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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 꽃과 고양이 절묘하게 어울렸습니다. 해학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요.
 해남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 꽃과 고양이 절묘하게 어울렸습니다. 해학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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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릇이 크고 중심 잡힌 사람은
  남들의 말에 현혹되지 않는다.
  자기가 살아가는 곳에서 주인이 되며
  그가 사는 곳이 항상 참됨이 되니
  남들에게 휘둘리지 말라.
                          - 임제록 -

숨은 보물찾기, 고양이 여섯 마리 어디 있을까?

일지암 대웅전 오르는 길 왼편으로 '꽃과 고양이'가 어울렸습니다. 정확하게, '구절초와 고양이 그림'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낸 아주 멋스럽고 조화로운 작품입니다. 이걸 액자에 그대로 담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납니다. 그 마음, 그만 떨쳐냅니다. 욕심이지요. 자연 그대로 꾸밈없이 고저 보고 느끼면 되는 것을.

"우리 절에는 보물이 숨어 있습니다. 고양이입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

 일지암, 물 마시는 고양이. 누가 물을 줬을꼬?
 일지암, 물 마시는 고양이. 누가 물을 줬을꼬?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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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 앞에 씩 웃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찾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보이면 보이는 대로,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만족하면 그만이니까. 학창시절, 수없이 했던 '보물찾기' 놀이. 보물 찾은 적 있었던가? 근데, 안 찾는 척하면서 은근 눈 굴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직도 승리욕이 남아 발동하는 건가 싶습니다. 한데, 법인 스님이 세상의 벗들과 일지암을 공유하는 이유가 소박하고 해학적입니다.

"산 좋고 바람 맑은 이 좋은 도량을 나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도 염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상 사람들과 나누면 더없이 좋지 않겠는가. 산문에 들어온 지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해가 갈수록 세상에 대한 빚 때문에 마음 불편한 날들이 늘어갔다. 내가 이렇게 수행하고 마음의 복을 누리고 사는 것은 오로지 세상 사람들에게 받은 은혜 덕분이다. 그동안 그 은혜를 받기만 하고 솔바람 소리와 고담준론에 한가로이 젖어 나 혼자 누리며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 <검색의 시대, 사유의 시대> 법인 저, 불광출판사 90~91쪽)

부부, 스님 안내에 따라 짐을 풉니다. '가방' 대신 '짐'이라고 표현하는 건 그처럼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에 대한 빚, 불편한 마음, 은혜 덕분, 솔바람 소리와 고담준론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지암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낸 그의 깊은 속뜻을 이미 엿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또한 산을, 바람을 닮아가는 게지요. 그래서 숨은 보물찾기라는 '큰 꾀'를 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자 둘이 정성껏 뚝딱 차려 낸 '공양'

 남자 둘이서 뚝딱 차려 낸 저녁 공양입니다. 맛이요?
 남자 둘이서 뚝딱 차려 낸 저녁 공양입니다. 맛이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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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절에서 여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남자들만 합니다. 저녁 공양 몇 시에 가능해요?"

스님, 두 남자에게 묻습니다. 분명, 공양주 보살을 둘 절집 살림은 아니라는데, 어찌 된 걸까. 주방을 뒤적이는 보살, 흰머리가 군데군데 드러나 있습니다. 초면에 편히 앉아 공양을 넙죽 받아먹자니 눈치 보입니다. 아내도 안절부절못합니다. 초빙 주방장은 서울서 온 신평호님, 보조 요리사는 일지암 도서관장 윤정현님입니다. 칼 소리, 볶는 냄새 가득합니다. 음식을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두 재능기부자들은, 아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우렁이 각시'입니다.

상이 차려집니다. 다섯 명이 둘러앉습니다. 남자 둘이 차린 투박한 절 밥상. 의외로 푸짐합니다. 밥과 반찬 외에 10가지나 됩니다. 콩밥, 된장 두부 감잣국, 깻잎, 김, 물김치, 배추김치, 무김치, 잡채, 볶은 김치, 나물, 양념장 등. 법인 스님이 "반찬들 대부분은 가져오거나 보내온 것들"이라고 부연 설명합니다. 손님 대접한답시고 반찬은 있는 것은 죄다 낸 것 같습니다.

"잣을 올린 잡채가 놀랍습니다."

아내 말에 동의합니다. 잡채요리가 잡채, 잣, 붉은 고추의 초 간단 조합입니다. 채소와 고기가 잡채와 듬뿍 어우러진 잡채만 먹다가, 밋밋한 재료 조합을 보니 영 낯섭니다. 하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즐겁게 먹습니다. 스님, 공양 후 설거지는 제 몫으로 떼어 줍니다. 꼭 밥값 한 거 같아 구석구석 빡빡 문지릅니다. 흐뭇합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구름 타고 왔어요. 호호"

 일지암, 법인 스님 홀로 새벽예불 중입니다.
 일지암, 법인 스님 홀로 새벽예불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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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님, 구름 뒤에 숨어 숨죽입니다. 이치를 아는 게지요.
 달님, 구름 뒤에 숨어 숨죽입니다. 이치를 아는 게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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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면 언제부턴가 몸을 뒤척입니다. 종이 울립니다. 맑은 목탁 소리와 염불이 이어집니다. 구성지고 청량한 염불 소리가 속세에서 쌓였던 찌꺼기를 씻어내는 듯합니다. 대웅전으로 갑니다. 스님 한 분, 온몸으로 불빛을 안고 있습니다. 새벽예불에 합류합니다. 정성 가득 절을 합니다. 나를 잊고 염불을 토해 냅니다. 장모님의 극락왕생을 주문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 석가모니불!

