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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가 서류를 대신 제출할 수 있다고 누가 그렇게 금융감독원장께 보고 드렸습니까. (이는) 사실상 대리시험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이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금감원의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을 조목조목 따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이건희 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생명을 포함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벌였다. 

"대리로 자료 제출한 경우 있나" 묻자 "삼성 외 없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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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질의에서 박 의원은 먼저 "190개의 금융회사가 (금감원의) 심사대상이었다"며 "이들 회사들 모두 지난 2월말까지 자료를 제출했나"라고 최흥식 금감원장에 물었다. 이에 최 원장은 "현재 검토 중이며, 이달 말 구체적으로 저희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돌려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대주주 본인이 아닌 대리로 자료를 제출한 경우가 이 회장 외에도 있었나"라고 물었고 최 원장은 "삼성 외에는 없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은 "(지배구조법상) 이건희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돼있다"며 "본인이 제출하지 않은 대리 서류의 제출은 반려해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병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서류제출을 대리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박 의원은 꼬집은 것이다. 이를 통해 박 의원은 스스로 서류를 내기도 어려운 개인이 여러 금융계열사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대주주로서 적격하다고 볼 수 있냐는 이야기를 돌려 말한 것이다.

이런 지적에 최 원장은 "지배구조법에는 대주주뿐 아니라 그 회사의 대표이사도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걸로 안다"고 답했고, 곧이어 박 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이 법의 취지는 개인을 심사하도록 돼있고, 그 개인이 (서류를) 제출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실 (금감원은) 심사대상이 아닌 사람이 낸 자료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최 원장은 "다시 점검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자필서명도 못하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등 대주주?

박 의원의 송곳 질의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예로 들며 앞서 이야기한 금감원의 부실 조사를 지적했다. 신 회장은 명시적으로 피한정후견인 지정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금융계열사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통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회장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환기한 것이다. 피한정후견인은 과거의 한정치산자를 이르는 말인데, 질병 등 사유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해 지정하게 된다.

박 의원은 "(이 문제는) 이 회장이 자필 서명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리 서명을 통해 대리 제출한 자료를 심사하는 것을 금감원이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류를 대리 제출하고, 심사하는 것을 허용하는 어떤 조항도 법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박 의원은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다 징계 예고 이후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자, 금감원이 사상 최초로 재심의를 해 징계를 낮춰준 점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고객이 보험료를 낸지 2년이 지난 뒤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이를 주지 않고 버티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의 중징계 예고 뒤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삼성·한화생명은 이례적으로 다시 열린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아래 심의위)를 거쳐 영업 일부정지 제재에서 한 단계 낮은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삼성생명 위해 징계 더 낮출 수 있다고 한 금감원 자문기구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지난 3월 16일 금감원은 사상 최초로 재부의 절차를 거치면서 '제재심의위원회재부의운영방안'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서류를 만든다고 그것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거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없다"고 그는 꼬집었다. 금감원이 어떤 서류를 만든다 해도 이것은 위임 받은 법의 범위 내에서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어 박 의원은 심의위가 당시 삼성생명 등을 재심의할 당시 속기록을 언급했는데, 이를 보면 심의위원들이 지나치게 삼성생명의 눈치를 본 정황이 드러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심의해 징계를 감경해줬는데도 보험료 지급 약속을 삼성생명이 지키지 않으면 어떡하나 심의위가 걱정한다"고 속기록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이후 위원들이 '저희가 갖고 있는 게 이거 말고 또 있다'고 말하는데, 그럼 이 다음부턴 징계가 엄청나게 내려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삼성생명이 징계 이후에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징계를 추가로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금감원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최 원장은 "재심의는 진짜로 충분한,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 뒤 "심의위는 자문기구"라고 선 그었다. 이어 최 원장은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발언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는 얘기"라고 덧붙이며 심의위에서 자유로운 얘기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태그:#금감원, #최흥식, #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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