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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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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세기의 재판'답게 첫 공판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48일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나란히 뒷줄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 부회장은 법정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정한 대로 특검과 변호인단의 항소 이유를 듣는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요청에 따라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설명하는 모두진술부터 진행했다.

모두진술에서 특검과 변호인단 모두 이 부회장과 나머지 피고인의 핵심 혐의인 '뇌물공여'에 집중했다.

특검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이 항소심에선 유죄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성 검사는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삼성이 다른 공익재단에도 거액 기부를 하고 있으며 미르·K스포츠재단의 배후에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원심 판단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대기업과 달리 삼성은 이미 이 부회장의 승계를 지원하는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약속이 이뤄졌다"며 "박 전 대통령은 공개석상이 아닌 안가에서 이뤄진 은밀한 단독면담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재단 지원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특검은 공익 목적이었다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내고 나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를 의심했다.

박 검사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경제발전을 이유로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며 "내세운 명분만으로 자금지원 성격을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면부인하고 나선 삼성 변호인단

항소심에서 대표 변호사로 선임된 이인재 변호사는 1심에서 뇌물의 대가로 판단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팩트가 아닌 가공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하필 승계문제만 공통 인식 대상이 되고 다른 현안이나 막연히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는 대상이 되지 않는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며 "승계작업은 특검이 2차 영장을 칠 때 나온 것이다. 증거에 의해 확인될 수 있는 팩트가 아닌 가공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1심 선고 받은 삼성 전 임원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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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변호인단은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이나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도 전면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1심 재판부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유착이라고 판단했다. 정작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이 밀려났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항소심에선 실체에 부합하는 판단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 변호사의 변론을 들으며 이따금 물을 마시거나 립밤을 꺼내 바르기도 했다. 최 전 실장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다시 떠오른 안종범 수첩

모두진술 절차가 끝나고 특검과 변호인단은 각자 준비한 PT 자료를 통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작성한 업무 수첩의 증거능력', '박상진 전 사장의 2회 진술조서 증거능력', '부정한 청탁' 등 쟁점에 관한 항소 이유를 밝혔다.

특히 1심에서 간접증거로 채택됐던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에 참석하지 않아 그 대화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을 기초로 (수첩을) 작성했다"며 "주어, 술어가 명시된 게 아닌 단어나열 수준이다. 안 수석 본인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 존재하고, 누가 한 말인지 특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을 근거로 피고인들을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에 수첩이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면 유죄도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즉각 반박했다. 박 검사는 "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을 간접증거로 인정한 뒤 안 전 수석과 다른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 객관적 사정과 증거 등을 모두 종합해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이라며 "마치 안종범 수첩 기재만으로 사실을 인정한 것처럼 말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독대하고 그 직후에 바로 얘기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에게 전달하는데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태그:#이재용, #최지성, #장충기, #황성수, #박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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