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김희진(왼쪽)과 한국도로공사 신인 이원정

IBK기업은행 김희진(왼쪽)과 한국도로공사 신인 이원정 ⓒ 박진철


만장일치 우승 후보. 지난 11일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6개 구단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를 우승 후보라고 지목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팀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도로공사다. 지난 시즌 최하위 팀이기 때문이다. 직전 시즌 꼴찌가 바로 다음 시즌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올 시즌 여자부는 역대급 전력 평준화와 함께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V리그 개막을 하루 앞둔 현재, 여자부는 '2강 4중'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에 따라 두 우승 후보의 맞대결과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승 후보'일 뿐이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준비와 역량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이번 시즌에 '깜짝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희진 시몬화, 김미연 센터, 고예림 레프트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지난 11일 미디어데이 이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김미연 라이트-김희진 시몬화' 구상을 재확인했다.

그는 "레프트는 메디와 고예림, 라이트는 김희진, 센터는 김수지와 김미연, 리베로는 김혜선이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터는 염혜선과 이고은이 동등한 선발"이라며 "그 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먼저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김미연(25세·177cm)의 센터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공격수로 활약했다. 미들 블로커 역할을 하기에는 신장도 작다. 때문에 라이트 김희진이 센터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였던 시몬처럼 플레이를 한다는 뜻이다.

김희진이 전위에 있을 때는 상대 팀과 상황에 따라 김미연과 '순간 자리바꿈'(스위치)을 통해 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 후위에 있을 때는 당연히 라이트 공격수 역할을 한다.

김미연도 포지션상 센터로 투입은 되지만, 김희진과 순간 자리바꿈을 통해 라이트 공격을 할 수 있다. 다만, 로테이션상 한 번 정도는 김희진 도움 없이 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구상을 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김희진, 김미연, 고예림 3명의 준수한 공격수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고예림이 서브 리시브와 수비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메디와 함께 주전 레프트로 투입된다. 둘째, 김희진의 라이트 포지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셋째는 센터 유미라의 부상이다. 유미라는 최근 무릎 연골에 손상을 입었다. 1~2주 안정을 취한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당분간 출전이 어렵다. 센터진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이 감독은 "여러 측면을 고려한 다목적 카드"라며 "상대 팀과 상황에 따라 김희진이 라이트만 전담하는 대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이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도 저도 아닌' 혼란이 올 수 있다. 더군다나 IBK기업은행은 염혜선이 선발 세터로 나설 경우, 주전 7명 중 무려 4명이 올 시즌 새로운 선수로 바뀌게 된다. 시즌 초반에 조직력을 잘 다듬지 않으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이원정 육성, '경쟁 시너지·세대교체 준비' 일거양득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올 시즌 신인인 이원정(18세·177cm·선명여고)을 '백업 세터'로 조기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인 선수가 데뷔 시즌부터 출전 기회를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코트의 야전사령관인 세터는 더욱 어렵다. 그만큼 이원정이 높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12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원정을 한 번 키워보고 싶다"며 "이효희가 흔들리거나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백업 세터로 시즌 초반부터 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3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이원정이 키워볼 만한 역량을 갖춘 재목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원정의 장점에 대해 "레프트나 라이트로 가는 토스가 안정적"이라며 "토스를 빠르게 할 수도 있고, 중앙 속공이나 이동공격 토스도 곧잘 한다. 공격수에게 맞춰줄 줄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세터로서 키가 커서 블로킹 높이도 좋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주전 세터 이효희(38세·173cm)와 백업 세터 이소라(31세·178cm)의 나이를 감안할 때, 후계자를 미리 준비하고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다. 김 감독은 "이소라와 하효림(20세·171cm)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좋은 세터들"이라며 "이원정과 함께 3명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백업 세터와 주전 세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넷째는 이효희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 주전 세터인 이효희 옆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이효희도 좋은 후배들이 있을 때 스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효희의 나이를 감안하면, 2년 정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도로공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다만, 당분간은 이원정을 경기에 투입할 수 없다. 전국체전 때문이다. 제98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여고부 경기가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충북 제천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다.

이원정은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10일 소속 학교인 선명여고로 돌아갔다. 다른 팀의 신인 선수들도 규정에 따라 대부분 현재 모교에 가 있다. 따라서 이원정은 25일 이후에 경기 투입이 가능하다.

우승 반지 없는 '유일한 구단'... 한 풀 수 있을까

지난해 최하위인 도로공사가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핵심 이유는 6개 구단 중 주전 멤버뿐만 아니라, 백업 멤버들까지 가장 탄탄하기 때문이다. V리그가 6개월여의 장기 레이스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큰 강점이다.

지난 9월 일본 전지훈련 과정에서도 김 감독은 백업 멤버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기량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 결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다 괜찮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특히 "박정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몸 상태가 좋고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로공사에게도 감출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여자부 6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없다. 그동안 챔피언결정전에 3번 올라갔지만, 모두 실패했다. 우승에 한이 맺힌 팀이다.

큰 경기에서 중압감을 이겨내고, 우승 후보라는 주변의 큰 기대와 부담감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흔들릴 때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구단, 감독, 선수가 똘똘 뭉치는 팀워크를 만들어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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