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으로 순연된 롯데와 NC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13일 마산구장에서 재개된다. 당초 12일날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는 비가 그치지 않아 KBO가 경기 시작 1시간 전 취소가 결정됐다. 승부가 5차전까지 이어진다면 5차전은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리고 이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가 모두 하루씩 미뤄진다. 포스트시즌이 우천 때문에 취소된 것은 2014년 NC-LG와 준플레이오프 이후 3년만으로,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장소가 마산구장이었다.

마산시리즈는 기후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사직 시리즈와 달리 3차전에서 '바람'이 홈팀 NC의 홈런 폭발에 기여했다면, 이번에는 '비'가 양팀의 경기력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무래도 현재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린 롯데 입장에서 더 분위기를 전환할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비는 시리즈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고 최동원은 홀로 4승을 따내는 역투를 펼쳤는데 이미 6차전까지 4번이나 등판하며 그중 세 번을 완투하여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 7차전을 앞두고 우천 순연으로 하루가 연기되며 그나마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최종전에서 다시 등판하여 기적같은 완투승을 따내며 롯데에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물했다.

2001년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정규리그 3위로 준PO- 플레이오프(PO)를 거쳐 힙겹게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은, 정규리그 1위로 여유있게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에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에 패배한 두산은 그대로 무너질수 있었던 분위기였으나 돌연 2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체력을 회복할 기회를 벌었고 삼성은 기세가 꺾였다. 두산은 2~4차전을 내리 싹쓸이하며 결국 4승 2패로 삼성을 제압하고 우승을 달성했다.

롯데와 NC의 경우에는 어떨까. 롯데는 이번 우천 순연을 마지막 총력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당초 4차전에 선발로 박세웅을 내정했던 조원우 감독은 경기 일정이 하루 밀리면서 1차전에 나섰던 조쉬 린드블럼으로 선발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NC가 4차전 선발로 내정한 최금강을 바꾸지않은 것과는 대조적인 선택이었다. NC의 1차전 선발이었던 에릭 해커는 4차전을 패할 경우 사직에서 열리는 최종 5차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만일 시리즈를 4차전에서 끝낼수  있다면 에이스 해커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활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 시리즈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1패의 여유가 있는 NC에 비하여 4차전에서 패하면 탈락이 확정되는 롯데 입장에서는 아직 큰 경기 경험이 적고 후반기 페이스가 좋지 않았던 박세웅보다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던 린드블럼을 더 신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린드블럼은 1차전에서 106구를 던진 이후 4일 휴식을 취한만큼 4차전 등판에는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린드블럼은 KBO 무대에서도 종종 4일 휴식만에 마운드에 오르곤 했다.

만일 린드블럼이 초반부터 좋지 않을 경우 박세웅이나 김원중이 롱릴리프로 바로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다, 조정훈-박진형-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3차전 결장과 우천 순연으로 최대 3일을 쉰만큼 언제든 조기투입도 가능하다. 롯데가 만일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끌고간다면 브룩스 레일리의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관건은 역시 타선이다. 롯데는 3차전까지 내내 찬스에서의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 생산에 애를 먹었다. 설상가상 테이블세터로 나서는 김문호의 부상 이탈은 롯데로서는 상당히 뼈아프다.  김문호는 지난 11일 열린 3차전에서 경기도중 오른쪽 옆구리 내복사근 미세 파열으로 전치 3주의 부상을 진단을 받으면서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물론 올 시즌 자체를 마감하게 됐다.

비록 이번 준PO에서는 부진하던 상황이었지만 김문호가 롯데 공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작지않은 공백이다. 김문호의 공백은 박헌도와 이우민 등이 메울 것으로 보이다. 공격에서 이대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손아섭과 전준우, 최준석의 화력 지원이 더 필요하다.

NC 입장에서는 우천 때문에 3차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울만 해도 그렇다고 손해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3차전에서 7명의 투수를 소모했던 불펜진이 하루 휴식을 얻으며 연투의 부담을 피했고, 결장이 예상되던 포수 김태군도 4차전에서 다시 정상적인 선발출장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임시 선발인 최금강이 얼마나 오랜 이닝을 버텨줄지는 미지수지만, 만일 4차전을 잡을 수 있다면 에이스 해커를 아낀 상황에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까지 대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NC의 마지막 고민은 박석민이다. 재비어 스크럭스, 나성범, 모창민 등이 맹타를 터뜨리고 있고, 3차전에서 박석민과 교체되어 승리의 히어로로 떠오른 노진혁도 있지만 박석민 만큼은 아직 공수에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다시 한번 4차전에서 박석민 대신 노진혁을 중용하는 모험을 던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준PO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작전구사와 선수기용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김경문 감독이 또 어떤 깜짝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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