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공룡군단이 써내려가고 있는 '가을 동화'에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 NC 다이노스가 '천적' 두산 베어스마저 무너뜨리며 2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청신호를 먼저 밝혔다.

NC 다이노스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17안타를 터뜨린 화끈한 타선 폭발에 힘입어 13-5로 완승했다. 1986년부터 시작된 역대 33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은 78.8%(26회)나 된다. 최근에는 2010년부터 7년 연속으로  1차전 승리팀이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NC의 완승은 이번 포스트시즌 최대의 이변에 가깝다. 플레이오프 개막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거의 일방적으로 두산의 우위를 전망한 바 있다. 그도 그럴것이 사실 '데이터'로만 봤을때 모든 면에서 NC가 두산에 비하여 앞서는 부분이 없었다.

2연패에 빛나는 디펜딩챔피언 두산은 공수에서 걸쳐 균형잡힌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특히 NC에게는 천적으로 군림했다. NC는 지난 2년연속 포스트시즌(2015 플레이오프-2016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특히 작년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에게 힘 한번 못쓰고 4전 전패라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NC는 올해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5승 11패에 그치며 9개구단 중 두산에 가장 많은 패배를 당했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PO까지 무려 6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거치며 체력과 마운드 싸움에서도 두산에 비하여 현격한 열세였다. 여기에 두산의 1차전 선발로 내정된 더스틴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34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가을 사나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NC는 데이터론자들의 허상을 비웃듯이 두산을 맹폭했다. NC는 이미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홈런군단' SK를 홈런으로 완파한데 이어 준PO에서는 정규리그 상대전적 7승 9패로 밀렸던 롯데를 최종전 끝에 격파하는 등 야구가 과거의 기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NC는 2회말 양의지의 솔로홈런을 내주며 두산에 선취점을 허용했으나 이어진 3회 2사 2.3루 찬스에서 박민우의 적시타로 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부터 이어오던 니퍼트의 포스트시즌 NC전 무실점 기록이 26.2이닝만에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두산도 디펜딩챔피언다운 저력을 발휘하며 4회 재역전에 성공했다. 무사 만루 찬스에서 양의지의 적시타와 허경민의 유격수 앞 땅볼, 류지혁의 1타점 적시타 등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추가하며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NC는 선발 장현식을 내리고 놀랍게도 선발요원인 제프 맨쉽을 구원 투입하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맨쉽은 민병헌에게 중견수 방면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으나 유격수 김준완이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잡아내며 추가실점을 막고 두산의 흐름을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중반 이후는 완전히 NC의 페이스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NC의 필승공식중 하나는 찬스에서의 화끈한 '몰아치기'다.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1,3회 4점), 롯데와의 준PO 1차전(연장 11회 7득점), 3차전(5회 5득점)  5차전(5회 7득점) 등 한번의 기회에서 무서운 기세로 빅이닝을 만들어내는 NC의 화력집중은 이날도 빛을 발했다. 

NC의 4번타자 스크럭스는 5회 초 1사 만루 상황에서 니퍼트의 슬라이더를 노려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미 아슬아슬하던 니퍼트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NC는 8회에도 다시 2사 후에 지석훈-스크럭스-권희동-노진혁-손시헌이 잇달아 적시타를 작렬하며 무려 7점을 추가하여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NC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할 동안 단 2점밖에 뽑아내지 못하는 수모를 이번 플레이오프 첫 경기만에 확실하게 갚았다. 포스트시즌마다 NC에게 유난히 강했던 니퍼트를 상대로 "스퀴즈를 해서라도 1점을 뽑아내겠다."고 공약했던 김경문 NC 감독은 번트없이 강공만으로 니퍼트를 완전히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니퍼트는 우려한대로 올 정규리그 후반기의 부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5⅓이닝 8안타(1홈런) 2볼넷 9탈삼진 6실점(5자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강판됐다. NC로선 이미 지난달 12일 페넌트레이스에서 니퍼트를 상대로 3.1이닝 동안 11안타(3홈런) 11득점을 뽑아내며 무너뜨린데 이어 '니퍼트 공포증'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것도 큰 성과다.

NC는 1차전을 잡아내면서 마운드 운영에도 다소 숨을 돌릴수 있게 됐다. 준PO 1,5차전에 등판했던 에이스 해커는 플레이오프에서는 로테이션상 빨라도 3차전 이후에나 등판이 가능했다. NC가 일단 1승을 확보함에 따라 시리즈가 길어지게 되더라도 해커를 상황에 따라 3차전 혹은 4차전에 투입 시점을 선택할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 김경문 감독이 맨쉽을 불펜으로 기용하는 승부수까지 시도하며 1차전 승리에 매달렸던 이유다.

해커가 3차전에 등판하면 4일 휴식, 4차전에 등판하는 5일 휴식을 갖게 된다. 해커는 준PO에서도 1차전 등판 이후 5일 휴식만에 등판한 5차전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내심 NC를 만만하게 여겼던 두산으로선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하며 플레이오프를 넘어 포스트시즌 전반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하는 두산이지만 부동의 1선발인 니퍼트가 무너진 것은 심리적인 타격이 크다.

또한 니퍼트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탄탄하던 수비에 구멍이 뚫린 모습은 전혀 두산답지 못했다는 평가다. 두산은 3회와 5회 유격수 오지혁과 1루수 오재일 등의 연이은 실책성 수비로 대량실점의 빌미를 허용한 장면이 뼈아팠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합류했지만 부상이 아직 완치되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유격수 김재호의 공백이 느껴진 장면이었다.

단기전은 작은 실수나 변곡점 하나가 시리즈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후반기 돌풍이 무색하게 포스트시즌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두산의 반격이 가능할지 2차전을 주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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