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진짜 사연이 없어. 생명력이 있는 뭔가가 없어."
"기대를 버려. 사람. 여러모로 편해져."
"별것들이 다 나서서 진짜 노력한 사람들한테 기대서 살려고 그러잖아."
"네가 세상이야. 네가 살아야 세상도 있지." -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대사 중에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프레스콜이 열려, 전막 시연 후 김광보 연출, 장우재 작가, 출연 배우 고수희와 이창훈이 자리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지상으로부터 20미터> 이후, 김광보 연출과 장우재 작가가 11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이 연극을 향한 관객들의 기대는 공연 전부터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창작진, 배우들이 나눈 질문과 답변을 아래에 항목별, 질문별로 묶어서 정리했다.

힘든 과정... 고민 많은 작품 <옥상 밭 고추는 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나는 형제이다> <함익>에 이어 <옥상 밭 고추는 왜>로 새롭게 오르게 됐다. 공연을 올린다는 것은 힘든 과정이지만, 서울시극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장우재 "저도 연출을 하지만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고생의 과정이다. 오늘 공연을 봤는데, 다음에는 2층에서도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어떤 작품인지 다시 느껴보고 싶다."

고수희 "오랜 연습 과정이 있었는데 걱정이 앞섰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가슴을 탁! 치는 대사가 있다면?

이창훈 "많다. 장면 안에 꽂히는 말은 숨이 멎을 정도로, 정말 많은데, 엄마가 "부끄럽잖아"라고 하는 대사. 제가 20대, 30대 초반까지 어머니께서 그런 생각으로 저를 지켜봤을 거 같아서 가슴이 탄다."

고수희 "'믹스커피도 돈이야'라는 대사. 하찮게 생각할 수 있는 커피 봉지 하나도 아끼는 현자의 모습인데, 마치 우리네 부모님 모습 같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고, 가장 힘주어서 하고 있다."

장우재 "풋고추 탈을 쓰는 장면. 활기차고, 마치 거리에서 그걸 봤으면 고개를 돌리고 봤을 텐데. 활달하게 싸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라는 느낌이다. (마음속에) 팍팍 들어오는 대사도 있겠지만, 장면 전환을 위해 계단을 오르고 그런 모습이 결국 연극의 활기 아닌가. 희곡으로는 잡을 수 없는 감정이 들었고, 그런 것들이 확확 산다면, 메시지를 통해 가슴을 치는 부분을 같이 실어서 오지 않을까 싶다."

김광보 "활력으로 느끼는 것을 만드는 데 힘들었다. (웃음)"

장우재 "배우들이 장면 타이밍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거 같다. 무대 뒤를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장우재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상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사는 이유들 찾아냅시다'라는 것이 작품에서 하고 싶은 얘기인 듯하다.

인물들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 좋게 느껴진다. 현태에게도 슬리퍼 청년(성식)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슬리퍼 청년에게도 현태 같은 시절이 있을 것이다. 무대 위에서 어떤 배우는 대사를 하고, 어떤 배우는 계단을 올라가는 등, 움직임이 많다. 이를 의도한 작품이긴 한데, 이를 구현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동교라는 인물은, 자신이 더 이상 문제에 답을 못할 테니, 현태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떠난다는 인상이다. 현태를 도와주는 이유는, 빌라 안, 이 작은 경험, 이 아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바깥으로 나가서 사회를 맞닥뜨릴 현태에게, 무언가를 내려준 것,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태의 마지막 울음은 어떤 의미일까

장우재 "고추가 매워서? 일상에서 문득문득 울리는 소리. 우린 심연을 깔고 가지 않나. 그런 감정이 끓어올라온 거 같다."

애완견 하니를 잃은 고수희가 오열하는 장면


고수희 "실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얼마 전에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강아지가 지하주차장으로 떨어진 것이 있다. 정말 하늘이 노랗게 되더라. 4년째 키우는 강아지인데. 문장으로 말이 안 되더라. 대본을 보고 '강아지가 실제로 사라지면 이런 감정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은 강아지가 잘 지내고 있지만, '정말 없어졌다면?'이라는 순수한 감정으로 오열하고 있다.

그의 울음은 단순히 강아지를 잃어서가 아니다. 답답함. 바르고 잘 살고 있는데 날 지탄하고 비난하는 주변에 대한 인물들에 대한 속상함.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리는 격으로, 속상한 마음을 같이 표현하려고 한 것으로 생각한다."

의자 등 무대 콘셉트에 대하여

김광보 "빌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긴데, 무대 위에 어떻게 구현시킬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직접적으로 방이 나오는 것은 세 집과 옥상을 올렸다. 의자의 존재는 어떤 의도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사람들의 빈자리라고 생각한다. 건조대에 걸린 옷은 광자의 영혼이 표현된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김광보 연출과 장우재 작가와의 만남

김광보 "5월 마지막 날에 초고를 받고, (작가에게) 고쳐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책을 통해 알 수 없는 부분, 인물의 전사 등에 대해 물어봤고, 크게 작품에 대해 털어놓는 것은 없었다. 요구도 없었다. 대본대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격렬한 단절의 모습이 무대에 일상적으로 보이고 있고 어떻게 정확하게 전달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