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팀은 정규 시즌 최고 승률을 기록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다. 시즌 중반 승률 1위에 오른 뒤로 한 번도 이를 놓치지 않으며 포스트 시즌 홈 어드밴티지를 모두 확보한 다저스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월 18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일리노이스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렸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다저스는 또 이겼고 시리즈 전적 3승 무패가 됐다.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의 6.1이닝 1실점 호투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불펜의 활약이 일궈낸 승리였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이제 다저스가 컵스를 상대로 한 번만 더 이기면 끝난다. 반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뉴욕 양키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이틀 연속 꺾으면서 2승 2패 동률이 되었고, 최소 6차전까지 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여유 넘치는 다저스, 리드만 잡으면 무조건 승리

3차전 경기에서도 점수를 먼저 냈던 팀은 컵스였다. 컵스는 1회 말 카일 슈와버가 다르빗슈의 초구 컷 패스트볼을 좌중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면서 경기 시작부터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듯 했다(0-1). 홈런이 나왔을 때 컵스의 불펜에서 구원투수들이 춤을 추며 분위기를 즐기는 등 장소를 옮긴 첫 경기에서 컵스가 분위기를 전환하는 듯했다.

그러나 커쇼의 기선 제압은 거기까지였다. 다저스는 바로 다음 이닝인 2회 초에 베테랑 외야수 안드레 이디어의 동점 홈런으로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1-1). 최근 몇 년 동안 정규 시즌에서 부상으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이디어는 2015년 NLDS 5차전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포스트 시즌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다.

3회 초에 다저스는 크리스 테일러가 역전 홈런을 날리면서 리드까지 가져왔다(2-1). 사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다저스는 3경기 모두 컵스에게 선취점을 뺏겼다. 하지만 다저스는 1차전 4회 초 2실점 후 5회 말 2득점, 2차전 5회 초 1실점 후 5회 말 1득점 등 실점 이후 2이닝 이내에 동점을 만들었을 정도로 이날 경기에서도 팀 타선의 저력을 보여줬다.

물론 경기 승부가 다시 원점이 될 기회는 있었다. 4회 말 컵스의 공격에서 다르빗슈가 2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을 때 적시타가 나올 경우 경기 분위기는 바뀔 수 있었다. 문제는 바로 이어진 타석이 컵스의 선발투수 카일 헨드릭스 타석이었고, 다르빗슈는 헨드릭스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겼다.

그 이후 분위기는 점점 다저스 쪽으로 기울었다. 5회 초 작 피더슨의 2루타와 테일러의 3루타가 터지면서 다저스는 한 점을 달아났다(3-1). 장타가 터진 와중에 컵스의 좌익수 카일 슈와버가 공을 한 차례 더듬은 탓에 테일러는 3루까지 밟을 수 있었다.

6회 초에도 다저스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야시엘 푸이그가 실책으로 출루한 뒤 이디어가 연속 안타를 날렸고, 오스틴 반스가 볼넷을 얻어내면서 1사 만루 찬스가 찾아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다저스는 이 상황에서 투수 타석에 대타가 투입되었을 것이고, 실제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대타로 커티스 그랜더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더슨이 뜬공으로 물러나며 2사 만루가 되었고 상황이 바뀌었다. 로버츠 감독은 의외로 대타를 투입하지 않고 그대로 다르빗슈를 타석에 서게 했다. 게다가 타석에 들어선 다르빗슈는 번트 자세를 취하는 등 상대 투수를 적극적으로 흔들었다. 컵스의 두 번째 투수 C.J. 에드워드 주니어의 제구력은 급격히 흔들렸고, 다르빗슈는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자신의 승리투수 요건을 스스로 굳혔다(4-1).

생애 처음으로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선발로 등판했던 다르빗슈는 이후 7회 1사까지 던지면서 6.1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다(81구). 이번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나온 첫 퀄리티 스타트였다. 이후 다저스는 토니 왓슨, 브랜든 모로우, 로스 스트리플링, 켄리 잰슨이 이어 던지며 경기를 끝냈다.

다저스는 8회 초에 컵스 포수가 저지른 패스트 볼과 파머의 희생 플라이 등을 묶어 쐐기점을 추가(6-1), 마무리투수 잰슨이 하루 쉬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 시즌에 처음으로 등판한 스트리플링이 9회 말 안타와 2루타를 연속으로 허용하면서 디비전 시리즈 3차전부터 이어오던 불펜 무실점 행진이 깨질 뻔 했다.

결국 다저스는 하루 쉴 수도 있었던 잰슨이 마운드에 올랐고, 잰슨은 2루와 3루에 있던 주자들의 추가 진루를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이리하여 포스트 시즌에서 다저스는 불펜 무실점 기록을 4경기 연속으로 이어가게 됐다.

29년 만에 단일 CS에서 3승, WS까지 단 1승 남은 다저스

1988년 마지막으로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다저스는 그 이후 진출했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29년 만에 처음으로 3승을 거뒀다. 그동안 다저스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1승 4패(이상 필라델피아 필리스 상대), 2013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과 2016년(컵스 상대) 각각 2승 4패로 시리즈에 탈락하며 1988년 이후 한 번도 월드 시리즈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다.

