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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트럼프 사이, 누가 질새라, 막말 경쟁이 한창인 이즈음, 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러시아 국회의원 안톤 모로조프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2주년을 기념해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안 그래도 북미 간 신경전이 최고도에 달한 현재, 과연 그날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걱정하고 긴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시국에 통일이라니, 무슨 물정 모르는 소리냐고 할 사람이 많을 줄 안다. 하지만 그래도, 또는 그래서 한번 점검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마침 관련 조사가 발표된 시점이기도 하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07년부터 매년 한국인 1200명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 북한 및 대북정책 평가, 주변국 인식 등을 조사해오고 있다. 마침 올해는 조사를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고, 10년째 되는 2017년 한국인의 통일의식조사 결과가 얼마 전 나왔다.

가장 주요한 결과로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2007년 63.8%에서 2017년 53.8%로 10년 만에 10% 정도 하락했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 외 10년 사이 주요 설문결과의 차이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한국인의 통일인식 표
 한국인의 통일인식 표
ⓒ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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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이,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사람 역시 10% 줄고,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 통일해야 한다는 사람은 그와 엇비슷하게 늘었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 다민족 다문화를 외쳐도 '민족동질성에 기반한 통일당위론'이 해체되는 속도와 정도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한편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날로 고조되어온 한반도 긴장 상황을 고려하면, 전쟁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견해의 증가율도 그렇게 극적이지는 않다. 물론 통일을 전쟁방지를 위한 효과적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다시 떠올리기도 싫지만) 지난 정권의 통일대박론 유포에도 불구하고 통일편익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통일보다 남북이 공존하는 현재의 상태가 좋다는 사람은 10년 사이 두 배가 되었고, 2017년의 딱 그 수치만큼의 사람들이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24.7%). 한국인 4명 중 1명이 통일이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글로벌한 패러다임 변화에도, 1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도, 그에 따른 상황 변화에도, 그 결과 현재 우리가 직면한 최고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한 인식이나 이를 구성하는 요소의 어떤 극적인 변화가 감지되기 보다는 오히려 관성적인 유지가 눈에 띈다. 그 속에서 통일 자체에 대한 인식 자체의 변화가 조용히 진행된다. 이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어쩌면 이 조사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통일에 대한 이런저런 견해들이 아니라, 그 통일이 과연 어떤 통일인가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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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문영 씨는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남북관계, #통일, #통일편익, #통일인식, #글로벌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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