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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서울 ADEX 전시 현장
 2017 서울 ADEX 전시 현장
ⓒ 이용석 활동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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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2월, 중동 지역의 바레인에선 '아랍의 봄'이 일어났다. 시위대는 '정치 민주화'를 외쳤으나 2011~2013년 당국의 최루탄에 39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루탄 공급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은 150여만 발 이상의 최루탄을 바레인에 수출했다.

민주화를 좌절시킨 그 무기가 2013년 '서울 ADEX'에 전시됐다. 2년마다 열리는 방위산업 전시회 'ADEX'는 올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렸다. 34개국 405개 업체가 참여했고, 전시 부스는 1700개에 달했다. 언론을 통해 '에어쇼' 등 각종 볼거리 위주로 홍보되고 있는 터라, 그것의 '맨 얼굴'인 살상을 낳고 민주화를 막는 '무기의 이면'은 함구될 뿐이다.

지난 18일 오후, 'ADEX 저항 운동'에 나선 전쟁없는세상 여옥·이용석 활동가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활동가는 무기가 평화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통념을 뒤집으려 했다. 바레인의 예에서 보듯,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가 민주화를 막는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고 살상을 빚고 있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바레인 시민단체 활동가가 2013년에 연락을 해왔어요. 사람들이 최루탄에 죽어나가고 있다, 최루탄을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가 한국이다, 좀 막아 달라 해왔죠."

최루탄과 확산탄을 수출한 한국

전쟁없는세상과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수출은 중단됐다. 그러나 민주화 요구가 빗발쳤던 터키에도 2011~2016년 387만 발의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됐고, 지금은 '수출 금지 운동'을 피해 현지에서 최루탄이 생산된다고 한다.

"터키로 수출하는 것도 저희가 반대를 해왔는데 (한국)업체가 현지에 공장을 세웠어요. 최루탄을 국내에서 수출하려면 방위사업청과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지에서 만들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거든요."

최루탄은 한국의 비인도를 보여준 단면일 뿐이다. 두 활동가는 2010년부터 확산탄 수출에 관심을 기울였다.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민간인에게 무차별로 피해를 안기는 확산탄이 한국에서 제조돼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확산탄은 투하시 탄이 넓게 퍼지는 폭탄으로, 육안으로 인식이 어려운 불발탄이 지상에 놓인다.

"외국 업체는 대부분 확산탄 생산을 중단했는데, 한국은 여전히 수출을 많이 해요. 한화와 풍산이 그 예죠.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캄보디아에 확산탄을 투하했는데, 지금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해마다 40~50명이 탄을 밟고 터져 죽는다고 해요."

'ADEX'에 저항하다

 ADEX 저항 운동에 나선 전쟁없는세상 여옥, 이용석 활동가.
 ADEX 저항 운동에 나선 전쟁없는세상 여옥, 이용석 활동가.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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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2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확산탄 금지 조약을 맺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중국 등 국가들은 자국의 방어 등을 이유로 조약을 거부했다. 그러나 확산탄은 수출용에서 빠지지 않아 2013년엔 미국 텍스트론사가 'ADEX'에서 확산탄을 홍보했다. 'ADEX'엔 한화와 풍산도 참여한다. 비인도적 무기를 수출한 기업의 전시를 마다하지 않는 'ADEX'에 이들 활동가는 저항하기로 했다.

"더 많은 무기의 실상을 알려보자는 차원에서 처음엔 평화군축박람회를 열었어요.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화려하게 개최하는 ADEX에 비해 우리는 소수일 수밖에 없었고, 무기의 문제를 전달하는 데 힘이 부친다고 판단해 2013년부터 ADEX 저항 운동을 벌이게 됐습니다."

'ADEX'는 무기가 거래, 유통되고 방위 산업이 장려되는 집합체다. 박람회에 집결된 무기만큼이나 무기가 내포한 문제도 복합적이다. ADEX 저항 운동은 무기의 효용성과 불필요한 무기 수요에 대한 지적도 포괄한다.

올해 'ADEX'에 한국군은 공격헬기 '아파치'를 전시했다. 2013년 육군이 전차 공격용으로 미 보잉사로부터 36대에 1조 8천억 원을 들여 도입한 무기다. 이용석 활동가는 "한국군은 각 분야마다 최고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차 전력이 북한보다 우위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고액을 들여 헬기를 도입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무기의 수요 조장엔 박람회가 커다란 기여를 한다. 지난 2015년 'ADEX'는 155억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여옥 활동가는 "예전엔 국가가 수요를 창출해 업체가 무기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무기 업체가 거래 성사를 위해 수요를 조장한다"며 "ADEX가 이들 수요를 조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투명이 전제된 무기 도입, 커지는 우려

국내에선 북한 핵실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폭탄이 겹치며 군비의 확장을 적극 주문하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과 매년 규모가 확대되는 'ADEX'와도 그 궤를 같이한다. 이용석 활동가는 "과다한 군사력은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끊임없이 고도화하지만 제재를 받고 있잖아요. 일각에선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 하는데,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는 거죠. 미국 역시 강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해외 각국에서 분쟁을 연달아 겪고 있어요."

당장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무기 세일즈'가 의제 테이블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차후 한국이 미국의 어떤 무기를 도입하게 될지 알 순 없으나 국가 기밀을 이유로 다른 구매 사업에 비해 불투명하게 도입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무기 도입은 국회의원에게도 잘 안 알려주려고 해요. 저희가 무기 저항 운동도 벌이고 있지만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국에서 무기가 어떻게 도입되고 다른 나라에 판매되는지 잘 알 도리가 없어요. 무기 시장이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부패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최루탄 수출을 막았듯이, 성과들 만들어나갈 것"

 2017 서울 ADEX 전시 현장
 2017 서울 ADEX 전시 현장
ⓒ 이용석 활동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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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방위사업비리 합수단이 수사한 결과를 보면, 무죄로 판결난 해상헬기작전 도입 비리건을 제외하고라도 육해공 3군의 비리 규모는 발각된 것만 약 4588억 원에 달한다. 이용석 활동가는 "방산비리는 방산 산업의 일부분이 썩은 게 아니라 방산 산업과 속성상 한 몸"이라며 "무기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면 해외와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산 최루탄 바레인 수출도 현지 활동가의 제보로 알게 됐다. 깊숙이 감춰진 무기 거래의 실상을 알려면 비밀의 조각을 맞추려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셈이다. 여옥 활동가가 영국에 가는 등 해외와 연대를 강화하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런던에 DESi라고 무기박람회가 열리는 데 한 달 전에 갔어요. 박람회가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기 판매장이니, 저항 역시 세계적이어야 하므로 무기를 파는 나라와 피해 받는 나라의 사람이 만나 연대를 해야 했죠. 영국은 지역적으로 단체를 조직해 모금 캠페인을 하고, 종교계와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는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박람회를 반대해요."

분단국인 한국의 무기 저항 운동은 아직 조직적이지 않을 뿐더러 미약하다. 그러나 이용석 활동가는 "최루탄 수출을 막은 것처럼 하나씩 자그마한 성과를 만들어 기존의 인식 고리를 부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시민이 무기를 감시하는 구조를 만들면 무기 거래의 팽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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