새벽어둠이 걷히는 중입니다. 파란 하늘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어둠이 걷히자 구름이 군데군데 무리 지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둠을 호령하며 세상을 내려 보던 달빛이 구름 뒤에 숨어 숨죽입니다. 구름, 아래서부터 산자락을 타고 오릅니다. 그 모습이 마치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난 손오공이 여의봉을 쥔 채 여유롭게 구름을 타고 주유하는 듯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광명천지가 됩니다.

 일지암에 서서 해남 두륜산을 타고 주유하는 구름을 봅니다. 신선이...
 일지암에 서서 해남 두륜산을 타고 주유하는 구름을 봅니다. 신선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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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고양이 찾았어?"
"응. 다섯 마리 찾았어."
"스님이 여섯 마리라 하지 않았나?"
"그래? 다 찾으면 재미없지. 다음에 또 와서 찾으려고. 왜인지, 고양이 한 마리 남겨둬야 다음에 또 올 거 같지 않아?"

고양이 여섯 마리인지, 다섯 마리인지 아직도 헷갈립니다. 다섯이면 어떻고, 여섯이면 어떨까마는. 상념을 깹니다. 대흥사 보살이 템플스테이 팀을 이끌고 일지암에 올라왔습니다. 공양 간에서 나누는 두 여인의 대화가 신선임을 상기시킵니다.

아내 : "어떻게 오셨어요?"
보살 : "구름 타고 왔어요. 호호^^"
아내 : "구름이 걷혔는데 어떻게 가시려고?"
보살 : "다시 구름을 불러야죠."

"세상이 힘든 건 못 배워서가 아니라 잘못 배워서다"

 일지암에서 찻물 끓이는 고양이. 아마, 법인 스님께서 이 물로 커피를 냈지 싶네요. 그래서 더 맛있었을까?
 일지암에서 찻물 끓이는 고양이. 아마, 법인 스님께서 이 물로 커피를 냈지 싶네요. 그래서 더 맛있었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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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지암, 연못에서 올라 온 가재가 청정지역임을 선포하는 듯합니다. 마음이...
 일지암, 연못에서 올라 온 가재가 청정지역임을 선포하는 듯합니다. 마음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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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숨겨진 고양이가 있는 방향을 알려 줍니다. 고양이도 제각각입니다.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물 마시는 고양이, 산책하는 고양이, 녹차 물 끓이는 고양이, 뛰어가는 고양이 등. 아내를 가만히 지켜봅니다. 아내,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 찾을 때마다 웃음이 늘어납니다. 자우홍련사 연못 돌기둥 아래에는 가재도 있습니다. 가재가 일지암이 맑디맑은 청정지역임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스님 : "고양이 찾았어요?"
아내 : "예. 스님. 고양이 꼬리도 있대요?"
스님 : "고양이 꼬리가 아니라 호랑이 꼬립니다."

 일지암, 호랑이 꼬리랍니다. 일지암, 호랑이를 타고 앉았습니다.
 일지암, 호랑이 꼬리랍니다. 일지암, 호랑이를 타고 앉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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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호랑이 꼬리라니 대단합니다. 근데, 호랑이 몸통은 어디로 갔을꼬? 꼬리만 있는 걸 보면 일지암 어느 곳에선가 늦잠 자고 있지 않을까? 혹은, 숨어 숨죽인 채 인간들이 무얼 하는지 살피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근데 어찌쓰까. 꼬리를 들켰으니 숨어 봤자지요. 이렇게 일지암이 호랑이를 타고 앉았습니다. 고양이, 가재, 호랑이와 어울려 노는 즐거움이 엄청납니다.

아침공양. 순두부에 달걀 노른자, 파 동동, 그리고 깻잎으로 모양새를 흠뻑 냈습니다. 사과, 호박, 달걀흰자, 배 등으로 구성된 샐러드와 김치, 콩 등입니다. 공양 후 다식이 차려집니다. 스님, 원두커피를 갈아 우립니다. 커피 향이 가득합니다. 어디 커피 향뿐일까 마는. 스님, 찻상 머리에서 "시골 어느 할머니에게서 들었다는 뼈 있는 한마디"를 들려줍니다.

"세상이 혼란하고 힘든 것은 사람들이 못 배워서가 아니라 잘못 배워서다."

 일지암 법인 스님이 내는 커피와 다식이라 쓰고 '작은 행복'이라 읽습니다.
 일지암 법인 스님이 내는 커피와 다식이라 쓰고 '작은 행복'이라 읽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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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일지암 해바라기가 되었습니다.
 부부, 일지암 해바라기가 되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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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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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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