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서병수 시장은 부산시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 참석,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 김은숙 부산중구청장 등과 함께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가 했다.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서병수 시장은 부산시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 참석,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 김은숙 부산중구청장 등과 함께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가 했다. ⓒ 장길황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늘(12일) 개막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2017 국정감사도 시작됐다. 13일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감사가 열린다. 주요 쟁점 중 하나로 MB 정부 블랙리스트를 포함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그 중 지난 2015년 예산이 삭감된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축소 의혹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계를 지난 2014년 10월로 돌려 보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를 다룬 <다이빙벨>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던 그해, 교문위 국감장에서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성토가 빗발쳤더랬다. 김희선 의원은 지금은 구속된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다이빙벨>이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다.

교문위 소속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정치 편향"을 이유로 들어 "<다이빙벨> 같은 영화는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바른정당으로 적을 옮긴 하태경 의원도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 반대의 최일선에서 활약한(?) 인물이었다.

"이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가 답해야 한다. 아직도 '상영 후 관객들의 평가에 맡긴다'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할 것인가. 상영 강행의 모든 명분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남은 상영일정을 고수하려는가.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의 용기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부산시 해운대구가 지역구인 하 의원은 2014년 9월과 10월, <다이빙벨> 논란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이빙벨>과 이상호 감독 비판을 넘어 "사기극 미화"와 "종북 미화", "오만과 불통"과 같은 수사를 동원하며 부산국제영화제 흔들기에 앞장선 바 있다. 결국 이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은 8억 가량 삭감됐고, 감사원의 감사를 거쳐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간부들이 검찰에 고발을 당하고 재판정에 서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당시 여당의 전방위에 가까운 '부산국제영화제 죽이기'가 청와대의 압박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블랙리스트 관련'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에 의해서였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에 의하면,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과 관련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새누리당 교문위 간사들에게 압박을 가할 것을 건의했고,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여 실행에 옮긴 것이 2014년 교문위에서 벌어진 '<다이빙벨>과 부산국제영화제 성토'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보수성향 매체의 부산국제영화제 비판 칼럼이나 보수단체의 관련 시위, <다이빙벨>의 영화제 상영 당시 좌석 일괄 매입 역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근무하던 당시 펼쳤던 '여론전'의 일환이었다. 그 사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위시한 영화제 간부들이 법정투쟁을 벌이고, 영화계 단체들의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영화제는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A부터 Z까지 청와대가 지시하고 정부여당이 움직인 '검열'과 '블랙리스트'의 결과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이다. 그 중심엔 서병수 부산시장이 자리한다. 이제껏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는 '친박' 서병수 시장 말이다.

전야제 축사에 이어 개막식 참석까지... 후안무치의 극치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 장길황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서병수 시장은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 참석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 김은숙 부산중구청장 등과 함께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가,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서 시장은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한 상태고,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동반 사퇴를 예고한 바 있다.

<오마이스타>의 취재 결과, 서 시장은 12일 열리는 개막식 행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서 시장은 <다이빙벨> 사태 이전과 같이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 레드카펫을 직접 밟을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 역시 12일 오전 <오마이스타>에 "서병수 부산시장이 개막식에 참석, 레드카펫 행사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11일 지역일간지인 <부산일보>에 따르면, 이날 서 시장은 축사에서 "영도에서 태어나 28년간 살면서 남포동과 광복동 일대가 부산 영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부산시의 생각과 의지에는 한치도 흔들림이 없으며,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어쩜 이리 뻔뻔한가. 서 시장은 이번 영화제 개막 전까지 그 어떤 사과도 공식적으로 한 사실이 없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가 파문을 일으킨 작년 연말과 올해 초,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BIFF와 해수담수화 공급 갈등에 관한 초기 대응이 부족해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거나 "(부산시) 문화 분야의 여러 가지 갈등은 소통과 신뢰 부족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반면 2014년 당시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서 부산시장은 2014년 9월 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을 상영 안 했으면 좋겠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공개 입장 표명은 당시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압박의 상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서 시장과 부산시에 직접 지시를 내리고 압박을 가한 사실도 박영수 특검팀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특검 조사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구속수감 중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공소장에도 이 사실이 적시돼 있다. 서 시장의 이 <다이빙벨> 입장 표명 자체가 김 전 장관이 서 시장에게 연락,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정치적·도의적 책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시장은 당연직이었던 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민간에 이양했다는 것 자체를 강조 중이다. '친박' 정치인의 대표로 꼽혔던 서 시장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요구에 적극 부응, 부산국제영화제 압박에 본인이 나선 것은 물론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시 국장급과 일선 공무원들을 동원한 책임에 대해선 일언반구 사과 한 마디 없다는 점은 무책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서병수 시장에게 다이빙벨 상영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다 밝혀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그런데도 아직 서 시장은 자신은 이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변하며, 문화관광체육국장의 입을 통해 또 다시 시민들을 농락하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와 부산참여연대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해결의 첫 번째 과제로 "서병수 시장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부산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아래와 같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변명조의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부산시장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동안 쌓아온 중립성과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 판단하여 유가족의 상영 만류 의견을 감안, 해당영화를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실제 상영을 막기 위한 제재나 방해한 사실이 없었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1월 부산시민연대와 더불어 서병수 부산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직무와 관련된 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사안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그럼에도 서 시장에게는 아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남아 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정치적 탄압의 피해자도 여럿이다. 영화계의 갈등도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반면, 서병수 시장 본인은 재선만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눈치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공천 주도권과 탄핵 책임론, 엘시티 비리 책임론 등을 두고 난타전에 가까운 공방을 벌여온 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서 시장은 단 한마디 사과나 사죄 없이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에서 축사를 했다. 또 개막식 레드카펫에 서려고 계획 중이다.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문화예술계의 대표적인 '적폐청산' 중 하나가 바로 이 부산국제영화제 문제의 해결일 것이다. 아니, '적폐청산'이란 미명보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덮기 위해 '여론전'을 벌이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전방위적으로 나선 박근혜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국가기관에 의해 전방위로 실행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이때 서병수 시장이 국내외 감독과 스타들과 함께 레드카펫에 서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여전히 보이콧을 풀지 않고 있는 영화인들이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일이 분명하다. 서 시장을 위해 지난 8월 <씨네21>과 인터뷰를 가졌던 이 전 집행위원장의 말을 돌려 드리는 바다. 서병수 시장 본인이 망친 부산국제영화제는 물론 영화계에 사과부터 하시라. 그게 부산시장으로서 영화제 기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정말 고마웠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영화인들 덕분이다. 그들은 그간 사회 비판에 앞장섰고, 그래서 관객이 한국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영화인들은 이번 사태를 정확하게 본다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컸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왜 영화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야 되나. 영화제 내부에 잘못이 있는데 왜 밖에 있는 영화인들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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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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