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지난 시즌 4강팀 고양 오리온은 최근 2년간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올 시즌은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오리온의 최대 장점인 풍부한 포워드진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 시즌 오리온은 성적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승현(25·197cm), 장재석(26·204cm)이 나란히 입대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을 비롯해 베테랑 김동욱(36·194cm)까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후 삼성으로 둥지를 옮겨버렸다.

외인 에이스 애런 헤인즈(36·199cm)도 이제는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헤인즈는 실력만큼은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골밑이 텅 비어버린 상황에서 센터형 장신 외국인선수가 필요했다. 이래저래 그 어떤 팀보다도 많은 변화가 생겨버린 오리온이다.

지난 14일 고양체육관서 있었던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개막전은 오리온의 많은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이날 오리온은 막강 전력의 창원 LG 세이커스와 맞붙어 81-74로 패했다. 3쿼터까지만해도 팽팽한 대결을 주고받았으나 막판 뒷심부족으로 경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물론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더욱이 오리온은 멤버구성이나 팀컬러의 대대적 변화가 일어난 팀이다. 비록 홈 개막전 승리에는 실패했으나 충분히 올 시즌 가능성을 기대할만한 경기였다는 평가다.

 전천후로 경기에 관여할수있는 살림꾼 이승현의 공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전천후로 경기에 관여할수있는 살림꾼 이승현의 공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 고양 오리온


썩어도 준치, 여전한 포워드 왕국?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날 경기에서 오리온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포워드 진을 과시했다. 원체 두터운 포워드 라인을 자랑했던 팀답게 이승현, 장재석, 김동욱이 빠져나갔음에도 최진수(28·202cm)와 허일영(32·195cm)을 주축으로 문태종(42·196.5cm), 전정규(34·187cm) 등 양적으로는 결코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현, 장재석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두 선수는 외국인선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더욱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둘이 있었기에 오리온은 그간 가드, 스윙맨 스타일의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있었고 다수의 토종포워드 군단의 합리적 역할 분담까지 가능했다. 김동욱 또한 패싱센스를 겸비한 포인트포워드로 이름이 높지만 수비시에는 골밑 몸싸움이 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허일영, 문태종, 전정규 등은 슈터스타일인지라 골밑에서 전투적으로 싸워줄 포워드는 최진수 정도 밖에 없다. 그마저도 최진수는 스윙맨 타입이지 정통 골밑플레이어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어야한다. 첫 경기만 놓고 봤을 때 오리온 포워드진은 '아직 안죽었어!'라는 말을 해도 될 듯 싶다. LG전에서 최진수를 비롯한 오리온 포워드진은 그동안과 달리 적극적으로 골밑에서 플레이를 가져갔다.

기존 선수들에 가려서 출장시간이 적었던 최진수는 무려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26·207cm)와 매치업돼 경기를 펼쳤다. 팀 사정상 자신의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잘 알고 있는지라 몸싸움도 적극적으로 가져갔다. 다만 수비에 비해 공격시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인시절 오세근과의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던 근성이 살아나야지만 오리온이 중심을 잡을 수 있다.

허일영 또한 장신슈터답게 이제는 단순히 슛만 쏘는 선수가 아닌 적극적으로 오펜스 리바운드에도 참여하는 등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메워주기 위한 플레이를 펼쳤다. 많은 나이로 출장시간 조절이 필요한 노장 슈터 문태종 역시 수비에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LG전처럼 포워드진이 궂은일에도 적극 참여한다면 오리온의 포워드 왕국명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듯하다.

알짜 외인가드 스펜서, 의존도 줄여야

앞서 언급한데로 오리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라인에 대대적 변화를 줬다. 그동안은 토종 포워드진으로 골밑까지 커버 가능했던지라 단신 외국인 선수를 포인트가드 형으로 뽑고 나머지 한자리를 장신 스윙맨 헤인즈가 책임졌다. 헤인즈는 물론 1번으로 활약했던 조 잭슨(25·180.2cm), 오대리언 바셋(31·185cm) 모두 빼어난 운동신경과 센스를 자랑했다. 덕분에 오리온은 다양한 전술을 유기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올 시즌은 높이에 문제가 생긴지라 일단 골밑에서 활약할 용병이 필요했다. 더불어 단신 외국인선수에게는 득점은 물론 리딩 능력이 함께 요구됐다. 그렇게해서 구성된 것이 버논 맥클린(31·202cm), 드워릭 스펜서(35·188cm) 조합이다.

일단 외국인농사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용병센터 맥클린은 좋은 골밑 장악력을 선보였다. 19득점, 8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묵직하게 골밑에서 잘 싸워줬다. 맥클린은 무엇보다 받아먹는 플레이를 잘한다. 패스가 골밑 근처에만 들어가면 쉽게 득점을 성공시킨다.

최진수의 패스를 받아 주저 없이 앨리웁 덩크를 찍는가하면 스펜서의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패스를 받기 무섭게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그가 골밑근처에 있으면 공수에서 동료들이 편해진다. 뱅크슛, 스핀 무브 등 포스트 인근에서 득점을 올리는 능력 자체가 탁월하다.

19득점, 4어시스트를 올린 스펜서는 기록 이상의 존재감을 선보였다. 3점슛 5개를 성공시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번 불붙으면 무섭게 터지는 정확한 외곽은 여전했다.

거기에 스피드와 춤을 추는 듯한 드리블를 살린 돌파는 물론 날카로운 패스 등 센스있는 플레이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우승 당시 조잭슨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충분히 오리온 앞선의 돌격대장이 기대된다. 탁월한 득점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불장군보다는 동료들의 기회도 봐주는 유형인지라 스펜서의 컨디션이 좋은날은 상대 수비가 매우 곤혹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갈수록 스펜서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이다. 스펜서는 득점, 보조리딩은 물론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로인해 그가 코트에 있을 때 오리온의 경기력은 부쩍 살아난다. 하지만 현재 국내리그에서 외국인선수 2명이 내내 4쿼터를 함께 뛸 수 없다. 의존도가 큰 만큼 없을 때의 상황을 대비해야한다.

이같은 우려를 드러내듯 오리온은 스펜서가 없을 때의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았다. 단순히 어시스트같은 부분을 떠나 볼 자체가 제대로 돌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토종 포워드진은 물론 골밑에 제대로 공만 투입하면 역할을 해주는 맥클린의 위력 역시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상 외국인선수가 1명만 뛰는 쿼터에도 스펜서를 중요하기는 힘들다.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의 오리온은 1번 단신외국인선수를 쓰기도 했지만 이승현, 김동욱 등 센스있는 포워드가 중간에서 보조리딩도 잘해줬다. 하지만 현재의 최진수, 허일영에게 그런 부분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문태영은 많은 나이로 인해 식스맨 이상을 쓰게 되면 과부하가 걸린다.

최상은 그같은 부분을 국내 가드진이 해주면 좋지만 김진유, 조효현, 김강선 등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김진유가 중용됐지만 장신을 살린 악착같은 수비 외에 리딩, 득점가담, 볼운반 등 다른 플레이에서는 주전으로 플레이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향후 시즌을 끌어가기 위해 추일승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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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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