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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쉐쿼이아 숲길을 달리는 자전거탄 시민들.
 메타쉐쿼이아 숲길을 달리는 자전거탄 시민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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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상암동 481-6)은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해인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새롭게 태어난 장소다. 당시 월드컵의 주경기장으로 쓰인 월드컵경기장을 만들면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했던 난지도 주위 일대를 큰 공원으로 조성했다. 난지도는 조선시대 그림으로도 남아있는 서울의 아름다운 명승지였다. 보랏빛 난초와 순백의 지초가 지천으로 피어나 난지도(蘭芝島)라 불렸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상암동 부근 동네에 갔다가 난지도를 보고 돌아온 어머니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넓은 쓰레기 평원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뒤로는 높다란 쓰레기 산이 솟아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전해준 난지도 풍경을 떠올려보았지만 좀처럼 실감나지 않았다. 후일 어머니가 본 새들의 정체는 멀리 서해에서 날아온 갈매기였고, 높다란 쓰레기 산은 가을 억새축제로 유명한 하늘공원이란 걸 알게 됐다.

더 놀랐던 건 난지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당시엔 넝마주이라고 불렀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의 재활용이 돈이 되다보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폐품을 수집하면서 이권이 개입됐고, 고물을 줍는 일에도 권리금이 생겨났다. 강남구나 종로구같이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오는 쓰레기의 권리금이 두 배 정도 더 나갔다고 한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매립한 쓰레기는 난지도를 높이 98m에 달하는 두 개의 쓰레기 산으로 바꿨다. 지금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다. 월드컵축구경기가 벌어지던 해 월드컵공원에 함께 놀러왔던 어머니는 상전벽해라는 고상한 고사성어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오래살고 볼일이다!" 라며 연신 감탄했다.

 1978년 - 1993년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옛 모습.
 1978년 - 1993년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옛 모습.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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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쓰레기가 아직도 땅속에 남아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서울중앙지사)는 땅속 쓰레기에서 나오는 매립가스로 냉·난방과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독성의 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공원은 크게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등 3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다양한 강변 풍경이 있는 난지한강공원으로도 이어진다. 호숫가 오솔길이 있는 평화의 공원 (44만6283㎡ / 13만5000평), 가을날 억새가 파도처럼 춤을 추는 하늘공원 (19만1736㎡ / 5만8000평), 낭만적인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나무숲길, 서울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답게 지는 노을 공원 (34만497㎡ / 10만3000평) 등이 있다.

저마다 개성 있고 광활한 규모의 공원이 서로 이어져 있다 보니 자전거타고 산책하기 제일 좋은 공원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평일에 한해 자전거타고 찾아갈 수 있다.

오르막길을 달리다 보면 하늘이 열리는 공원

 월드컵경기장역앞에 마련된 서울시 따릉이 공공자전거.
 월드컵경기장역앞에 마련된 서울시 따릉이 공공자전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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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가 있어 아늑한 기분이 드는 평화공원.
 호수가 있어 아늑한 기분이 드는 평화공원.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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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공원은 한강가에서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난지한강공원으로 들어서면 된다. 월드컵공원은 시민들이 자전거 타고 놀기 편하게 자전거 대여 시스템도 잘되어 있다. 평화의 공원이 가장 가까운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이나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있다.

월드컵경기장역 건너편에 있는 평화의 공원에 들어서면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가 반긴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거나, 텐트를 치고 편안하게 쉬는 시민들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인공호수지만 물이 깨끗하고 물고기들과 오리들이 돌아다닌다.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가면 산책은 물론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호수 옆 작은 오솔길을 지나도 좋고, 나무들 풍성한 숲속 사이 길도 있다. 호수가 가까이에 있어서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텐트, 타프를 가지고 와서 곳곳에 있는 나무 그늘 밑 푹신한 풀 위에서 한가로이 캠핑 기분을 내도 좋겠다.

 자전거에 장비를 싣고 와서 공원캠핑을 즐기는 시민들.
 자전거에 장비를 싣고 와서 공원캠핑을 즐기는 시민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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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공원을 향해 오르막길을 달리는 자전거탄 시민들.
 하늘공원을 향해 오르막길을 달리는 자전거탄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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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맘껏 뛰어다니며 연을 날리는 너른 잔디밭을 지나다보면 머리 위로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들이 보인다. 요즘 같은 가을날 억새들이 피어나 축제를 벌이는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에서 좌측 도로를 향하면 하늘공원 꼭대기로 오를 수 있는 넓은 아스팔트길이 나온다.

관광객을 싣고 하늘공원을 오가는 전동 맹꽁이차가 다니는 도로지만, 평일에는 자전거도 같이 달릴 수 있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저절로 업힐(오르막길) 주행 연습이 되는 길이 하늘공원 정상까지 이어진다.

힘에 부친 사람들은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기도 하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하늘공원의 드넓은 평원을 신나게 달리는 기쁨과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달리는 짜릿함을 누릴 수 있다. 요즘 하늘공원엔 사람 키보다 웃자란 억새풀 가득한 풍경이 장관이다. 바람이 불어 올적마다  "쏴아~" 하고 소슬한 소리를 내며 출렁이는 모습이 흡사 은빛 파도처럼 보여 이채로운 기분이 든다.