현재까지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있는 다저스는 이제 29년 만의 월드 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3연승 뒤 4연패를 당한 사례는 2004년 뉴욕 양키스가 유일했던 만큼(보스턴 레드삭스 삳대) 월드 시리즈 진출이 크게 유력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그때 양키스에게 한 번의 3연승 뒤 4연패를 안겨준 결정적 인물이 현재 다저스 감독인 로버츠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외야수였던 로버츠는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에서 9회 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대주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마리아노 리베라와 호르헤 포사다 배터리를 상대로 2루 도루에 성공, 그 유명한 "더 스틸"의 주인공이 됐다.

동점 주자였던 로버츠가 도루 이후 빌 뮬러의 적시타로 득점까지 성공하면서 당시 ALCS 4차전은 연장전 끝에 레드삭스가 승리했다. 레드삭스는 4차전과 5차전 모두 연장 혈투 끝에 승리, 6차전 커트 실링의 핏빛 투혼, 7차전 타선의 힘으로 역사상 단 한 번뿐인 3연패 뒤 4연승을 거뒀다.

로버츠의 결정적 도루로 분위기를 뒤집었던 레드삭스는 이후 카디널스를 상대로 월드 시리즈 4전 전승을 거두며 밤비노의 저주를 86년 만에 풀었다. 한국 시각으로 10월 18일은 2004년 로버츠 감독이 "더 스틸"을 감행한 지 정확히 13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이날 로버츠는 다저스 감독으로서 챔피언십 시리즈 3승 무패를 기록, 또 다른 의미 있는 날을 보냈다.

19일에 열리게 될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에서 다저스는 알렉스 우드가 포스트 시즌에서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다. 우드까지 등판하면 다저스는 현재 시리즈 로스터에 있는 투수들이 모두 한 번 이상 등판하게 된다. 반면 컵스는 2015년 사이 영 상 수상자였던 제이크 아리에타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게 됐다.

2-2 균형 맞춘 ALCS, 어느 상대 만나더라도 여유 생기는 다저스

같은 날, 다저스의 경기보다 앞서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재까지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뉴욕 양키스가 각각 자신들의 홈에서 2경기 씩 승리한 상황이다.

4차전까지 시리즈가 2-2가 되었기 때문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최소 6차전까지는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19일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5차전을 끝낸 뒤 21일에 다시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로 가서 6차전을 치르기 때문에, 그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시리즈를 치르면서 보일 법도 한 약점들을 지워가며 완벽해지고 있는 다저스와 달리, 애스트로스와 양키스는 시리즈 균형을 맞추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다저스야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더라도 이동 없이 그대로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월드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지만, 애스트로스나 양키스는 최소 휴스턴에서 시리즈를 끝낸 뒤 다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수의 예상대로 1차전과 2차전에서 댈러스 카이클과 저스틴 벌랜더 원투 펀치로 시리즈를 쉽게 이겼던 애스트로스는 그러나 3차전과 4차전에서 양키스에게 연속으로 패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카이클과 벌랜더에 비해 애스트로스의 하위 선발진은 그 무게가 양키스에 비해 너무 가벼웠던 것이다.

이 때문에 애스트로스는 카이클과 벌랜더가 나오는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됐다. 애스트로스 타선을 중심에서 이끌던 호세 알튜베와 카를로스 코레아는 3차전과 4차전에서 도합 1안타에 그치며 팀 공격에 거의 보탬이 되지 못했다.

카이클과 벌랜더가 나오게 될 5차전과 6차전에서 알튜베와 코레아가 또 침묵할 경우 승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7차전으로 가게 될 경우 애스트로스는 3차전 승리투수 CC 사바시아를 또 상대해야 하는데, 시리즈를 길게 갈수록 하위 선발진 투수력에 있어서 오히려 양키스보다 불리하게 된다.

휴스턴의 투수진에 비해 양키스는 1차전과 2차전에서 비록 패했지만, 4차전까지의 기록을 살펴보면 오히려 애스트로스 투수진들보다 실점이 적었다. 애스트로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카이클과 벌랜더가 도합 1실점인 반면, 나머지 투수들의 실점이 무려 15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다저스의 월드 시리즈 상대는 19일 다저스의 NLCS 4차전 경기에 앞서 열리는 ALCS 5차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5차전에서 애스트로스가 카이클의 호투를 앞세워 이길 경우 6차전에서 애스트로스가 시리즈를 끝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카이클이나 벌랜더가 나서는 두 경기 중 한 경기에 패하여 7차전까지 가게 될 경우, 분위기는 큰 경기 경험에서 더 앞서있는 양키스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어느 팀을 상대하든 월드 시리즈에서 좀 더 유리해지려면, 다저스도 자력으로 챔피언십 시리즈를 빨리 끝내야 한다. 4차전에서 패하게 되면 5차전에 1차전 선발투수였던 클레이튼 커쇼가 한 번 더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물론 등판 간격을 감안한다면 커쇼가 5차전에 등판하더라도 월드 시리즈 1차전에 나가는 것에 지장은 없다(5차전 나설 경우 4일 휴식). 그러나 다저스 입장에서는 디비전 시리즈를 그러했듯이 최대한 빨리 시리즈를 끝내고 5일을 쉬는 것이 최선이다. 다저스가 19일에 월드 시리즈 대진표 한 칸을 채우고 29년 만에 숙원 사업 중 하나를 풀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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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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