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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동성애자 때문에 에이즈가 확산된다? 질병관리본부의 공식적인 답은 '아니오'다.

HIV/AIDS 감염경로 : 이성간 또는 동성간에 관계없이 항문성교, 질 성교, 구강성교 등의 성행위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음.

질병관리본부 공식 누리집에 나온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질병관리본부는 '남성 동성애자 콘돔 사용률'로 '성매개감염병 및 에이즈 관리' 사업의 성과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2018년도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기간 동안 매해 '남성 동성애자의 콘돔 사용률'을 '에이즈 관리' 사업의 성과지표로 설정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내부에서는 남성 동성애자를 에이즈 및 성매개 감염병 확산의 핵심으로 여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2014년, 2015년 성과계획에는 '남성동성애자의 콘돔 사용률'이 핵심지표로 활용됐다. 핵심지표는 '사업의 궁극적 목적 달성을 측정할 수 있는 주 지표'를 말하며 2014년의 경우 일반지표에 비해 가중치가 3배 더 높았다. 즉,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관리' 사업의 궁극적 목적 달성 여부가 '남성동성애자의 콘돔 사용률'에 달렸다고 본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성과계획서 작성 지침>에는 "성과지표는 대표성과 포괄성 있게 설정"하도록 규정하고있다. 이성애자와 기타 취약 계층의 콘돔 사용률은 제외한 채 남성 동성애자의 콘돔 사용률만을 지표로 삼는 것 자체가 정부의 지침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성소수자들의 문화행사인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6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동성애 인권 지지 성소수자들의 문화행사인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6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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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2016년 HIV/AIDS 신고 현황을 보면, 성 접촉으로 감염됐다고 밝힌 712명 가운데 이성과의 접촉은 387명, 동성 간 접촉은 325명으로 조사됐다. 이성 간 접촉으로 감염된 사례가 더 많은 상황이다.

2016년 유엔에이즈(UNAIDS)가 낸 보고서를 살펴봐도,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된 HIV 감염자 행태 특성을 구분했을 때 성매수자/감염인 파트너 18%, 남성 동성애자 8%, 정맥주사용 마약사용자 7%, 성매매 종사자 4%, 나머지 64%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2010년 <HIV/AIDS 관련 국가 수준의 감시대상 지표 목록 개발>에서 "남성 동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항문성교를 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항문 성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감염취약 집단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남성동성애자가 아닌 항문성교자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즉, '남성 동성애자'로 한정해 볼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도 성과계획서'에서 에이즈 관리 사업 성과 지표별 목표치 설정 근거가 "UNAIDS에서 권고하는 전 세계 HIV/AIDS 공통 관리지표"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UNAIDS의 HIV/AIDS 지표는 모두 49개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성 노동자의 콘돔 사용률', '마약 주사 사용자의 콘돔 사용률', '마지막 고위험 성교 시 콘돔 사용률' 등이다. 이 같은 지표를 종합해서 성과지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의원은 "정부가 지난 10년간 남성 동성애자를 에이즈, 성병 확산의 주원인으로 보고 관리한 것"이라며 "반인권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는 더 이상 성소수자의 인권이 탄압받지 않도록 합리적 성과지표를 개발,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에이즈, #콘돔, #동성애자, #윤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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