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는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킹스맨: 골든서클> 스틸 이미지

<킹스맨: 골든서클> 스틸 이미지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진저에일(할리 베리)이 전부였다. 소문난 잔치, 아니 소문난 스파이 잔치에 여성 스파이가 겨우 한 명이라니. 미국까지 커진 스케일 치고 조금 야박하지 않은가.

<킹스맨: 골든서클>이 개봉한지 2주가 넘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영화답게 아직까지 높은 예매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킹스맨: 골든서클>은 더욱 화려해졌다. 세계관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확장됐으며,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했다. 양조회사 '스테이츠맨'에 소속된 '미국 스파이'가 바로 그들이다. 청색으로 맞춘 스타일과 어울리는 장총 액션은 미국 스파이의 개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킹스맨: 골든서클>의 신선함은 오로지 남성 스파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유능한 여성 스파이의 황당한 죽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여성 스파이, 록시(소피 쿡슨)가 죽었다. 그녀는 틸드(한나 알스트룀)의 부모님과 식사를 하는 에그시(태런 에저튼)에게 이어폰 너머로 각종 분야의 지식을 말해주는 도중에 공격을 받았다. 미사일은 날아왔고 킹스맨 본부는 무너졌다. 전작에 이어 <킹스맨: 골든서클>에도 등장한 그녀는 황당하게 사라졌다. 록시는 에그시의 든든한 친구이자 킹스맨의 유능한 스파이였다. 실제로 전작에서 그녀는 에그시를 제치고 킹스맨 면접에 통과했다.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위성을 폭파시키는 사람도 록시였다.

록시는 우정과 능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캐릭터였지만 이제 그녀를 볼 수 없다. 그녀의 죽음은 킹스맨이 스테이츠맨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극적인 상황을 위해 사용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능한 여성 스파이가 이토록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든 건 역시 아쉽다. 총 한 번 쏴보지 못한 채 전화하다 죽은 록시라니,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스파이를 기대했던 걸지도 모른다. 일찍 자리를 비운 록시를 대신할 여성 스파이 말이다.

진저 에일은 유일한 여성 스파이였다. <킹스맨: 골든서클>에서 진저 에일은 유일한 여성 스파이였다.

▲ 진저 에일은 유일한 여성 스파이였다. <킹스맨: 골든서클>에서 진저 에일은 유일한 여성 스파이였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유일한 여성 스파이 '진저 에일'

바다 건너 스테이츠맨엔 진저가 있었다. 킹스맨의 멀린(마크 스트롱)과 같이 후방에서 요원들을 지원하는 게 그녀의 임무였다. 스테이츠맨에서 개발한 알파젤을 이용해 죽은 줄 알았던 해리(콜린 퍼스)를 살리기도 했다. 진저는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막힘없이 수행하지만 정작 그녀가 원하는 것은 '현장'이었다. 진저는 <킹스맨: 골든서클> 속 유일한 여성 스파이인 동시에, 킹스맨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스파이다. 

후방요원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게 아니다. 멀린과 진저가 없었다면 현장요원은 대부분의 임무에 실패했을 것이다. 핵심은 만족도다. 멀린은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자부심을 갖지만 진저는 조금 다르다. 현장요원이 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 한 그녀가 과연 행복했을까. 영화의 마지막, 진저는 그토록 원하던 현장요원이 됐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스테이츠맨의 리더 샴페인(제프 브리지스)은 위스키(페드로 파스칼)의 빈자리를 채울 사람으로 해리를 선택한다.  에그시가 그 제안을 대신 거절한 후에야 진저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참으로 야박하다.

남성 스파이로 가득한 <킹스맨: 골든서클> 스파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현장요원은 모두 남성이다.

▲ 남성 스파이로 가득한 <킹스맨: 골든서클> 스파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현장요원은 모두 남성이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새로운 여성 스파이를 기다리며

<킹스맨: 골든서클>은 현장요원의 액션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도 그랬으며, 대부분의 스파이 영화가 그러하다. 관객의 기억에 남는 장면도 대부분 액션과 연관돼 있다. 영화에서 차지하는 현장요원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킹스맨을 대표하는 해리와 에그시, 스테이츠맨을 대표하는 데킬라와 위스키 역시 현장요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남성 스파이다.

록시는 황당하게 죽었고 진저에일에겐 현장요원이 될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여성 스파이는 영화의 중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킹스맨 3'가 제작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매튜 본 감독은 <킹스맨: 골든서클>을 촬영할 때부터 '킹스맨 3'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킹스맨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여성 스파이가 나타날 시간이다. 남성으로 가득한 스파이 세계에서 중심이 될 그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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