니까 오래되었는데, 현대적인 의미에서 반려견은 가족이자 배우자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가족은 옛날같이 대가족이 아니라 핵가족으로 쪼개지고 1인 가구도 많아져서 사람들이 동물을 자기 배우자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게 개라면 반려견이고 고양이라면 반려묘라고 합니다."

- 사람들이 반려견을 버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필요 없어진 겁니다. 외로워서 키웠는데 시집이나 장가를 가요. 그런데 신랑이나 신부가 싫어해, 그럼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버리는 겁니다. 사료 사 먹일 돈도 없는데, 매일 들어와서 밥 줘야 하고 똥 치워야 하고, 너무 귀찮은 거예요. 그러면 유기해 버리지요."

- 취재하면서 느낀 건데, 말만 '반려견'이지 개를 목줄도 없이 방치하는 걸 보면 문제가 많아 보였어요.
"반려견을 키울 때 반려견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는 극히 지엽적입니다. 대부분이 보호자의 문제지요. 개를 키울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 거예요. 개라는 동물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은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들은 거만 가지고 우리 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길들이기조차도 안 하고 복종훈련도 안 시킨 상태에서 키우니까, 아파트에서 소음공해 나고, 엘리베이터나 계단에서 똥 싸고 오줌 싸고, 지나가는 할머니 보면 물고. 반려견에 의해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점은 거의 보호자 때문입니다. 그런 개 주인들은 정작 그 개를 보호해 줄 수도 없어요.

사람도 사회생활을 하려면 사회의 법과 규범을 지켜야 하듯, 개 주인도 개를 키우려면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합니다. 개를 사랑하는 분들 중에는 개한테 목줄 채우고 마스크 씌우는 것이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는데, 아닙니다. 사람과 동물의 중요함에 경중을 따진다면 아무래도 사람이 개보다는 더 위잖아요. 아무리 자식처럼 사랑스러운 개라고 하더라도 이건 어디까지 동물입니다. 동물이니까 다른 사람을 할퀴거나 물거나 위해를 가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목줄이 필요하고 마스크가 필요한 거예요. 목줄 채우고 마스크 씌우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개를 보호하는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우리 생각이 짧았다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우리의 반성에 살을 입히고 뼈를 세워 준 책들입니다.
▲ 책에 길을 묻다 취재를 하면서 우리 생각이 짧았다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우리의 반성에 살을 입히고 뼈를 세워 준 책들입니다.
ⓒ 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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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방치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문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을 반려자로 받아들이는 그 마음으로 반려동물을 맞아들이면 문제가 풀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책을 읽고 토론하며, 우리 생각부터 가다듬어 보았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42가지>(권혁필)는 반려견 키우는 분들에게 기초 입문서로 보면 됩니다. 반려견과 평화로운 동거를 원한다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 책은 훌륭한 교육 자료이거든요. 사람이야 서로 '말'로 마음을 전하니까 문제가 덜하지만 동물은 '몸짓'으로 생각을 전하기 때문에, 반려견과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반드시 '동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유기견, 반려견이 되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꿈을 실현해 가는 저자의 노력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소중해 보였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이원영)는 방금 소개한 책과 그 결을 약간 달리하는 책입니다. "개와 고양이는 행복으로 가는 버튼이자,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에스컬레이터다. 동물을 사랑하면 누구나 행복한 철학자가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반려동물을 통해 사람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길을 그 안에서 제시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은 동물을 키우는 방법보다는 종이 다른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까 하는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부르려면, 진정한 공존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입니다. 삶에 난 작은 구멍 하나를 메꾸기 위해서 입양한 새끼 늑대와 살면서, 저자는 늑대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의 실상을 보여 줍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길들여야 할 대상은 야성의 늑대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라는 점을 아프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늑대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늑대에 길들여지듯,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개를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에 길들여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만 반려동물에 대한 문제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처음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알리려고 기획한 기사였는데, 취재를 하면서 우리 자신에게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영역에 '반려'라는 이름을 붙인 동물을 들이려면, 인간이라는 종(種)이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야만 "우리 애는 안 물어요"라는 이상한 말도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고, 그래야만 아무렇게나 유기되어 결국 안락사 당하는 반려동물들로 인해 더 이상 아파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개를 반려견으로 고양이를 반려묘로 부르지만, 우리 현실은 그들을 ‘반려자’로 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 젊은기자들, 그리고 개와 고양이 개를 반려견으로 고양이를 반려묘로 부르지만, 우리 현실은 그들을 ‘반려자’로 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 박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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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는 '사랑해 여수 젊은기자들 7기 문화팀' 이진규, 강지영, 임재호, 정진영 ,박도연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태그:#우리 애는 안 물어요,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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