 은빛 억새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하늘공원.
 은빛 억새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하늘공원.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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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인 기분이 드는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
 낭만적인 기분이 드는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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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들 위로 솟대처럼 높이 서있는 풍력발전기들은 거대한 바람개비 같고, 큰 그릇처럼 생긴 전망대도 재밌다. 주변에 빌딩, 아파트, 카페 등이 보이지 않아선지 서울과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 온 듯 기분 좋은 단절감이 드는 곳이다. 가을꽃에 빠질 수 없는 해바라기 꽃도 심어 놓았다. 가을이라 그런지 공원에 있는 빨간색의 '느린 우체통'에 엽서를 써서 보내는 기분도 특별했다. 연 2회 수거해 설날과 추석 즈음에 받아볼 수 있게 된단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하늘공원을 신나게 내려오면 오른편에 키다리 아저씨같이 높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숲길이 펼쳐져 있다. 중국이 고향인인 메타세쿼이아 나무(수삼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한 '살아있는 화석 식물'로 불린다. 함께 혹은 혼자와도 언제나 낭만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다. 빨리 지나갈수록 손해처럼 느껴지는 숲길이라 그런지 늘 내려서 자전거와 나란히 걷게 된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있는 비경길이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동네 주민 아저씨, 예쁜 모델을 데리고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가들까지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은 다양한 시민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누구라도 어떤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지 멋진 풍경 사진이 되는 길이다. 숲길 산책로 옆에 자전거로 쌩쌩 달릴 수 있는 큰길도 조성돼 있다. 모두 비포장 흙길이라 더욱 좋다. 숲길 북쪽 끝에 한강과 연결되는 구름다리가 생겨 자전거타고 찾아오기 더욱 좋아졌다.

노을을 보며 야영할 수 있는 노을공원

 한강과 도시 전망을 보며 산책하기 좋은 노을공원 둘레길.
 한강과 도시 전망을 보며 산책하기 좋은 노을공원 둘레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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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무는 노을을 보며 야영할 수 있는 노을공원 캠핑장.
 저무는 노을을 보며 야영할 수 있는 노을공원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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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아 길 끝에 이르면 이정표와 함께 바로 오른쪽에 노을공원 입구가 보인다. 사람들을 실고 노을공원을 오가는 맹꽁이 전기차를 따라 달렸다. 전기차에 맹꽁이란 이름이 붙은 건 공원 주변에 보호종인 맹꽁이가 많이 살아서다. 중간 중간 벤치가 있어 힘이 들면 쉬어가도 좋다. 노을공원 허리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도 나있어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하늘공원보다는 덜 가파른 도로를 따라 조금 달리다보면 어느 새 사방이 탁 트인 평원이 여행자를 반긴다. 억새풀은 물론 맘껏 뛰놀 수 있는 너른 잔디밭과 캠핑장까지 마련돼 있다. 한강의 저무는 노을을 감상하며 야영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가을을 노래하는 온갖 풀벌레 소리가 시끄럽기는커녕 평화롭고 고즈넉하게만 느껴졌다. 여기까지 오느라 열심히 페달질했던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몸 곳곳으로 퍼져갔다.

도시에선 보통 잔디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지만 이곳에선 마음껏 뛰거나 거닐어 볼 수 있다.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전 골프장으로 만들어져 잔디밭이 융단마냥 잘 깔렸다. 노을공원은 생태공원이 된 하늘공원과 달리 한때 골프장이었다가 축구장을 짓기로 하는 등 체육시설공간이 될 뻔했다가 시민단체들의 '노을공원 생태공원화' 노력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노을공원은 서울시민들이 10년간 싸워 지킨 서울시민들의 성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해질녘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노을공원 쉼터.
 해질녘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노을공원 쉼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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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바람에 손 흔들어 환영하는 억새군락과 아담한 나무 정자들에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누구나 처음 오면 "와, 여기 서울 맞아?"를 외치게 되는 곳이다. 노을공원 전망대에 서면 서해를 향해 흘러가는 한강의 유장한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녘 강 너머 서쪽 하늘에서 붉은 노을이 피어올랐다. 스마트폰에서부터 둔중한 삼각대까지 설치한 사진가들까지 저마다 가져온 카메라는 다르지만 아름다운 석양에 감동하는 표정은 똑같았다. 어떤 스카이라운지보다 자연적이고 고즈넉한 서울 속 녹지공간이기도 하다.

노을공원은 하늘공원보다 1.5배 정도 크다. 어깨를 나란히 한 이웃 공원이지만 느껴지는 가을 분위기는 완연히 다르다. 하늘공원과 달리 노을공원은 따로 축제를 하지 않는다. 강을 비추고 산을 물들이는 붉은 저녁놀이 매일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무슨 축제가 필요할까싶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 월드컵공원 관리 사무실 : 02) 300-5500~2
* 지난 10월 첫주에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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